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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웃음-임붕영 지음
  글쓴이 : 윤이아…     날짜 : 06-12-18 14:21    
▣ 저자 임붕영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실제 삶을 그대로 담고 있다. ‘웃음 바이러스를 전파하여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저자는 현재 안산공과대학 호텔외식산업과 교수이며 유머경영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웃음 경영, 유머리더십 등의 다양한 주제로 특강과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우리는 웃기는 리더를 존경한다』, 『고객을 춤추게 하는 서비스 리더십』, 『고객을 행복하게 하는 서비스 바이러스』, 시집 『옷을 벗어야 날개가 난다』가 있다. ▣ Short Summary ‘성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성공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부정적 사고로 자신과 세상을 향해 분노를 일삼는 사람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일 것이다. 또한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를 인정하고, 긍정적이며 적극적인 사고를 갖는 것에서 웃음, 즉 성공이 시작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긍극적인 면에서 웃음은 부나 명예, 권력이 주지 못하는 진정한 성공, 즉 행복을 가져다준다.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이든 그것은 결국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 아니던가? 셰익스피어는 ‘웃음은 천 가지 해를 없애준다’라고 했다. 웃음에는 그만큼 신비한 힘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김 차장’은 외국계 금융회사의 잘 나가는 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졸지에 구조조정으로 실직을 당하게 된다. 마흔의 나이에 실직자란 딱지를 붙이고 절망의 나락을 헤매던 그는 아버지가 계신 고향집을 찾아가게 된다. 근심 어린 얼굴의 아들에게 아버지는 묵묵히 소찬에 조촐한 밥상을 차려내고, 밀짚모자 하나를 건네며 어린 시절 자주 찾던 계곡에 다녀오라고 권할 뿐이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보며 때론 원망 섞인 푸념을 늘어놓기도 하고, 읍소에 가까운 하소연을 내뱉기도 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저 별다를 것 없이 자연스러운 일상을 독려하며 아들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기 내면에 잠재된 자기긍정의 힘을 찾아가도록 돕는다. 아버지의 메시지에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당위론도 없고, 현란한 수식어로 포장된 원칙도 없다. 다만 모든 일의 시작은 바로 자기 자신에서 비롯된다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금 되새기게 할 뿐이다. 아버지는 조용히, 하지만 강렬하게 말한다. “얘야, 네 인생은 네게서 시작된단다.” 그러고는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 ‘마음을 다스리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의 중요성’을 스스로 깨닫게 도와준다. 신은 우리들 각자에게 이미 웃음이란 가장 귀한 선물을 주셨다. 다만 우리가 바쁘다, 외롭다, 먹고살기 힘들다 등 갖가지 이유로, 혹은 세상 탓만 하며 웃을 일이 없다고 외면해 버렸을 뿐이다. 지금이라도 자신 안에 살아 있는 위대한 힘을 찾아야 한다. 무엇이든 연습이 필요한 것처럼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어떤 상황에서건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는 것 역시 연습이 필요한 일이다. 『아버지의 웃음』은 진정한 성공을 이루기 위한 연습을 도와줄 것이다. ▣ 차례 1장 상처 입은 나무가 단단한 법이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세상이 네게만 모진 게 아니란다. 2장 삶의 참된 모습을 보아라 비워야 채울 수 있다. 현명한 사람은 마음의 가르침을 따른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살아라 3장 아들에게 주는 삶의 지혜 성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성공한다. 스스로 믿는 만큼 행복해진다. 인생은 오직 자신과의 게임이란다. 4장 주저앉지 말고 다시 시작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가족 옷을 벗어야 날개를 펼 수 있다. 모든 일에서 웃음을 찾아라. 5장 아버지가 남긴 소중한 선물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웃을 수 있다면 웃음을 나누는 법, 받아들이는 법 아버지의 웃음 임붕영 지음 청림출판 / 2006년 4월 / 199쪽 / 9,800원 상처 입은 나무가 단단한 법이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그는 말없이 산을 올랐다. 산중에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다리는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건만 그저 묵묵히 정상을 향할 뿐이었다. 이렇게 목적 없이 산에 오르기 시작한 지도 벌써 6개월이나 흘렀다. 그는 그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서 산에 올랐다. 