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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일 출국자 수 및 원/엔 환율 추이
  글쓴이 : 이찬수     날짜 : 07-01-29 10:28    
 

대일 출국자 수 및 원/엔 환율 추이

LG경제연구원 원엔 환율 하락 일류(日流) 확산시킨다

 

                           시민이 만드는 생활밀착 뉴스/정보  - 카빙메이커투 : 이찬수

‘일드(일본 드라마) 마니아’를 자처하는 고경남씨는 요즘 흐뭇하다. 2년 전 인터넷 동호회 게시판에서 자신이‘강추’했던 병원 소재 드라마가 한국판으로도 정식 제작돼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자신의 안목이 인정받은 셈이다. 우리나라 대중문화 전반에서 ‘일류(日流)’가 확산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격세지감이다. 15년 전만 해도 일본

노래를 드러내 놓고 듣는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었다. 일본 영화와 드라마는 수입과 방영이 금지돼 있었고, 그나마 보따리상을 통해 들어온 음악 CD나 젊은 층

을 상대로 한 연예잡지를 바라보는 시선도 따갑기만 했다.

 

요즘은 어떤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일본 가수가 일본어로 된 노래를 부르는 공연에 노골적인 거부감을 표시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해서 만든

한국영화가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고 국민들은 이에 환호한다. 고씨 역시 이번 여름휴가를 북해도로 갈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돌아오는 길에는 HD 영

상이 지원되는 캠코더도 하나 장만할 생각이다. 유럽에서 제작된 클래식 음악 CD 몇 개도 쇼핑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가

단지 1998년 10월에 내려진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시장개방 조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실질 원엔 환율 사상 최저

 

한국과 일본 사이의 문화적 거리가 부쩍 가까워진 데는 원엔 환율의 하락이라는 경제적 요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7년 1월 24일 저녁 서울외환시장

에 고시된 원엔 환율은 770.05원으로 2006년 연말가격(781.83원)에서 11.78원이 떨어진 상태이다. 원엔 환율이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 접어들기 직전인 2004년1월 초

에 비해서는 30.8%나 떨어졌다. 엔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가 높아져 일본 여행이나 일제 자동차를 2004년 초에 비해 30% 낮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같

은 기간 동안 원 달러 환율이 21.6% 하락한 것과 비교해도 엔화에 대한 원화의 평가절상은 상당히 가파르게 이루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양국 물가수준의 차이를 고려해서 계산한 실질 원엔 환율은 사상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환율은 실제 거래의 기준으로 사용되는 명목환율이 양

국의 물가수준의 차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제 하에, 명목환율에 상대 물가지수(상대국과 자국의 물가수준의 비)를 곱해 줌으로써 산출하는 환율이다.

우리나라의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가장 적어, 상대적으로나마 균형에 가장 근접했던 1989년 1월의 실질환율을 기준치인 100으로 했을 때 2007년 1월 현재 실질 원엔

환율은 63.9로 1977년 원엔 환율이 고시되기 시작한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물가수준이 전반적으로 안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견조

한 상승세를 보여 온 반면에, 일본은 1990년대에 장기불황을 겪으며 물가와 금리가 지금도 모두 대단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명목환율이

지난 2004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데 비해, 실질 원엔 환율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000년까지 큰 변동성을 보인 조정기 이후로는 줄곧 하락세를 보

여 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서비스 수지도 적자로 돌아서

 

이런 원엔 환율의 하락으로 인해 가장 뚜렷이 나타난 한 가지 변화는 지난 2005년을 기점으로 대일 서비스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대일 서비스

수지는 최초 공표 연도인 1998년에 여행수지가 24억 달러가 넘는 흑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전체 서비스수지 역시 19.5억 달러 흑자였으며, 2001년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2005년 들어 사상 처음으로 7억3천만 달러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우선 고질적인 대일 기술종속의 징표와도 같은‘특허료 등 사용료 수지’항목의 적

자가 줄곧 항상 3억5천만~5억5천만 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욘사마 관광’열풍으로 자존심을 드높였던 여행수지도 2005년에는 7억3천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또, 2001년 일시적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던 운수수지도 다시 적자로 돌아서 2005년에는 3억3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으며, 통신서비스 수지는 1억 달러 미만의 규모

이기는 하지만 만성적인 적자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서비스수지의 이러한 적자 전환은 2006년에도 지속된 원엔 환율의 하락세에 따라 그 동안 만성적으로 고착화돼 온 대일무역수지 적자 기조가 이제는 여행, 교육, 통신

등 일반적으로 비교역재로 인식되던 서비스 분야로까지 확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일본을 방문하는 사람의 수가최근 원엔 환

율 하락 등으로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대일서비스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여행수지의 적자가 2006년에도 큰 규모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원엔 환율이 현

