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생활수급자 87세 할머니, 평생 모은 1,000만원 기부
시민이 만드는 생활밀착 뉴스/정보 - 카빙메이커투 : 강희숙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박영자(신정3동, 87세) 할머니가 2007년 2월 27일(화) 평생 모은 재산인 1,000만원을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가재환)에 기부했다. 수급자 할머니가 거액의 돈을 기부한 것은 2005년 1월, 김춘희 할머니에 이은 것으로 두 할머니는 한 동네에 살고 있다.

박씨 할머니는 900만원 전세에 살고 있는데, 한 사람이 누우면 꽉 차는 크기의 방에 살고 있다. 할머니가 본회에 기부 의사를 처음 밝혔을 때, 할머니의 집을 방문하고 전세금과 천만원을 합해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할 것을 권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정이 들어 이사하고 싶지 않고, 주인집과도 모녀지간처럼 잘 지내고 있기 때문에 이사하고 싶지 않다. 대신 어려운 사람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고 말해 할머니의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박영자 할머니는 20년생으로 강원도 문경군 가은면(현재 가은읍)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가 경찰이었으며, 당시 여자로서는 흔치 않게 상주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는 등 풍요한 삶을 살았으나, 6.25전쟁 이후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스무 살에 결혼했지만 남편은 얼굴 몇 번 보지도 못했는데 병으로 죽고 혼자가 되었다. 그 후, 줄곧 혼자 살면서 바느질로 생계를 꾸리다가 친구의 소개로 경주에서 약 15년간 아이를 키우며 남의집살이를 시작했다. 키우던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 더 이상 본인이 그 집에서 필요 없음을 느끼고,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에서도 딱히 할 일이 없고, 나이가 60이 넘은 상태였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취로사업인 새마을 일을 하며 조금씩 버는 것이 다였다.
박씨할머니는 오빠와 여동생이 있었다. 오빠는 젊은 시절 집을 나가 죽었다는 소식만을 접했고, 여동생도 일찍이 죽고, 남은 혈육은 조카인 여동생의 딸이 전부다. 조카도 남편이 폐암으로 일찍 죽고 두 딸을 혼자 키우며 인천에서 살고 있다는 것 뿐, 연락은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박씨할머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매월 33만원과 노인수당 5만원을 지원받아 생활하면서 끼니는 인근 복지관에서 해결하고, 전기나 가스, 보일러 등도 왠만해선 사용하지 않고 한 푼 두 푼 모았다. 남의집살이를 하며 모으기 시작한 돈이 1천만원이 되었다.
전세금 900만원을 제외한 전재산1천만원을 기부한 박씨 할머니는 "죽기 전에 좋은 일을 하고 싶었다"며, "기부를 한 후, 마음이 너무 좋다"며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옥탑방 김춘희 할머니를 오며 가며 만날 때마다, "바보같이 보일 만큼 환한 웃음이 좋아 보였다"며, "이제 그 웃음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재환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옥탑방 할머니의 기부 사연이 여러 차례 소개 되면서 비슷한 처지의 박영자 할머니도 기부를 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면서 "이런 따뜻한 사연들이 우리 사회의 나눔과 참여의 폭을 늘리고,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7.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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