자신을 반겨 줄 친구는커녕 가족마저 자신을 홀대하는 상황에서 이제 산만이 유일한 대화 상대요 친구였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그는 왜 멀쩡하게 생긴 동년배들이 출근시간에 산으로 향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그들과 똑같은 행색으로, 도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산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는 더더욱 생각지 못했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혔다 풀렸다를 반복했다. 그러는 동안 그는 산꼭대기에 다다랐다. 무심코 맑은 하늘 아래로 펼쳐진 도심을 내려다보던 그의 눈앞에 지난 세월이 흑백필름처럼 오버랩이 되었다. ‘내가 이렇게 한심한 사람이었나.’ 불현듯 ‘나는 무엇인가’라는 자기 연민과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엄습해 왔다. 그는 답답한 가슴을 쥐어뜯으며 소리소리 질렀다 얼마나 소리를 쳤을까, 누군가 그의 등을 토닥였다. “형씨, 그만하쇼. 차츰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질 거요. 소리쳐야 달라지는 건 없다오. 빨리 잊고 털어야지. 그게 형씨를 위해서도 좋을 거요.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형씨만큼 상처를 가지고 있다오. 잘 나간다고 주위의 부러움과 시샘을 받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자리를 잃어버린 거지. 나 또한 가족들의 눈초리도 매섭고 집에 있으면 숨통이 막혀 심장이 멎을 것 같아서 산에 오르기 시작했소. 형씨는 어쩌다 이리 됐소?”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는 자신이 잘 나가던 외국계 금융회사 간부였다는 것도, 어느 날 간부회의에 들어가니 구조조정 대상 리스트에 자신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도, 다음 날 홍콩 출장길에 오를 예정이었는데 갑작스레 날벼락을 맞았다는 것도, 갑자기 동료들의 눈빛이 달라졌으며 그들에게서 배신감과 인간관계의 허망함을 느꼈다는 것도 말 할 수 없었다. 뉘엿뉘엿 지는 해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조심스레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파트 입구에서 경비원 김씨가 그를 반갑게 맞았다. 김씨가 건네준 우편물에는 법원 소인이 낙인처럼 찍혀 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들었다. 조심스레 우편물을 뜯어본 그는 오히려 담담했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3년 전 배짱 좋게 50평 대 아파트로 옮기던 때가 생각났다. 2억 원 정도 대출을 받긴 했어도 분명히 다른 동기들 보다 빠르게 재테크에 성공한 것이었고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그에게 족쇄가 돼버렸다. 갑작스레 수입이 끊어진 상황에서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갚지 못한 채 몇 달이 지났다. 다음날 아침, 그는 아내에게 어떻게든 이야기를 꺼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아내를 불렀다. 설거지를 하던 중이었는지 아내는 한쪽 고무장갑을 벗어 들고는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이야기를 꺼내려다 말고 다시 신문을 찾았다. 아내는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 갑자기 소리쳤다. “당신, 대체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예요? 애들 보기 창피하지도 않아요? 당신이란 사람, 이렇게 대책 없는 사람이었나요? 일할 때는 일 핑계로 가족들 생각은 하지도 않더니 이 상황에서도 당신은 당신 생각뿐이잖아요?” 잠시 후 아내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아내의 울부짖는 하소연을 뒤로하며 집 밖으로 나섰다. 아내의 울부짖는 소리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엉켜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다시 돌아왔을 때, 아파트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열쇠를 찾아 문을 여니 어둠에 쌓인 텅 빈 집이 흉물스런 괴물처럼 버티고 있었다. 갑자기 자신이 혼자라는 것이 실감됐다. 그렇게 아내가 집을 나간 지 3개월, 아내마저 떠난 집안의 침묵은 마치 그를 조롱하는 듯 했다. 아내에 대한 서운함이 밀려오자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다. 아내가 떠난 이후 줄곧 통증이 가시질 않고 있었다. 이튿날 아침, 그는 날이 밝자마자 배낭을 꾸렸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서 혼자 지내는 것도 이력이 났고, 어디 바람이라도 쐬고 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터미널은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의기양양하게 터미널로 들어선 그는 매표소 앞에서 멈춰 섰다. 딱히 갈 곳이 없었다. 목적지…. 그는 문득 자신이 지난 시절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앞만 보고 달려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구번호 아래에 적힌 행선지를 쭉 둘러보았다. 낯선 도시의 이름들, 그 때 푯말 하나가 그의 시선을 잡았다. ‘서산 당진’, 그의 고향이었다. 평생 땅을 일구며 살고 계시는 아버지가 계시는 고향. 그는 주저 없이 티켓을 끊어 차에 올랐다. 