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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경제연구원 '주목해야 할 화학산업의 5대 트렌드'
  글쓴이 : 강미현     날짜 : 07-01-29 10:12    
 

LG경제연구원 주목해야 할 화학산업의 5대 트렌드

 

신년을 맞이하여 국내외 화학기업들의 경영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불투명한 경영 환경과 갈수록 심화되는 경쟁을 극복하기 위해 한 결 같이 근본적인 변화 의지와 철저한 실행을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화학 산업은 변화에 둔감한 업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의 분위기로만 본다면 기업들이 느끼는 변화의 속도나 강도는 지금까지의 인식 수준을 훨씬 뛰어넘고 있는 듯하다.

화학 산업 급격한 환경 변화에 직면

최근 화학 산업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환경 변화로는 고유가 현상을 꼽을 수 있다. 석유를 원료이자 연료로 사용하는 화학 산업의 특성 상 유가 상승이 미치는 충격은 다른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고유가 체제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고유가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한 상황이다.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환경규제도 화학 산업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예컨대 금년 6월부터 발효되는 EU의 신화학물질 관리제도(REACH; 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zation And Restriction of Chemicals)로 인해 EU 지역 화학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 부담은 향후 11년간 50억 달러 이상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EU 지역으로 수출하는 외국화학기업들의 부담까지를 포함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천문학적 규모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최근 1, 2년 사이에 두드러진 바는 아니지만 전자, 자동차 등 수요산업 고객들의 니즈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많은 화학기업들이 과거의 사업방식, 과거의 기술기반으로는 더 이상 변덕스러운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이러한 문제가 누적된다면 핵심 소재산업으로서 화학 산업의 지위에 부정적인 영향이 초래되리라는 추측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이밖에 시장으로서만이 아니라 화학제품 공급기지로서의 중국의 급부상, 중동 석유화학산업의 부흥 등도 화학 산업의 경쟁구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주목해야 할 5대 트렌드

현재 화학 산업에서 진행되고 있는 환경 변화는 중장기적으로 화학 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몰고 올 것인가? 다양한 변화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하에서는 시장, 경쟁, 기술의 관점에서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고, 파급효과가 크다고 판단되는 화학 산업의 다섯 가지 트렌드와 선진 기업들의 대응 동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1.자동차용 재료 시장의 성장

첫 번째 주목해야 할 트렌드는 화학 산업의 응용 분야로서 자동차용 재료 시장의 재발견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이미 화학제품, 특히 플라스틱의 주요 소비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ACC(American Chemistry Council)에 의하면 플라스틱의 미국 승용차 대당 소비량 및 전체 중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2004년 현재 각각 150kg, 8.3%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의 새로운 수요처로 자동차 시장을 새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고유가 및 환경규제 강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유가는 소비자들의 연료비 부담을 가중시켜, 자동차 연료효율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환경규제 강화는 보다 직접적이다. 내년부터 당장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선진국에서는 자동차 연비를 직접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자동차회사들이 차량 경량화에 대해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이 가볍다는 이유만으로 자동차 경량화 소재로 채용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첫째로는 자동차기업들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성능을 충족시켜야 하고, 둘째로는 철강, 알루미늄 등 경쟁 소재 대비 비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한다. 따라서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화학기업들의 자동차 경량화 소재 개발은 앞으로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자동차용 재료 시장의 선점을 노린 선진 화학기업들의 공세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이들은 아시아 기업들의 대거 진입으로 플라스틱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높고 성장잠재력이 양호한 자동차 분야를 타겟 시장으로 삼고 있다. 듀퐁, 다우, GE 플라스틱스 등 전통적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강자는 물론 최근에는 미쓰비시화학, 도레이 등 일본 기업들도 자동차 분야에 대한 자원 투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역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이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듀퐁과 다우는 아시아 마케팅 강화의 일환으로 일본에 연달아 자동차재료 기술개발센터를 설립하기도 하였다.

