재정부 “환율급등, 펀더멘털이나 외채상환 우려로 보기 어려워”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9일 “대기업들이 수출 대금을 움켜쥐고 달러 매도를 계속 늦추면 상당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이날 외환시장이 마감된 후 가진 기자브리핑에서 “환율이 급등하는 것은 펀더멘털이나 외채상환 우려로 보기 어렵다”면서 “올라가는 속도만큼이나 환율이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환율 급등의 요인으로 해외펀드의 매도헤지가 풀리는 과정에서 달러 수요가 발생하는 것을 들었다. 해외펀드가 해외투자를 위해 달러 현물환을 사면서 선물환으로 매도헤지를 해 놨는데 그 금액을 줄이는 과정에서 선물환을 다시 매수한다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증시가 하락하면서 매도헤지를 줄여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반대로 달러를 매수하는 것”이라며 “실수요의 30% 정도는 그런 수요”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7일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55억 달러 중 실수요는 30억 달러가 채 안 됐으나 자산운용사들의 매수 수요가 7억 달러 정도로 집계됐다.

최 국장은 “장이 엷은 상황에서 7억 달러가 환율 급등에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오늘은 일본, 중국, 인도 등 우리가 해외투자했던 주요국 증시가 폭락했기 때문에 (자산운용사들의 매수 수요가) 그와 같거나 더 심한 상황”이라고 분석이다.

그러나 그는 “환율이 급등하는 것은 펀더멘털이나 외채상환 능력 우려로 보기 어렵다”며 “자산운용사 건을 얘기한 것도 이런 것들이 진정되면 급격한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시장 참가자들까지 지나친 과열, 오버슈팅을 얘기하고 있을 정도”라며 “올라가는 속도만큼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출 기업들이 달러 매도를 늦추면 상당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며 “대기업들이 수출대금을 움켜쥐고 있으면 오히려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주요 수출기업 임원들에게 경각심도 주고 협조도 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종구 국장은 외국계 통신사인 다우존스에서 “피치사가 한국계 은행에게 지급불능(insolvency)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피치사에 확인해 본 결과 전혀 그런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오히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도 은행들이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단 은행들의 차환율이 굉장히 좋아졌다는 분석이다. 기간물의 차환율은 지난 2일 101%에서 260%로 상승했으며, 특히 씨티은행이나 SC제일은행을 제외한 국내은행의 차환율은 우려와 달리 높다는 것이다.

오버나이트(하루짜리 초단기 외화차입) 금리도 지난달 30일 8%대까지 치솟았지만 지금은 2%대로 내려갔으며, 정부가 스왑시장에 100억 달러, 수출입은행을 통해 5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단기간에 유동성 상황이 좋아졌다.

최 국장은 “은행들의 외화자금 사정을 매일 점검하고 있다”며 “시나리오별로 점검해봐도 은행들이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악의 경우 은행들의 외화자산을 매각하거나 외환보유액을 지원하게 되는데 그 전에 시장은 안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