세상이 네게만 모진 게 아니란다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 마을의 풍경은 익숙했다. 잠시 자신이 처한 상황쯤은 잊어버리고 이 순간을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이내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께는 뭐라고 말을 하지?’ 머릿속이 깜깜했다. 아버지는 고추밭에 물을 주고 계셨다. 갑작스런 아들의 방문에 아버지는 함박웃음을 지어 보이며 반가워하셨다. “아니, 연락도 없이 웬일이니? 직장 일도 바쁠 텐데…. 여기까지 뭐 하러 왔어?” 그는 아버지의 물음에 적당히 얼버무렸다. 아버지는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드셨는지 다시 물으셨다. “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아버지는 오랜만에 고향집에 내려온 아들의 얼굴을 자꾸만 쳐다보았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한 그는 마당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아버지는 벌써 밭일을 나갈 채비를 하고 계셨다. 그들은 아침을 먹고 정자나무 밑에 앉아 먼 들판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버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그는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다.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아버지를 속여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못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처지를 숨기는 것은 아버지를 기만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버지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소탈하게 웃으시며 그를 위로했다. “살다 보면 별일 다 겪는데 걱정 말거라.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이고, 또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는 것 아니겠니. 상처 입은 나무가 단단한 법이다.” 아버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밭일을 나가셨다. 한참만에 아버지는 밭에서 콩 다발을 짊어지고 오셔서 양지바른 곳에 나란히 늘어놓았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한참동안 콩 다발을 나르며 썩은 콩 가지를 골라내셨다. 아버지는 하던 일을 마치고 일어나시며 한마디 하셨다. “이왕 온 거 며칠 쉬었다 가렴.” 부자는 저녁상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았다. 아버지는 몇 가지 나물 반찬을 그 앞으로 밀어 놓을 뿐 말씀이 없으셨다. 한 참 만에 아버지가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 이제 어떻게 할 참이냐? 어디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니?“ 그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동안 생각해 왔던 것을 말씀드리기로 마음먹었다. “아버지, 저 이 참에 사업이나 할까 해요.” “사업?” “그래서 말인데요, 아버지, 창업자금 좀 빌려 주세요. 나중에 갚을게요. 이 나이에 어디 회사에 다시 들어 갈 것도 아니고 메뉴를 몇 가지 개발해서 음식점이나 하나 내면 먹고사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그는 절박한 심정으로 아버지에게 말을 했다. 한참만에 아버지가 말문을 열었다. “얘야, 사업은 잠시 덮어두는 게 좋겠구나. 네게 빌려 줄 돈도 없지만, 설령 돈이 있다고 해도 나는 네게 돈을 빌려주지 못하겠다.” 그는 냉랭한 아버지의 태도에 잠시 당혹스러웠다. 순간 그는 직장에서 자신을 내몰던 상사의 눈빛이 떠올랐다. 겉으로는 위로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자신을 비웃고 경멸하고 있었다. 그토록 모질고 차가운 눈초리를 아버지에게서 다시 만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서러움이 목을 타고 넘었다. 삶의 참된 모습을 보아라 비워야 채울 수 있다 다음날 아침 두 사람은 서너 시간 동안 뙤약볕을 맞으며 밭의 잡초를 뽑고 거름을 주었다. 전날의 서운함이 남아 있었던 그는 그저 묵묵히 일만 했다. 한참만에 허리를 편 아버지가 그를 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농사꾼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니?” “흙이나 날씨 아닌가요?” “그래, 그렇지. 하지만 그건 내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게 아니지. 날씨야 하늘이 정해 주시는 거잖니. 하지만 마음가짐은 그야말로 내가 마음먹기 나름이거든. 누구나 사람들 마음 안에는 긍정과 부정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가 살고 있지. 그 두 녀석들은 언제나 사람을 괴롭혀. 서로가 사랑을 받으려고 싸우고 난리법석이거든. 그런데 그 두 녀석이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으냐?” “글쎄요,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는 거 아닌가요?” “대학까지 나온 녀석이 이렇게 쉬운 걸 모르니? 당연히 네가 먹이를 많이 주는 녀석이 이기지!” 아버지는 이렇게 이야기하고는 어린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으셨다. 그는 심란한 자신을 두고 아버지가 참으로 실없는 농담을 하신다고 생각했다. 