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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년 무분규 노사문화 최고 기업 ‘경기고속’의 열린 경영
  글쓴이 : 윤정열     날짜 : 06-12-21 16:22    
 

26년 무분규 노사문화 최고 기업  ‘경기고속’의 열린 경영

 

 시민이 만드는 생활밀착 뉴스/정보  - 카빙메이커투 : 윤 정열-

 

2006년 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은 경기고속의 노사문화는 특별하다. 근로자 가족을 매년 최고급 호텔로 초대하여 식사를 함께 하며 경영실태를 공개하고 교양강좌를 연다. 근로자는 물론 그 가족까지도 감동시켜 노사간의 유대를 더욱 굳게 하자는 취지다.

특히 근로자 부인들의 건의사항을 회장이 즉석에서 수렴하여 회사 경영에 반영, 노동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감동경영(感動經營)의 실천인 셈이다. 노사간 신뢰와 상생을 바탕으로 26년 동안 분규 한건 없었고 안전교육 실천 등을 통해 흑자경영을 달성했다.

 

 

경기고속이 운전기사 부인들을 대상으로 한 ‘2006년도 사원가족 교양강좌 및 좌담회’ 현장.

“회사에서 지급하는 방한복 색깔이 촌스럽기 짝이 없네요. 꼭 김정일 복장 같아요. 잘 생긴 우리 신랑 훤하게 보이도록 세련된 색깔과 디자인으로 바꿔주세요.”

2006년 7월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 비스타 홀, 초·중년의 여성 9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30대 초반의 한 여성이 단상을 향해 목청을 높였다. 좌중에선 “와~”하고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남편이 속썩이면 회장에게 신고하세요"

대원고속 등 계열사 사원부인 4000여 명을 대상으로 6차로 나눠 실시한 행사의 첫 날 장면이다. 허명회 회장을 비롯한 회사 경영진과 박용덕 경기고속노조위원장 등 노사대표가 한 자리에 모여 사원 가족들의 입을 통해 사원들의 불만,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하는 자리였다. 하루 종일 외부강사를 초빙해 교양강좌도 듣고 근사한 호텔 음식도 즐기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어 여기저기서 발언권을 신청하는 손이 올라갔다. 대한민국 아줌마 특유의 솔직함으로 불만, 감사의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구내식당에 늦게 가면 반찬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넉넉하게 준비 좀 해 주세요.”

“한 달에 한 두 번은 14시간 만에 교대하는 경우가 있던데요. 업무 강도가 너무 강한데, 기사 수를 더 늘려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들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회사 대표 혹은 노조 대표의 대답이 이어졌다. 즉석에서 개선하겠다는 약속이 나오는가 하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한 해명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근로자는 가족까지 챙겨야 직성이 풀린다”

오전 10시부터 꼬박 자리를 지키고 있던 허 회장은 간담회 말미에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사원 부인들에게 공개했다. “제 휴대전화 번호는 011-758-4×××번입니다. 회사에 대한 불만, 건의사항이나 남편이 속 썩이면 언제라도 이 번호로 신고하세요.”

2000년부터 7년째 해 오고 있는 열린 경영의 확대판 행사였다.

이 회사 노사관계는 확실히 남달랐다. 모든 게 근로자를 넘어 가족까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가족중심의 회사다.

사업의 특성상 80% 이상이 승무원으로 구성된 탓에 고객감동에 앞서 근로자는 물론 그 가족까지도 감동시켜 노사간의 유대를 더욱 굳게 해야 한다는 CEO의 경영철학이 곳곳에 베어있다. 26년간 분규가 없다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회사의 모든 것은 노사협의회와 열린 경영과 관련되어 있다. 굳이 따로 제도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 회사 노사관계를 말하려면 허명회 회장(75)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국내 교통운수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불리 운다.

허 회장이 1961년 경기고속의 전신인 경기여객의 평사원으로 입사해 버스업계와 인연을 맺은 후 경기고속을 8개 버스회사에 3500여 대의 버스와 6500명의 종사원을 거느린 국내 최대의 버스운송그룹(하루 승객 110만명 수송)으로 성장시킨 그 바탕에는 근로자 복지문제에 있어서 항상 최고를 추구하는 ‘나눔과 신뢰’의 경영철학이 그 원동력이 됐다는 게 주위의 평이다.

그는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데 있어 ‘5%지시, 95%확인’을 철저히 실천하고 있으며 ‘기획-검토-시행-평가’의 이중 장치를 통해 관리하며 경영한다.

회장은 비행기 한번 안타봤지만, 우수 직원은 부부 해외여행

모든 게 현장 중심이다. 근로자 문제를 그 가족까지 챙겨야 직성이 풀린다는 게 다 그런데서 나온 이야기다. 승무원 채용 시에도 어김없이 그의 면모가 나타난다. 최종면접엔 꼭 참석하여 응시자의 가정생활을 가장 중시하며 체크한다. 훌륭한 승무원은 행복한 가정에서 좋은 반려자와 함께 비롯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자신은 가혹하리만큼 절제하며 산다.

여태껏 비행기 한번 타 본적이 없고 제주도도 가보지 않았다. 흔한 골프도 하지 않는다. 허 회장은 평소 이른 새벽에 출근하여 노선현장에 나가 승무원을 격려하고 안전운행을 위한 버스 운송윤리를 지시한다.

