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최인호 교수, 10여년 연구 끝에 추출ㆍ배양 및 캡슐화 성공

노화억제, 빈혈치료, 골다공증치료, 피임약 성분 등 활용가치 높아

중국 진시황 고사로 유명한 불로초.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간의 기본적 욕망이 잘 나타나있다. 그리고 늙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살기를 위한 인간의 노력들은 인류문명의 발전을 이끈 기폭제가 되어왔다.

그런데 최근 한 국내 대학의 생명공학 연구진에 의해 불로장생을 향한 인류의 노력이 또 한 번의 전기를 맞게 됐다.

바로 영남대 생명공학부 최인호 교수팀이 10년간의 연구 끝에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난드롤론(nandrolone)이 돼지 정소에서 다량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과 그 유전자 구조 및 유전자 암호까지 완전히 밝혀낸 것.

박사과정 재학 중 성호르몬의 합성기전과 생리기능을 연구하던 최 교수는 우연히 돼지에서 다른 동물에는 존재하지 않는 특이한 유전자가 존재해 난드롤론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후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 동안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연구를 계속한 최 교수는 돼지의 어느 조직에서 이 유전자가 주로 작용하는가와 유전자 구조 및 유전자 암호를 완벽하게 밝히는 데 성공했다. 이어 2005년부터는 농촌진흥청 바이오그린21사업의 지원 하에 정정수(충북대), 이기호(을지대), 장종수(방송통신대), 김연제(한국과학기술원)와 공동으로 호르몬의 정제 기술 및 분석 방법, 생리적 기능 등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다. 그 결과, 최근 최 교수팀은 돼지에서 다량의 난드롤론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특히 거세하지 않은 수퇘지의 정소에서 다량으로 생산된다는 것.

이는 화학적 합성 남성호르몬으로 잘 알려진 아나볼릭스테로이드(anabolic steroid)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천연 물질이 발견됐음을 의미한다. 아나볼릭스테로이드는 남성호르몬의 일종으로 대부분 화학적으로 합성해낸 것이다. 1930년대부터 많은 제약회사들에 의해 다투어 생산되면서 처음에는 새로운 불로초 같은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과도하게 사용될 경우, 남성의 생식기능 저하 및 심혈관질환 등을 유발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1964년 올림픽위원회에 의해 운동선수들의 금지약물로 지정됐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아나볼릭스테로이드의 유혹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88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 벤 존스, 미프로야구 홈런왕 마크 맥과이어 등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운동선수들도 금지약물복용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을 정도다.

이에 반해 돼지에서 생성된 난드롤론은 인간을 포함한 다른 동물의 몸에서는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 특이한 성호르몬으로,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남성호르몬보다 근육 성장촉진 및 회복 효과가 훨씬 더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노화억제와 화상 또는 수술, 방사선치료 후나 에이즈환자들을 위한 근육회복, 빈혈치료, 골다공증치료, 피임 등 의약품 개발을 위한 활용가치도 대단히 높은 것으로 이번 연구결과 밝혀졌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최인호 교수는 "아주 오래 전, 남성호르몬의 화학적 구조가 밝혀지기도 훨씬 전부터 돼지의 정소추출물을 먹으면 젊어진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동의보감에서는 힘줄과 뼈가 허약한 경우와 피부가 헌 데 쓴다며 돼지정소를 약으로 활용했다는 기록과 함께 돈육의 효능에 대해서도 오늘날 밝혀진 난드롤론의 효능과 유사하게 설명하고 있다"면서 오랫동안 인류에게 단백질과 지방의 주된 공급원이 되어온 돼지고기의 영양학적 가치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특히 최 교수팀은 이번 연구결과, 돼지 정소에서 난드롤론을 추출해 0.13mm 크기의 초소형 캡슐 속에 넣는 데 성공했다. 또한 돼지 정소에서 난드롤론 생산에 관여하는 세포의 배양기술을 이용해 돼지 체내가 아닌 시험관에서도 난드롤론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천연 성호르몬이 대량으로 생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난드롤론을 주성분으로 한 경구용 식ㆍ의약품 개발이 머지않았음을 예고하는 중요한 연구 성과다. 따라서 조만간 국내외 저명학술지를 통해 최 교수의 연구결과가 발표되면 국내외 의ㆍ약학계 뿐만 아니라 관련업계로부터도 상당한 주목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최 교수에게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고기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수퇘지는 웅취(돼지고기의 심한 냄새) 제거를 위해 대부분 새끼 때 거세되는데, 그 결과 난드롤론의 생산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 따라서 난드롤론의 주생성기관인 정소를 거세하지 않고도 수퇘지의 웅취를 제거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해냄으로써 노화억제, 성장촉진 등에 특효가 있는 기능성 돼지고기를 생산해내는 것이 숙제로 남아있다. 또한 난드롤론을 활용한 천연 치료제를 개발해 일반에게 보급하는 것 또한 과제다. 이를 위해 최 교수는 현재 국내외 특허출원을 준비 중이다.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마다 또 다른 두려움을 느끼지만, 그럴 때마다 과학자로서의 윤리와 도덕적 판단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는 최 교수는 "돼지에서 만들어지는 난들롤론 역시 다른 아나볼릭스테로이드처럼 오용될 경우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지만 현대판 불로초로 인류에게 희망을 던져줄 신의 선물이 될 수도 있다. 결국 모든 것은 인간의 노력과 선택에 달린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7.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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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빙메이커투 : 박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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