저녁식사 후 부자는 대청마루에 마주앉았다. 그들은 오랜만에 보름달을 벗삼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버지는 그 앞에 오디주 한 동이를 내놓으셨다. 부자는 하늘 가운데 걸린 휘영청 둥근 보름달을 보며 술잔을 기울였다. 그때, 아버지가 일어나 벽장에서 백지 한 장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자, 여기에다 네가 버려야 한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모두 적어 보렴. 지금 너를 괴롭히고 있는 것을 모두 기억해보렴.” 그는 불신, 시기, 부정, 자존심, 지나친 경쟁심, 허망한 꿈, 사소한 일에 흥분하는 것, 남과 비교하는 것, 옛 동료들에 대한 분노 등 자신을 괴롭히던 잡다한 감정에서부터 라이벌 관계라는 이유로 그가 미워했던 동료들의 이름까지 빽빽이 적어 내려갔다. 아버지는 종이를 한번 쭉 훑어보더니 그에게 그것을 아궁이에 넣고 모두 태우라고 권했다. 그는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종이를 불 길 속으로 밀어 넣었다. 아버지가 나직하게 그에게 말했다. “이제, 그런 것들은 네 안에서 다 떨쳐 버려라. 하지만 정말 네가 버려야 할 것은 아직 못 버린 것 같구나. 애비는 네가 그것을 어서 찾아 털어 버리고 또 네게 정말 필요한 것을 찾았으면 좋겠다.” 현명한 사람은 마음의 가르침을 따른다 전날 술이 과했던지 그는 아버지가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다. “얘야, 일어나거라. 해가 벌써 중천이구나. 나가서 동네 한 바퀴 돌고 오렴. 시골 공기가 보약이란다.” 그는 아버지가 권하는 대로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동네를 돌아본 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한참 동안을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그는 알싸한 아침공기를 만끽했다. 가슴까지 시원해지고 머리가 맑아졌다. 아침상을 무른 아버지는 밀짚모자를 하나 꺼내 그에게 내밀며 다녀올 곳이 있다고 했다. “운산에 있는 고란사 계곡 있지? 거기에 좀 다녀오려무나. 간 김에 마애삼존불상까지 다녀오렴.” 무조건 다녀오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따라 그는 마애삼존불상이 있는 산으로 향했다. 그런데 산을 오를수록 그는 왜 아버지가 그곳에 다녀오라고 하셨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의문을 풀 열쇠를 찾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며 산비탈을 올랐다. 고란사 계곡에서 20여 분을 오르니 마애삼존불상이 온화한 미소로 그를 맞았다. 그 미소를 보니 왠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졌다. 부지런히 움직였더니 점심때를 맞춰 돌아올 수 있었다. 마을 어귀 밭에서 고추를 따시던 아버지가 그를 환한 미소로 반겨 주셨다. “그런데 아버지, 대체 거긴 왜 다녀오라고 하신 거예요?” 아버지는 그의 물음을 듣지 못한 것 마냥 아무 말 없이 하던 일을 계속하셨다. 식사를 마치고 부자는 정자나무 그늘에 마주 앉아 멀리 익어 가는 들판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얘야, 머리에서 가장 멀리 있는 게 뭔지 아느냐?“ “그야, 발가락이죠.” “겉으로 보이는 건 그렇겠지. 그런데 있잖니, 머리에서 가장 먼 건 마음이란다. 그렇다면 머리와 마음이 대립하면 어떻게 될까? 두 녀석이 싸움이라도 하면 누가 이길 것 같으냐?” 그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아버지의 의중을 알아차릴 수도, 수수께끼 같은 질문의 답을 찾을 수도 없었다. “하하, 그게 그렇게 풀기 어려운 문제였더냐? 사람에게는 누구나 머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려할 때가 있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는 마음의 가르침을 따르고, 밖에 나가서는 머리가 가르치는 대로 행동하지. 그런데 현명한 사람일수록 혼자 있을 때나 밖에 나가 여럿이 함께 할 때나 마음의 가르침을 따른단다. 그런데 말이다. 마음이 이기려면 굳게 걸어 잠근 마음의 문을 열 열쇠가 필요하단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고 쉽게 답이 찾아지지 않았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살아라 그는 막 동이 터 오는 것을 보며 마을 뒷산을 올랐다. 전날 풀지 못한 수수께끼 때문에 잠을 설쳐서인지 몸이 무거웠다. 산을 오르면서 그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곰곰이 되씹어 보았다. 아버지는 차분하게 이야기하셨지만 분명히 정곡을 찌르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길을 내려오면서도 그는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동안 마음이 편해짐을 느꼈다. 무언가를 고민하면서 편안함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아버지는 논에 나가실 참인지 고무장화를 꺼내 신고 계셨다. 그도 밀짚모자를 하나 챙겨들고 아버지 뒤를 따랐다. 아버지는 비탈길에 자리 잡고 있는 천수답으로 올라가셨다. 자식들은 아버지가 너무 고생스러우니 이 논을 파는 것이 어떻겠냐고 여러 차례 권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괜찮다며 이 논을 고집스레 지켜 오셨다.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워 묶으며 아버지가 그에게 말했다. “네 어미와 솥단지 하나 가지고 분가해서 고생 끝에 장만한 논이란다. 여하튼 나는 내 땅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는 꿈도 못 꿨어. ‘나는 만날 이 모양 이 꼴로 살아야 하나’ 고민도 참 많이 했단다. 