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 논평, 노무현대통령의 개헌한 헌법개정시안 발표에 즈음하여
헌법은 한마디로 시대정신을 담는 그릇이다. 87년 직선제 개헌은 장기집권을 저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5년 단임제 직선제 개헌이 주된 개헌 내용이며, 불과 한달가량의 짧은 시간에 성안되고 합의되었다. 개헌이 시기상 어려운 이유는 없다. 오히려 시기를 놓치는 경우 더 어려워지게 된다.
87년 이후 20여년 동안 가히 문명사적 대변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 시대의 국민 생활과 관행, 가치, 규범, 남북관계 등 제반 분야의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하는 헌법 개정은 당리당략으로, 혹은 대권전략의 프리즘으로 걸러보는 것은 안된다. 나라를 이끄는 리더십은 국민을 중심에 두고 보아야 한다.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도 낡은 헌법을 고집하는 것은 정치적 책임유기이다.
한나라당은 개헌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계엄령을 해제해야 한다. 특히 나라의 미래를 이끌겠다고 나선 대권주자라면 적어도 개헌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만을 따지는 시각으로 개헌 문제를 바라보고 입을 닫아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통령의 개헌발의가 이뤄지면 개헌에 대한 논의에서 한나라당이 마냥 발을 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이제 정치적 의제를 책임있게 다루고 결정해 나가야할 원내 제1당의 위치에 있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가장 철저히 논의하고 결정해야할 정당이 바로 한나라당이다.
아무런 실체도 없는 18대 국회에서 개헌 논의를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안하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이번 17대 국회가 주도적으로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헌정사를 여느냐, 아니면 정쟁으로 시대와 국민의 요청을 거부한 채 역사의 오점을 남기느냐를 선택해야 하는 엄중한 국면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더욱 더 복잡해지는 국제 정세 대응과 국가경쟁력 제고, 민생 문제 해법을 찾아 나가야할 다음 정권이 출범 시점부터 개헌에 대한 모든 부담을 고스란히 지게하는 것은 어느 누구에도 유리한 해법이 아니다.
고진화의원은 2월 국회에서 국회차원의 개헌특위 구성과 개헌 발의를 제안한 바 있다. 유감스럽게도 법을 중심적으로 다뤄야 할 입법부에서 개헌 문제는 진지하게 다뤄지지 못했고, 결국 대통령의 개헌발의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막연히 다음 정권에게 개헌의 숙제를 떠맡기기 보다 현 단계에서 가능한 개헌에 대해 초당적 자세에서 국민을 중심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
현행 국민투표 제도에서 개헌을 하기란 사실 쉽지 않은 문제이다. 대통령이 발의한다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다. 당리당략이 개입될 수록 개헌의 숙제는 더욱 더 풀기 어려운 난제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초당적이고 대승적인 합의를 통해 국민들에게 구체적인 개헌의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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