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이영순의원실
며칠 전 출장을 위해 새마을호 기차를 타게 되었다.
평소 출장길에는 철도를 이용하곤 하지만 이날도 번잡한 역사를 오르면서 항상 기억에 남아있는 KTX 여승무원들을 떠올리게 하였다.
250일이 넘도록 눈물나게 싸워야 했던 그들이었기에 싸움의 현장을 지나는 것은 겨울만큼이나 차갑고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곤 한다.
KTX 여승무원의 기억을 잠시 뒤로하고 기차에 올랐다.
그런데 지나가는 새마을호 여승무원의 가슴에 달린 깃(리본)이 눈에 띄었다.
유심히 깃의 내용을 보았더니 ‘새마을호 승무원 외주화 반대’라는 글귀였다.
새마을호 여승무원들의 외주반대는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철도공사는 지난 11월 28일~30일, 공사가 직접 고용했던 새마을호 승무원들에게 계약만료를 일방적으로 알리고 동시에 KTX 관광레저로 옮길 것을 요구하였다고 했다.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철도공사에서 6개월에서 많게는 3년 이상 승무업무를 담당한 계약직노동자들 이었다.
철도공사는 새마을호 승무원들 중, 장기적으로 일한 계약직 노동자들을 철도공사 내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고용하는 방안은 모색하지 않고, 지난 감사원 감사에서 부실계열사로 지적받은 KTX 관광레저로 옮기는 것에 동의할 것을 강요하고, 옮기는 일에 동의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알려왔다는 것이다.
1년마다 위탁업무를 계약하는 계열사에 옮길 것을 요구하는 것은 철도공사가 고용에 있어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라고 했다.
지난 11월 30일에는 새마을호 승무원에 이어 300여명의 서울, 대전, 부산 차량정비단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계약만료 통보를 하는 등, 철도공사는 소속직원 300여명의 계약직을 외주용역업체로 돌리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었다.
비정규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한 달여... 지금 세상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겠다는 ‘보호법’은 세상 밖 어디에도 없어 보였다.
오히려 현재 철도공사처럼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 노동자들마저 계약만료라는 이유를 들어, 일방적 통보와 부실계열사로 옮겨갈 것을 요구한다면 결국 비정규직을 양산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 이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3년간 국회에서 논의 중이던 비정규직 법안이 허울 좋은 보호법안이고 실지로는 악법임으로 개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계속 법안처리를 막아왔었다.
그러나 이번 정기국회에서 결국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거대정당에 의해 개악법은 통과되고 말았다.
민주노동당은 2년짜리 단기계약자의 급증을 우려하였으며, 오히려 대부분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문제를 제기하여 왔었다.
하지만 우려가 현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정부의 공공산업인 철도공사가 비정규직 양산에 깃발을 들고 나섰다는 것은 비정규직 보호법을 무색케 하는 것은 어떤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역시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대책을 세운다고 하였지만, 이 역시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정책이 어디에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아직도 KTX 여승무원들은 길거리에서 싸우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이야기에 가슴아파하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과 설움을 눈물로 곱씹어야 했었다.
그럼에도 철도공사는 그들의 아픔은 고사하고 또다시 새마을 여승무원들을 제2의 KTX 여승무원들처럼 길거리에 내몰아 세우겠다고 한다.
“처음 이철 사장님이 사장으로 온 다고 했을 때 저희는 정말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줄 알았어요.”
용산역 뒷길, 2평 남짓한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KTX 민세원 지부장의 말을 어떤 책에서 읽었었다.
아직도 채 자리지 않아 파리한 머리를 하고 있을 여승무원 그리고 또다시 길거리에 나서야할지 모르는 새마을 여승무원들....
더 이상 그들이 가야할 곳은 차가운 거리가 아니다.
그들이 꿈꾸어야 할 곳은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진 일터이고, 그들의 정당한 권리가 꺾이지 않는 꿈이 되어 실현되기를 나와 우리가 함께 나서야 한다.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07-01-04 01:26:47 카빙뉴스에서 복사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