그런데 네 어미는 어땠는지 아니? 네 큰형을 들쳐 매고 남의 집 일을 다니면서도 뭐가 그리 좋은지 들에 가면 들노래를 부르고, 논에 가면 휘파람을 불면서 일을 하는 거야. 한번은 내가 ‘자네는 힘들지도 않은가?’라고 물었지. 그런데 웬 걸, 네 어미가 뭐라고 했는지 아니? 글쎄 뭐가 힘들대요?‘ 이 들에서는 내 새끼 밥이 나오고, 저 논에서는 내 새끼 옷이 나오는디요.’ 이러더구나. 그러면서 ‘노닥거리지 말고 일 좀 하소. 만날 한숨만 푹푹 쉬면 쌀이 나옵니까? 돈이 나옵니까? 흙은 거짓말 안 합니다. 그저 자기를 예뻐해 주고, 쓰다듬어 주고, 보듬어 주면 지 걸 다 내놓습디다.’라고 하더구나.” 아버지는 말을 마치시고는 살짝 고개를 돌려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셨다. 그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들에게 주는 삶의 지혜 성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성공한다 다음날 아침, 두 부자는 더덕을 캐기 위해서 괭이를 짊어지고 산에 올랐다. 얼마 오르지 않아 부자는 야트막한 산 중턱에 다다랐다. 그때 아버지가 이마를 닦으면 그에게 말했다. “얘야, 이리 와 봐라. 여기쯤에 더덕이 많을 것 같구나. 그런데 더덕은 사람이 오면 숨는 버릇이 있단다. 서두르면 잡초만 헤집다 돌아가게 된다. 그러니 잘 찾아보렴.” 그는 아버지의 말에 기운을 얻어 풀숲을 헤치며 더덕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도대체 뭐가 뭔지 구분도 안 되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넋 놓고 있는데 아버지는 팔뚝만한 더덕을 열 뿌리 정도 캐들고 오셨다. “아버지, 아니 어떻게 그리 쉽게 찾으세요?”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으시곤 그를 쳐다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건 쉽게 캔 것이 아니라 집중한 게야. 산에 있으니 그냥 산에 집중을 한 것이지. 논에서 일할 때는 논에 집중을 하고, 밭에서 일하면 밭에 집중하고, 친구를 만날 땐 친구에게 집중하고, 술자리에선 막걸리에 집중을 하는 게지.” 생각해 보니 자신은 정말 온갖 잡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었다. 몸은 산에 와 있으면서도 마음은 온 동네를 다 헤매고 있었다. 아버지 말처럼 몸과 마음이 따로국밥이니 맛이 날 수도, 원하는 걸 찾을 수도 없었던 것이었다. ‘무엇이든 소중하게 여기고 집중해야 한다?’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그는 아버지의 지혜에 따라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있었다. 그거였다, 어떤 상황이건, 누구와 함께 있든, 어떤 일을 하든 그 순간, 일, 사람에 집중하지 못했다. 순간 한 장면이 그를 스쳐 지나갔다. “자네는 말이야. 다 좋은데 얼굴이 너무 굳어 있어. 그래서 어디 사람들이 자네를 믿고 따를 수 있겠어?” 자신이 믿고 따르던 조 상무가 그를 불러 놓고 한 말이었다. 구조조정 명단이 발표되고 나서 조 상무를 찾아갔을 때도 그는 그렇게 말했다. “자네는 다 좋은데 표정이 너무 어두워. 앞으로 어딜 가든 밝게 생활하게나. 건투를 비네.” ‘설마….’ 그는 더 지체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에게 확인을 받아야 했다. “아버지, 혹시 아버지가 말씀하신 그 열쇠라는 게 설마 웃음은 아니겠죠?” “하하, 왜 아니겠니! 얘야, 네 안의 웃음을 맛보렴.” 그는 잠시 멍해졌다. 입에서는 허탈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세상에, 내가 웃음을 잃어버려서 이 지경이 됐다고? 말도 안 돼!’ 그는 솔숲에 앉아 아버지의 말처럼 주변의 성공한 사람들 얼굴을 하나씩 떠올려봤다. 정말 그랬다. 아버지의 말씀처럼 성공한 사람들의 표정은 언제나 밝고 당당했다. 그들은 언제나 잘 웃었다. 별일도 아닌데 배꼽을 잡고 웃을 때가 많았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도 친절하고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묘한 에너지가 흐르곤 했었다. 스스로 믿는 만큼 행복해진다 그는 저녁 늦게까지 아버지가 말한 웃음에 대해 생각했다. 아버지는 결국 마음의 변화가 인생을 바꾼다는 말씀을 하고 계신 것이었다. 그는 식사 때가 된지도 모르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버지는 장지문을 열고 그에게 식사하러 읍내에 나가자고 청하셨다. 아버지를 따라나서면서 그는 아버지와의 외식이 참 오랜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쁘다는 이유로,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제대로 식사 대접 한번 못했다는 생각을 하니 코끝이 찡해졌다. 부자는 읍내에 새로 생긴 오리고기 전문점에 자리를 잡았다. 아버지는 불판에서 지글지글 맛있게 익는 고기를 연신 그 앞으로 밀어 놓았다. 세상 어느 아버지가 그렇지 않겠느냐 만은 언제나 자식들에게 말없이 힘이 되어 주신 내 아버지의 지난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거친 손이 부지런히 고기를 뒤집고 있었다. “아버지, 정말 웃음이 제 인생을 바꿔 줄까요?” “네게 달려 있겠지. 울거나 웃거나 그건 네가 결정할 일이지 않겠니. 널 울리는 것도, 웃게 하는 것도 네 자신이란다. 지금부터라도 실컷 웃어 보렴. 웃음을 배워 보렴.” “아버지, 정말로 아버지는 웃음이 인생을 변화시킨다고 믿으시는 거지요? 그리고 그 웃음을 배우면 제 인생이 정말로 변할 거라고 믿으시는 거구요.” “다른 것을 할 수 없으니 웃음을 배우겠다는 생각보다는 웃으면 성공한다는 믿음을 가져 보렴.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 않니?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잖아. 