특히 매년 12월 31일이면 현장에서 전국 노선별로 막차가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후 1년 무사고 팀에게 격려전화를 해주고 귀가를 하는 등 철저한 현장위주의 경영을 하고 있다. 운수회사 이다보니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무리가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회사측은 안전운행을 위해 드라이빙 스쿨(Driving School) 안전교육과정을 개설해 신입기사와 법규위반 기사를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 연간 사고를 10% 이상 줄여 보험료와 사고처리비 절감 등으로 연간 약 50억원의 경영개선 효과를 달성하고 있다.

안전팀장제도는 타 회사에서 볼 수 없는 제도다. 차량 10대당 1명씩 두고 있는 안전팀장은 준 관리사원자 격인 고충처리위원까지 겸하도록 하여 근로자가 사실상 경영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교통안전과 사고예방을 할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안전팀장은 소속팀에 대한 인사권, 영업권, 결재권까지 갖고 있다. 1999년부터 실시된 이 제도는 1년 무사고 팀에게는 1500만원의 포상금과 함께 부부동반 해외여행 기회가 주어진다. 2006년에는 361명에게 3박4일 내지 5박6일 일정으로 1년 무사고 팀은 중국, 2년 무사고 팀은 일본, 3년 무사고 팀은 호주를 다녀왔다.

경기고속은 기본적으로는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갖는 노사협의회와 월별, 분기별 경영설명회 등을 통해 열린 경영을 실천하고 있으며 회사 홈페이지 운영과 사보(버스피아) 발행, 동호회 활동 등을 통해 노사간 커뮤니케이션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2년째 임금인상 노조에 백지위임”

경기고속의 교육프로그램은 업계에서 벤치마킹 할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이 회사가 다른 기업과 차별화 되고 있는 힘은 바로 종업원들에 대한 교육에서 나온다고 말할 정도다.

안전팀장 교육, 승무원 직무교육, 관리자교육은 물론 심지어는 조리원과 미화원 교육 등 10여 개의 다양한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교육에 대한 집중적 투자 역시 막대하다. 2005년의 경우 각종 교육에 투자한 교육비가 16억원에 달했고 2006년엔 18억원이 넘는다. 모든 교육에는 대표이사가 반드시 참석하여 현안사항을 공유하고 근로자 애로사항을 해소시켜 줘 노사협의회 못지 않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임금 인상폭 결정을 노동조합에 ‘백지 위임’하는 실험을 2년째 계속 중이다. “노조가 원하는 만큼 주겠다”는 회사 측 믿음과 “이 정도면 노사 모두에게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노동조합의 배려가 어우러져 2006년 (5.2% 인상)에 이어 2006년 임금협상(5% 인상)도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26년 동안 무분규 사업장을 이어가며 쌓은 신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박용덕 노조위원장은 “작년에는 임금 인상률 결정을 처음 위임받고 이틀 동안 잠 한숨 못 자고 고민했다”면서 “올해 임단협은 작년 경험도 있고 해서 한결 가벼웠다”고 말했다.

매달 노조에 회사의 손익계산서가 전달되기 때문에 조합원 등은 회사 사정을 훤히 꿰고 있다. 현장 사무실마다 컴퓨터 단말기가 설치돼 일별, 월별, 분기별 수입과 지출을 노조원들이 언제든 볼 수 있어 무리한 ‘떼쓰기’는 노조 자체에서도 인정받을 수가 없다.

회사측은 근로자들이 창의성을 발휘하여 제안제도를 통해 들어온 작업장 혁신안은 의견을 수렴, 경영에 빠짐없이 접목하여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공회전 금지(출발 5분 전 시동) 제도가 법제화된 점이라든가 음식물 안 남기기(잔반 안 남기기) 식습관 문화 등이 그 예로 다른 기업에서 본받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종사원들에 대한 복지제도도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제복과 식사, 숙소는 모두 훌륭한 수준을 자랑한다. 65세 이상 노부모를 모시고 있는 전 종사원에게 노부모 1인당 5만원씩 매달 부모님 통장으로 입금해주는 ‘노부모 월정 위로금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비정규직 한명도 없는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또한 가을에는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음성 김치공장에서 직접 담근 김장김치를 15kg씩 전 종사원들에게 나눠준다. 이 김치는 무공해 청정김치로 청정배추에 천일염, 광천 젓갈, 직접 빻은 고춧가루 등 각종 양념을 산지에서 최상품을 직접 구입 사용해 주부들로부터 최고의 맛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 측은 근로자는 물론 근로자 부인의 생일까지 챙겨 케이크, 샴페인과 함께 대표이사와 노조위원장 명의의 축전을 보내주고 있다.

포상제도도 활성화돼 무사고 팀 포상 외에도 친절 승무원상으로 선정된 승무원에게는 금반지 3돈씩이 지급되고 이밖에 유류절감상, 우수관리자상, 업무개선상 등의 시상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2006년엔 직급에 관계없이 모든 종사원들에게 1인당 30만원씩의 특별 성과급을 지급, 근로자들의 환호를 샀다.

2001년 3월엔 국내 최초로 ‘무분규 노사협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노사파트너십 협약’을 체결, 노동계의 비상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기고속은 비정규직이 한 명도 없는 선망의 직장으로 동종업계 근로자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로 통한다.

허 회장은 2006년 3월 열린 육운진흥촉진대회에서 노동조합 추천으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건의사항이나 애로사항을 즉석에서 처리해 주는 회사! 남편이 정년퇴직 시까지 오래오래 근무해주기를 바라는 회사! 경기고속은 노사문화의 우수사례를 전파하면서 1351대의 버스로 2300여 명의 종사원과 함께 매일 36만명이 넘는 승객의 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 이 회사는 국내 버스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부상하였고 해외에서까지 노사문화 성공사례 탐방지로 각광받고 있다.  

 

200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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