금년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개최된 모터쇼에서는 GM이 개발한 하이브리드형 전기자동차 컨셉트카(시보레 볼트)가 발표되었다. 눈길을 끈 것은 자동차 지붕, 도어 등 차체의 상당 부분에 다양한 플라스틱이 대거 적용되었다는 것이다. GE 플라스틱스가 GM과 공동으로 프로젝트 팀을 구성, 설계단계부터 개발을 지원한 결과이다. 플라스틱이 적용된 각 부품별로는 30~50%의 경량화 효과를 달성했다고 한다. 소재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경량화가 용이한 소재 특성, 다양한 기능 구현 가능성, 디자인 유연성 등의 장점을 고려할 때 플라스틱이 자동차 분야에서 비중을 확대할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시장이 성장 정체에 직면한 플라스틱산업의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인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2.석유 대체원료의 상업화 진전

두 번째 트렌드는 화학 산업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원료 기반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석유 대체원료의 개발 및 상업화가 조금씩 탄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듀퐁이 의욕적으로 개발한 식물성 원료 기반 ‘Sorona’가 지난해 원료공장 완공에 이어 금년 말부터는 상업 생산에 들어갈 전망이다(주간경제 892호, ‘듀퐁과 도레이를 통해 본 화학기업의 혁신’참조). 듀퐁은 이 제품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에 버금가는 기능을 지닌 고급 소재로 자동차 부품, 기능성 의류 등의 원료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BASF도 지난해 초 자체 개발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Ecovio’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BASF에 따르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고객들의 호응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환경의식이 높은 일부특정 고객을 겨냥한 것으로 석유화학 전반의 원료대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경제성 확보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소 수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는 대규모 대체원료 공장 건설을 결정한다는 것은 사실 무리이다.

그러나 고유가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판단이 확고해지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누가 경제성 있는 석유 대체원료를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경쟁력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 많지만 일부 선진기업은 이미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한 상태이다. 지난해 BASF는 대체원료에 대한 자사 프로젝트 현황을 공개하였다. 이 회사는 현재 옥수수(미국), 사탕수수(브라질), 팜유(태국, 말레이시아) 등의 다양한 바이오매스 및 석탄의 활용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500개 이상의 연구 프로젝트가 가동 중이며, 일부 진전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1~2년 내 상업 플랜트건설을 추진할 예정이다.

석탄과 같이 사실상 검증된 원료를 제외하고는 단기간 내에 석유 대체원료 상업화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고유가 체제가 굳어질 경우 대체원료 개발 및 적용을 위한 시도는 광범위한 기업으로 확산될 것이고, 이에 따라 대체원료 상업화 경쟁도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3.새로운 기술기반의 도입 확대

세 번째는 화학 산업의 기술기반 변화에 관한 것이다. 화학 산업에 있어서 나노테크, 바이오테크 등 새로운 기술기반의 도입 필요성 자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언급되어 왔으며, 상당 부분 진전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플라스틱기업들의 나노재료 기술연구는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고유가 지속, 환경규제 강화 등 환경 변화가 빨라지면서 기업들의 기술기반 확대를 위한 발걸음 또한 빨라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기반 도입은 듀퐁, BASF 등의 선진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듀퐁의 찰스 홀리데이회장은 2005년 자사의 지속가능전략을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신 기술기반 도입의 중요성을 강조한바 있다. “우리의 사업에 있어서 화학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생물학의 추가는 우리에게 거대한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다. 우리는 고객들이 그들의 사업을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것을 세계 최고의 연구능력으로 제공해야 한다.”이러한 방침에 따라 듀퐁은 새로운 기술기반의 확대를 위해 매년 R&D 예산의10%를 바이오테크 연구에 투입하고 있다. BASF역시 2005년 5대 성장 클러스터(식물바이오테크, 공업바이오테크, 나노테크, 에너지관리, 기초 소재)를 발표하면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8억5천만 유로의 R&D 예산을 투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BASF는 자체 연구와 함께 BASF Future Business를 통한 벤처와의 공동 연구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기반의 도입은 당연히 혁신 성과의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듀퐁과 BASF의 경우를 통해볼 때 혁신은 변화가 집중되고 있는 에너지나 환경 분야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신 기술기반 활용을 통한 환경 친화적 대체 화학물질 개발이 대표적이다. 화학물질 규제는 위협요인이지만, 동시에 기회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4.중국 시장 내 경쟁 가열