그러니 얘야, 웃음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것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하루하루 결심을 다져 보렴.” 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세상을 사는 이런저런 지혜를 나누며 부자는 맛있게 식사를 마쳤다. 인생은 오직 자신과의 게임이란다 다음날 아침, 그는 다른 날보다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나게 웃다가 잠이 들어서인지 몸이 개운하고 가뿐했다. 언제 일어나셨는지 아버지가 물통을 하나 들고 나오시며 산에 다녀오자고 청하셨다. 산 속의 공기는 참으로 신선했다. 산행은 2시간 여 동안 계속되었다. 그는 어느새 지쳐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하지만 팔순 고령의 아버지는 평지를 걷듯 가파른 길을 천천히 오르고 계셨다. 순간 그는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네가 도시에 살면서 건강이 많이 상한 모양이구나. 어렸을 때는 날다람쥐처럼 잘도 오르더니…. 건강도 연습을 해야 지킬 수 있단다. 웃음처럼 말이지.” “아버지, 좀 쉬었다 가시지요. 정말 좀 힘드네요.” “그래, 좀 쉬자꾸나. 앞만 보고 걸어가면 재미가 없지. 가끔은 쉬면서 뒤도 돌아보고 주변도 살피는 게 재미나단다. 얘야, 우리가 걸어온 길이 아름답지 않니? 저 길이 참 소중하지 않니? 정상만 바라보고 가다간 저런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릴 수도 있단다.” 그는 한동안 숨을 고르며 아버지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는 이제 아버지의 말에서 자연스럽게 인생의 지혜를 찾고 있었다. 처음에는 모질게만 느껴지던 아버지의 말에서 참된 진리를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아버지가 조용히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기를 쓰면서, 남을 비난하고 때로는 짓밟으면서 정상에 오르려고 하지. 자신이 오르는 정상에는 돌덩이만 있는데 그것도 모른 채 죽음까지 무릅쓰면서 아무 것도 없는 그곳에 오르려고 해. 그런 사람들은 정상은 화려하고, 풍요롭고, 영광스러운 자리일 거라고만 생각하지. 그리고 눈으로 보이는 산꼭대기만이 정상인 줄 알고 살아. 참으로 어리석게도 말이야.” 아버지의 말씀을 들으며 그는 다시 한 번 숙연해졌다. 지금까지 자신이 돌덩이와 거센 바람만이 기다리는 허무한 정상을 향해 소리치며 달려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주저앉지 말고 다시 시작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가족 그는 아버지와 열흘을 보낸 후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비록 창업자금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가장 값진 선물인 아버지의 웃음을 안고 돌아왔다.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삶을 대하는 긍정적 태도,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마음을 다잡으니 행복하기까지 했다. 그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집안 곳곳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는 굳게 닫힌 커튼부터 열어 젖혔다. 구석구석 쌓인 먼지를 닦아 내면서 그는 마치 마음을 억누르고 있던 짐을 벗어 던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날, 그는 한결 가뿐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았다. 실직 이후 집안에서 이렇게 달게 자 보긴 처음이었다, 그는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아버지, 저예요.” “그래, 잘 올라갔니? 그런데 아범아. 애비가 그 이야기를 한다는 걸 깜빡했구나. 우선 혜환 어멈부터 만나 봐야 하지 않겠니? 예로부터 가화만사성이라고 했다. 가족 안에서 웃음이 넘쳐나지 않으면 밖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공하기 어렵단다.” 전화를 끊고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내에게 어떻게 전화를 하지?’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용기를 내어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기 너머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아무 말 못하고 수화기만 붙잡고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전화기 너머로 아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혜환 아빠? 당신이에요?” 놀랍게도 아내는 자신임을 금세 알아차렸다. 그는 쭈뼛쭈뼛 대답을 했다. 그는 어색하게 대화를 이어 갔다. 마음속에서는 당장 만나자고 말하라고 소리치고 있는데 막상 말은 하지도 못하고 입에서 맴돌 뿐이었다. 용기를 낸 건 아내 쪽이었다. 연애 시절 자주 가던 명동의 찻집에서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고 그는 면도부터 하기 시작했다. 찻집에 도착하니 아내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그는 한동안 말없이 찻잔만 만지작거리다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여보, 내가 잘못했어. 내가 못나게 굴어서 정말 미안해. 회사에서 쫓겨났을 때, 나 정말 세상이 다 무너진 것 같았어. 내 옆에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나 다시 시작해 보려고 해. 