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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집 짓고 맞는 해맑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개원 10년 잔치
  글쓴이 : 이영화     날짜 : 07-08-23 07:07    
 

 

"제대로 먹이고, 제대로 놀 수 있는 아이" 키우려는 열정으로 10년전 시작한 공동육아 터전에 새 집 짓고 지역 축제 형식의 10주년 개원잔치


부모협동보육시설로 인천 계산동에 자리한 지 10년을 맞은 해맑은 어린이집이 8월 25일(토) 계산동 새 터전에서 개원 10주년 잔치를 연다.


부모와 교사, 지역과 사회인 우리 모두가 함께 우리의 아이들을 함께 키우자는 개념의 공동체적 어린이집, 해맑은 어린이집이 10년을 맞아 "다시 처음을 생각하며"라는 주제로, 이웃들과 함께 하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전시회 형식의 개원 행사를 준비한다.


지난 6월, 새 집으로 입주한 해맑은 어린이집의 개원 10주년 기념행사는 야외 풍물놀이로 잔치의 시작을 알리는 길놀이 후, 부모와 교사가 함께 쓴 일기 형식의 아이들의 일상을 담은 날적이 전시, 아이를 키우는 즐거움을 엿볼 수 있는 아이와 나눴던 대화를 사진ㆍ그림과 함께 준비한 마주이야기, 아이들의 작품, 부모들이 일과후 자투리 시간을 모아 준비한 노래와 연극 공연, 아이들의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를 갖춘 소규모 지역 축제로 준비된다.


광풍이라고까지 불리우는 조기교육의 열풍에서 다소 멀리 떨어져 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익히는 일상 나들이와 텃밭에 씨를 뿌리고 가꿔 식탁으로 올리는 등의 자연 친화적 교육방식을 우선하는 해맑은 어린이집은 3세부터 초등학교 1학년까지 25명 어린이의 교육활동과 먹을거리 등 육아에 필요한 운영 전반에 대한 계획수립과 평가를 18가구 부모와 8명의 교사가 함께 하고 있다.


"코알라, 나 좀 도와줘. 잘 안돼" 책을 펴놓고 순서에 맞춰 종이접기를 하던 5세 자현이가 교사에게 도움을 청한다. "응? 어디? 아.. 여기서 안으로 접어야 하는데, 밖으로 접었나봐.. 자, 이렇게 하니까.. 어때, 잘 되지?" "어? 아.. 그렇구나.. 고마워"


교사를 별칭으로 부르는 아이는 교사와 수평관계에서 대화하고 문제 해결을 한다.


"구렁이, 이거 봐라∼이거 내가 쪽잎으로 염색한 우리 엄마 스카프다∼" 해맑은에서 가장 큰 형님인 초등학교 1학년 종은이가, 쪽빛 고운 스카프를 흔들며 다른 부모에게 자랑을 한다.


부모와 아이 간 관계 역시, 수평관계로 유지된다.


아이들이 지어서 부르는 어른들의 별칭은, 아이들과 어른들 사이에 있을 수많은 간격을 쉽게 좁혀 준다.


"이 곳에서도 또래 아이끼리의 갈등, 형님과 동생간의 갈등이 있어요. 그러나 문제 상황에서 아이들이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표현하고, 자잘못을 가리며 사과하고 용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갈등이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해결되고 있지요" 교사 대표 삐삐(김나영 교사)의 설명이다.


"10년전 불모지를 개척하듯 처음 이 곳에 터를 잡은 선배 조합원들 덕분에 안정된 터전을 갖고 있었지만, 20년 가까이 된 집은 끊임없이 보수공사를 해야 했고, 대지 대비 공간이 좁아 쾌적한 보육이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고 건축특위 대표를 맡은 구렁이(김준희, 현우아빠)가 새 집을 짓게 된 배경과 함께 과정을 이어서 설명한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건축비용을 고스란히 각 가구가 부담해야하는 상황이니.. 그 과정에서 갈등도 있었지만, 결국 자식을 위하는 일이고 우리가 떠난 후 이 곳을 찾게 될 그 누군가가 또다시 고민을 해야 할 부분이라면 지금 여기서 우리가 하자..는데 뜻을 모으고 일과를 마친 후부터 밤샘 논의를 거듭한 끝에 이렇게 뿌듯한 성과를 거두게 되었습니다"


조합의 대표를 맡은 이사장 얼룩말(이성남, 정록엄마)의 부연설명이 이어진다.


"쉬운 길을 선택할 수도 있어요. 잘 갖춰진 시설을 찾아다니며 여러 가지 사교육 기관을 전전하면서... 그러나, 아이가 정말 행복할 것인가, 아이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물음 앞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 뿐이었습니다"


아이의 행복 앞에서, 집을 짓고 청소를 하고 집집마다의 육아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해결방안을 고민하는 부모들의 모습이 현재 우리 사회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입학전 당연시 되고 있는 영어교육 등 각종 조기 교육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없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5세부터 이 곳에서 지내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종은이 아빠(짱구)의 답변이다.


"유아기에 누린 이 행복이 내 아이가 살아가면서 남을 배려하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기쁨을 알게 하고 앞으로 겪을 수 있는 문제와 갈등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건강하게 해쳐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꺼라고 생각합니다. 인지교육이야 아이 스스로 필요하다 생각할 때 시작해도 결코 늦은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행학습 없이 시작한 학교생활이라서 그런지, 내 아이는 학교를 아주 좋아하고,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신기해하며 즐기고 있습니다. 해맑은 생활이 부모로서 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개원행사를 준비하는 홍보이사 연필(임수진, 지우엄마)은 이렇게 얘기한다.


"해맑은식 보육방법이 최고라고는 말하지 못합니다. 삶의 기준과 방식이 다양하듯 해맑은 역시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보육방법중 한 가지일 뿐입니다. 그러나, 시설과 교육과정, 교사 등 부모가 개입할 필요없이 모든게 갖춰진 시설에 아이를 보내고 데려오기만 하는 쉬운 길을 두고 처음부터 끝까지 고민하고 선택하고 평가하는 이 어려운 길을 택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습니다. 아니, 너무 신이 납니다. 맞벌이를 하면서 야근도 해야 하고 출장도 가야 할 때, 내 대신 엄마 역할을 해줄 이웃이 해맑은에 있습니다. 어느 누구와 육아문제로 밤을 새워 얘기를 할 수 있겠어요? 육아문제는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이고, 이렇게 중요한 일 앞에 같이 논의하고 방향을 함께 할 수 있는 해맑은 보육방식이 내겐 최선이라 감히 얘기할 수 있습니다"


10년 전과 지금은 보육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조기 유학생의 연령은 점차 저연령으로 확대되어지고 있으며 유아때부터 입시를 앞둔 학생들 마냥 경쟁사회에 길들여지기 위해 각종 급수시험에 시달리고 있다. 부모들은 점점 더 많은 것을 아이에게 주고 싶어 한다. 그렇게 많은 것을 익히고 똑똑해진 아이들이 정말 행복할까?


왕따, 아이들간의 폭력, 성 문제 등 심각한 사회 문제들 역시 빠르게 저연령으로 확대되어지고 있다.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10년을 맞은 해맑은 어린이집은 향후 10년을 계획하며 다시 처음을 생각한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는 기쁨을 더 많은 이웃과 누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로 또 밤을 지새운다.



                                                     2007.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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