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코리아 2009’…국제금융 위기 극복 역할 확대를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을 기념해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국내외 저명인사들은 현 국제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공조가 중요하며,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역할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3일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공동주최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글로벌 코리아 2009: 재편되는 국제질서, 한국의 선택’ 국제학술회의가 개막됐다.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을 계기로, 글로벌 금융위기, 기후변화 등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23일 오전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코리아 2009 개회식에서 참석자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을 비롯해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 토마스 프리드만 뉴욕타임즈 칼럼리스트, 윌리엄 페리 전 미국방장관 등 국제질서 형성에 영향력이 큰 저명한 인사들이 주제발표에 나섰다.

먼저,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은 기조연설에서 “국제 경제는 과거보다 훨씬 더 밀접하게 상호 연결돼 있기 때문에 당면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정책공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각국이 자국의 정책을 일부 양보하고 국제적 정책 공조에 참여해야 하며, 이 같은 정책공조 강화는 ‘제살 깎아먹기’식의 국가간 자금회수나 보호주의를 억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빈 전 장관은 “위기 극복을 위한 협의체로는 G-20 체제가 가장 유용한 대화의 장이 될 것”이라며 “기존의 국제 협의체제는 국제경제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국가의 역할을 축소하고 아시아권의 목소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국제기구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 과정에서 미국과 아시아간의 관계 강화가 중요하며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아이켄그린 “G-7 체제 지고 G-20 뜨고 ”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UC버클리대 교수는 제1세션 ‘G-20 국제금융질서 재편과 주요국 시각’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가장 중대한 결과물 중 하나는 G-20 체제의 등장”이라며 “G-7(선진 7개국) 체제는 의미를 상실했다”고 밝혔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G-20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려면 4개 실무그룹 간 상호협의를 활성화하고 대표성을 높여 운영의 효율화를 이뤄야 한다”며 “무엇보다 G-20 의제를 선정하거나 국제통화기금(IMF)을 개혁하는 논의에서 개발도상국의 입장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세계무역질서에 미칠 도전으로 DDA협상의 지연, 지역주의 확산, 개도국 영향력 증대 등에 따른 보호주의 기조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보호주의 기조 확산 하에서 새로운 무역장벽이 나타나지 않게 하기 위해 G-20체계를 통한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중재역할 등 무역자유화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루빈 “소득불평등·경제안정 문제에 적극 대처해 나가야”

한편 현 세계금융위기 진단과 향후 경제전망 및 발전전략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루빈 전 장관은 “그간 부동산 버블, 저금리 기조, 과다한 부채수준, 거시경제 불균형 등 개별 위험요인을 인식하고는 있었으나 이 모든 요인들이 동시에 작용해 거대한 파급효과를 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위기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 경제의 문제점,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상호 영향 등이 국제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주요 경제권 모두가 위기 극복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정책 결정시 시장의 심리를 감안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금번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현재 세계 경제가 기술발전, 세계화, 아시아 등 개도국의 부상 등 산업혁명 이후 가장 중요한 변화를 겪고 있다는 큰 흐름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이는 경쟁을 격화시키고 경제적 불안정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시장경제와 세계화에 수반하는 소득불평등과 경제 안정 문제에 적극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리드만 “녹색혁명 경쟁서 한국은 유리한 위치”

미래 발전전략과 관련, 토마스 프리드만 뉴욕타임즈 칼럼리스트는 “향후 최대의 성장잠재력을 보유한 글로벌 산업은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자원효율화, 환경오염 저감 등 녹색산업”이라면서 “녹색혁명을 위한 지구차원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으며, 한국은 우수한 인적자원 및 산업경쟁력을 기반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 화석연료가 없는 점이 녹색혁명을 유인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프리드만은 “기후변화, 에너지 빈곤, 생물다양성 감소, 자원수요 증가, 독재산유국 영향력 증대 등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5가지 도전”이라고 제시하고 “이러한 도전을 무한한 기회요인으로 인식해야 하며, 도전을 기회로 바꾸기 위한 구체적 대안으로 에너지와 IT간의 신융합 기술개발과 장기적으로 올바른 가격시그널을 통한 보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부오 타나카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도 “현재의 경제위기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에너지 공급능력 확충의 계기가 될 것이며, 경기침체를 이유로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미룰 수는 없다”며 “에너지 수급 및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 시각에서 산유국과 비산유국,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협력체계를 더욱 굳건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