그런데 아무래도 나 혼자서는 자신이 없어. 당신과 혜환이가 없으면 내가 무슨 낙으로 살겠어. 여보, 나한테 한번만 기회를 다시 주면 안 될까?” 고개도 들지 못하고 그는 아내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아내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아내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는 이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었다. 아내는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내와 눈이 마주친 그의 눈에도 눈물이 핑 돌았다. 옷을 벗어야 날개를 펼 수 있다 그는 주도면밀하게 일을 추진했다. 자신보다 시장을 더 잘 아는 전문가들에게 자문도 구했다. 모든 것이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되었을 때 그는 최선을 다해 작성한 사업계획서를 가지고 투자자를 모으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모두들 그의 경험이 일천하다는 것을 이유로 들며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거절을 당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상대방과 헤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러던 어느 날 거들떠보지도 않던 한 투자자가 그에게 투자하겠다는 연락을 해 왔다. 그랬다. 그 투자자는 그의 웃음과 진취적 자세에 점수를 주었다. 실력이면 모든 것이 다 된다고 생각하던 지난 시절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투자자의 도움으로 몇 곳에서 투자를 더 받게 되었다. 아내도 그를 돕겠다며 스파게티 전문점에 취직을 했다. 비록 주방 보조였지만 아내는 그곳에서 어깨 너머로 노하우를 배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두 사람은 지쳐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오는 날이 많았지만 서로 얼굴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가고 있을 무렵, 그에게 등기 우편물이 하나 도착했다. 삐뚤빼뚤 적힌 겉봉에는 아버지 함자가 수줍게 웃고 있었다. 봉투를 열어 보니 그 안에는 통장과 아버지의 편지 한 통이 담겨 있었다. 통장에는 어떤 날은 삼천 원, 어떤 날은 만 원, 그렇게 몇 년 동안 모아 온 돈 오백 만원이 들어 있었다. 그는 통장을 보며 아버지의 주름진 얼굴과 까칠한 손이 생각나 눈물이 핑 돌았다. 그는 마음을 다스리며 편지를 펼쳐 들었다. 아버지의 편지를 읽으며 그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가게 이름을 ‘스마일’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모든 일에서 웃음을 찾아라 한국식 스파게티 전문점 ‘스마일’은 차츰 자리를 잡아갔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고객들도 퓨전 스타일의 스파게티를 좋아했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매스컴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향해 나아가는 기분이었다. 그와 아내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생각지 못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맛있는 집을 소개하는 인터넷 게시판에 스마일의 음식은 맛있지만 직원들의 불친절한 태도로 인해 마음까지 행복하지는 않다는 내용이 올라온 것이었다. 파문은 일파만파 펴져 나가 그 많던 손님들이 일순간 끊어져 버렸다. 며칠째 파리만 날리는 가게에서 그는 죽상을 하고 앉아 대책 마련에 부심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직원 교육을 제대로 시켰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터지니 더 답답한 노릇이었다. 도대체 문제가 무엇인지 찾기 위해 그는 고민으로 일과를 보내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아내가 말했다. “여보, 우리 가게 이름이 뭐지요?” 아내가 뜬금없이 가게의 이름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아내의 이야기를 듣던 그는 문득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일단 마음을 새롭게 하기 위해 아버지께 다녀오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지난번 그렇게 다녀온 뒤 6개월만에 찾는 고향집이었다. 아버지는 겨울인데도 여전히 바지런히 하우스 일을 하고 계셨다. 그는 아버지와 사랑방에 앉아서 군불을 쬐며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 그리고 처음 고향집을 나서며 다짐했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왔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뵙고 온 그는 큰 전략을 다시 짜기 시작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웃음 거울을 직원 탈의실에 걸어 놓은 것이었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웃으며 시작하자는 의미였다. 하지만 직원들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미소는 지었지만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사람처럼 어색해했다. 그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직원들과 자주 대화하고 자주 웃었다. 