네 번째 주목해야 할 트렌드로는 중국 시장의 변화를 빼놓을 수 없다. 중국에서 돈 벌기가 점점 힘들어진다고 말하는 기업들이 많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일 것이다. 밀려오는 외국 기업들과 로컬기업의 성장으로 인해 시장은 항상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중국 시장 내에서의 경쟁은 강도 면에서 오히려 현재보다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석유화학 범용 제품의 경우 자급률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지난해 이후 절대 수입량이 감소세로 접어들고 있다. PVC 등 일부 경쟁력을 확보한 제품은 이미 수출 포지션으로 전환된 상태이다. 결국 현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은 퇴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시장 내 구조조정이 확산될 전망이다.

범용 제품으로부터 시작된 경쟁은 기능성 제품분야로까지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현재는 외국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나, 이 분야 역시 로컬 기업들의 추격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기능성 제품 분야의 경쟁이 가열될 조짐이 보이자 시장 선점을 위한 외국 기업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상해를 중심으로 듀퐁, 하니웰, 데구사, 도레이, 로슈, 롬앤드하스 등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 기업들이 R&D 센터를 설립했으며, 그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다우가 역시 상해에 초대형 연구소를 착공했으며, 2008년 완공할 예정이다. 60개의 연구실로 구성되는 이 연구소는 총1,800여 명의 연구 인력을 고용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중국 내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나, 중국 진출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계최대 시장이자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시장에서 성공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현지화에 주력함으로써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노력하고 있다. 풍부한 자금과 우수한 연구 인력의 집적을 통해 선진 기술을 유치하고 하이테크 산업의 육성을 시도하는 중국 정부 및 기업들의 노력과 함께 중국 화학제품 시장에서의 경쟁은 이제 진검승부의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5.M&A의 활성화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트렌드는 기업 입장에서 활용 필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는 M&A 시장의 향후 전개 방향과 관련된 것이다. M&A 시장은 경기가 변동하듯이 등락을 거듭하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 예측이 곤란하다. 그러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할 때 화학 산업의 M&A 여건은 과거보다 성숙된 것으로 평가된다.

첫째, 유럽을 중심으로 북미, 일본 등 선진 화학시장의 성숙화가 진전되고 있는데 반해 중국, 아시아, 중동 등 신흥 시장의 고속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 석유화학의 강자인 SABIC의 유럽 기업인 DSM 석유화학부문 인수에서 보듯이 신 시장 진출 및 기존 사업의 구조조정을 원하는 선진국 기업과 기술 습득을 위한 아시아, 중동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둘째, 중동 등 강력한 경쟁기업 등장에 따른 경쟁 패러다임 변화도 M&A의 주요 동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저가원료의 확보,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기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셋째,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의 역할증대, 아시아 등 개도국 금융 시장의 발전도 M&A를 활성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세계 화학기업 M&A 전체 건수에서 사모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20%를 넘어서고 있다. 이들이 거래 기업 간 이해관계 불일치를 해소하는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기업들의 M&A를 활용한 구조조정 시도는 과거에 비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화에 대한 적응력 키워야

트렌드란 말 그대로 일시적 유행이 아닌 예측가능하며 지속되는 추세를 의미한다. 따라서 트렌드에 적응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에는 장기적으로 성과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화학 산업에서는 현재 의미 있는 변화가 진행 중이고, 선진 화학기업들은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화학 산업의 역동적인 변화에 주목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나만 변하지 않는 것은 곧 도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LG경제연구원 홍정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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