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 기획을 아무리 잘 해도 포지셔닝과 브랜딩에 성공하지 못하면 실패한다. 기껏 키워놓은 시장을 후발에게 빼앗길 위험이 있다. 상품과 서비스가 점점 더 감성화되어 가는 요즘 포지셔닝과 브랜딩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포지셔닝 positioning은 자신의 특성, 서있는 자리를 상징하는 닉네임 같은 하나의 추상명사다. 주위 친구들의 별명을 찾아보자. 천사표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라면 그 친구에 대해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누구는 민들레인가 하면, 또 누구는 황소일 것이다. 이런 정도라면 그 사람의 별명만 듣고도 그 사람의 특성을 짐작할 수 있으며 이런 별명을 가짐으로써 훨씬 더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별명이 다른 사람들이 불러주는 것인 반면, 포지셔닝은 스스로 붙이는 것이다. 스스로 붙일 수 있는 것이기에 광고에서처럼 거창한 이름을 붙이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게 된다. 한때 우리나라의 광고 문구가 거의 "동양 최대, 최초" 였던 것을 생각하면 될 것 이다. 만약 새로운 자동차를 만들었다면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안전한 차" 정도를 상징하는 무한질주 정도를 포지셔닝으로 삼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선, 자화자찬에 소비자들이 식상해진다. 또 가설이지만 그 보다 더 빠르고 안전한 차가 나온다면 그 차는 당장 시장에서 도태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자동차의 포지셔닝을 보자. 벤츠 자동차는 품위를 선택했고, 볼보 자동차는 안전이며, 아우디는 장인정신을 포지셔닝으로 설정했다. 이는 어떤 의미로는 컨셉의 차별화로 볼 수 도 있다. 볼보 자동차는 다른 자동차보다 안전 기준을 몇 배나 높여 잡고 있다. 여기에 비해 몇 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나왔던 자동차 하나는 질주 본능을 포지셔닝으로 삼아 사람들의 우스개가 된 적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 포르셰는 우리의 영웅이다. 자동차를 타고 질주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빠르다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하지 않는다.

스타벅스 커피라면 단순히 커피점이 아니라, 낭만과 여유가 있는 문화 공간이라는 것이다. 롤렉스 시계라면 시계가 아닌 보석이다. 미국 레브론 화장품 창시자 찰스 레브론의 말이다. 그는 친구들이 화장품 사업을 한다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고 했다. 그는 말했다. "나는 여성들에게 아름다움이라는 꿈을 판다" 이런 것들이 포지셔닝이다.

포지셔닝은 그저 듣기 좋은 편의적인 단어가 아니라 그 상품시장에서 사라질 때까지 자신이 지켜야 할 원칙이고, 소비자에 대한 약속이다. 그것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독특한 우동 국물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 몇 대를 이어 불을 꺼뜨리지 않았다는 일본의 어느 우동집 이야기가 포지셔닝의 전형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이런 점에서 아주 취약하다. 원칙이나 사람도 별로 없고, 지키려는 사람은 더구나 없다. 사훈이 있지 않냐고? 그것은 그냥 편의로 하는 말일 뿐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는 동안 우리는 일생의 지침이될 좋은 교훈들을 늘 교실 앞에 걸어놓고 공부를 했다. 그러나 그 교훈을 지금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그것을 실천했다는 사람은 아직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작은 장사에도 하나의 원칙을 가지라는 것이다.

브랜딩도 마찬가지다. 기능이나 특성을 직설적으로 나타내는 단어는 좋지 않다. 곧 진부해지고 만다. 그래서 비유적이거나 상징적인 컨셉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아니라면 아무런 관련이 없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차라리 무난하다. 아마존을 보자. 아마존이 책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에 유명해 지고 나면 아마존=인터넷 서점과 동의어로 소비자들의 뇌리에 각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닥은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 나는 소리를 딴 것이다. 우리에게는 찰칵 이지만 미국인들에게는 코크닥하는 소리로 들리는 모양이다. 상품의 컨셉뿐만 아니라 포지셔닝, 브랜딩 모두 선두를 흉내 내는 듯한 접근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사이버 아이템인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앞으로 만은 연구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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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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