무엇보다 직원들과 목표를 나누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꾸준히 직원들에게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고 다시 일어나자고 격려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작은 나무가 되어 가자 그의 가게는 하나의 숲이 되어갔다. 직원들의 표정이 변해 가면서 손님들도 다시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어느덧 스파게티 전문점 스마일은 예약 없이는 손님을 받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고객이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저기, 여기 사장님이시죠?” 얼마 전부터 스마일을 자주 찾는 중년의 고객이었다. “네 그렇습니다. 저희 집에 자주 오시는 손님이시죠? 오늘은 혼자 오셨나봐요. 자제분들이 참 귀엽던데….” 그의 말에 중년 남자는 기뻐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실은 오늘 제가 사장님께 부탁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꼭 들어주셔야 합니다. 제가 조그만 사업을 하는데 젊은 CEO들이 정기적으로 모이는 조찬 모임이 있어요. 거기에서 사장님께서 웃음에 관해 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거듭되는 간곡한 부탁에 그는 결국 더 사양하지 못하고 웃음에 관한 특강을 하기로 약속했다. 아버지가 남긴 소중한 선물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웃을 수 있다면 마음으로 전한 그의 강의는 성황리에 끝났다. 참석한 CEO들은 그의 말에 공감하면서 즐거워했다. 그들 중 몇몇은 자신의 회사에 와서 강의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그는 일주일에 한두 차례씩 기업체 강의를 하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사람이 자신인 것처럼 분노를 쏟아내던 그가 직장인들에게 웃음을 전하는 인도자가 된 것이다. “우리는 흔히 생각합니다. 학력이 뛰어나거나 실력이 있으면 행복할 거라고요. 그런데 지금 행복하십니까? 자, 이제 여러분 안에 살아 숨쉬고 있는 웃음을 보세요.” 경쟁에 쫓기고, 스트레스에 쌓인 직장인들에게 그의 강의는 살아 있는 메시지가 되었다. 가게도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올랐고 몇 곳의 분점을 내며 프랜차이즈로 발돋움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그에게 날아들었다. 아버지가 태풍으로 쓰러진 벼를 세우다가 쓰러지셨다는 것이었다. 정신 없이 차를 몰아 아버지를 찾아가니 아버지는 힘없이 병상에 누워 계셨다. 다행히 정신은 차리셨지만 아버지의 몸은 이미 마비되었고 말씀조차 하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버지는 그가 얼굴을 씻겨드리면 아이처럼 웃으셨고, 손을 닦아드리면 또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그렇게 며칠 그는 병상에 누워서도 웃음을 잃지 않은 아버지와 함께 했다. 그는 죽음의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뵈며 다시금 아버지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그렇게 며칠 후, 아버지는 결국 하늘로 오르셨다. 한 달 후, 그는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고향집을 찾았다. 한참 정리를 하던 그는 아버지의 앉은뱅이책상 서랍에서 편지 뭉치 하나를 발견했다. 편지를 읽어 나가던 그는 주저앉아 통곡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몇 년 전 자신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던 그때 아버지가 자신에게 쓴 편지들이었다. 그는 그것을 보듬어 안았다. 서러운 눈물이 한없이 흘렀다. 인생의 참 스승이신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마음이 아팠지만 한편으로 아버지의 인생이 자신의 삶 전체를 바꾸어 놓았음을 깨달았고 그것은 하나의 기쁨으로 다가왔다. 그는 비로소 아버지가 말씀하시던 웃음의 참 가치를 깨달았다. 웃음은 자신을 알고 극복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웃을 수 있다는 것은 진정한 능력이며 웃음을 나누는 일이 사랑을 나누는 것이라는 사실을. 웃음을 나누는 법, 받아들이는 법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는 웃음의 가치를 나누는 일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 안에서 살아 숨쉬는 웃음을 꺼내 일상에 적용시켰다. 일을 할 때나 사람을 만날 때도 항상 웃음으로 대했다. 그의 인생은 이렇게 달라져 갔다. 게다가 아버지의 웃음의 뜻을 이어가고 싶다는 소망과 아버지의 유언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사명감 또한 컸다. 모든 것이 다 잘 이루어져 갔지만 그는 자만하지 않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혼자 자라는 나무 아래는 아무것도 들지 않는다던 아버지의 말씀을 기억했기 때문이었다. 본 도서요약본은 원본 도서의 주요 내용을 5%정도로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원본 도서에는 나머지 95%의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보다 많은 정보와 내용은 원본 도서를 참조하시기 바라며, 본 도서요약본이 좋은 책을 고르는 길잡이가 될 수 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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