재와 같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이러한 여행수지 적자 확대는 하나의 추세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2003년 이후 일본으로의 출국자 수가 해마다 두 자리 수

증가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사업이나 업무, 회의참가 등이 아닌 관광 목적으로 일본을 찾는 사람의 비율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일본으로의

출국자 가운데 관광목적 출국자의 비율은 1998년 18.0%였던 것이 해마다 빠르게 증가해,2003년에는 처음으로 절반을 넘는 53.1를, 그리고 2005년에는 58.6%를 기록

했다. 한때 장사진을 이뤘던 대중국관광객 증가세가 주춤하는 사이에 20, 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일본관광이 새롭게 붐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대일 여행수지 적자

는 향후에도 전체 대일 서비스 수지의 적자를 지속시키는 최대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일 무역수지 적자 지속

 

원엔 환율의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무역수지의 규모와 내용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통관기준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이로 나타나는 무역수지의 적자 폭

이 확대되고 있는 점이 에 띈다. 대일 무역수지 적자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지속되는 현상이다. 하지만, 1998년 이후 적자규모가 급증하

기 시작해 2006년에는 253억 달러로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교역상대국 모두로부터 얻은 전체 무역수지와 일본과의 교역에서 발생한 무역수지 규모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최근 전반적인 수출경기가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전체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2004년 이후 원화 강세와 유가 상승으로 인해 축소되고 있다. 그런데, 일본과의 교역에서 발생하는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별로 줄어

들지 않고 있다. 전체 무역수지 흑자 규모와 대일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2005년에는 거의 비슷했으나, 2006년 전체 무역수지가 164억 달러 흑자, 대일 무역수지가 253

억 달러 적자로 전 세계 무역으로부터 얻은 흑자보다 대일무역에서 발생한 적자규모가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일본과의 무역이 적자가 아니라 균형을 이뤘다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흑자액이 2.5배로 늘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무역수지 적자 주범, 자본재에서 원자재·소비재로 변화

 

아울러,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는 상품의 품목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실질 원엔 환율이 하락 추세를 나타내기 시작하는 2000년을 기준으로 1996년과 2006년 두 시점의

주요 대일 수입품목(MTI 3단위 기준) 가운데 수입액 규모의 순위가 상승한 품목과 하락한 품목을 나타낸 것이다. 수입액 규모 순위가 상승한 품목은 철강판, 플라스틱

제품, 기초유분 등의 원자재와 자동차, 영상기기, 취미오락기구 등의 소비재가 주로 차지하고 있다. 반면 순위가 하락한 품목에는 반도체제조용장비나 계측제어분석기,

금속공작기계 같은 자본재 품목이 많다.

 

대체로 원자재 및 그 가공품과 일반 소비재의 순위가 상승하고, 흔히 자본재로 분류되는 기계, 전기 관련 각종 장비류의 순위가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 실질 원엔 환율

이 하락 추세로 전환된 2000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2000년 이전에는 자본재 위주의 수입이 이루어지던 것이 2000년 이후에는 원자재와 소비재 수입의 증가율이 더

욱 높아진 것을 부문별 연평균 증가율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원자재의 수입증가율이 크게 높아진 것은 원엔 환율의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이 많이 상승했고, 그 상승분이 그대로 우리나라의 수입가격으로

전가된 데 힘입은 바가 크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수출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중간재로 투입되는 원자재에 대한 수요물량 자체도 꾸준히 늘어났다. 일본으로부터의 자

본재 수입 역시 우리나라의 수출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수출물량이 많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르는 투자는 부진했기 때문에 일본으로부터

의 자본재 수입 증가율은 다소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재의 경우, 전체 대일 수입 가운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최근 들어 원엔 환율 하락

으로 원화 표시 일제 디지털 카메라나 캠코더, 승용차 등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일본산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소비재 수입 증가율이 높아졌다. 원엔 환

율의 하락이 지속되는 한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일무역 역조 개선 통해 경제의 내실을 기해야

 

요컨대, 국내 투자가 부진해 자본재에 대한 수요가 위축돼 있는 상태에서도 대일무역역조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는 일본의 소재산업이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판

매가격에 충분히 전가시킬 수 있을 정도로 품질경쟁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양국 간 상대 물가지수의 함수로 나타나는 실질환율의 하락으로 인해 가격경

쟁력까지 지니게 된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일본 제품, 일본 문화에 대해 과거 우리 사회가 가졌던 부정적이었던 시선도 최근에 와서는 크게 바뀌었다. 그 덕에 일본

제품뿐만 아니라 오락, 여행 같은 서비스에 대한 수요까지 크게 확대돼, 서비스 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섰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기술 격차는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고들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본 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구비해, 수출 시장에서의 공

세를 늦추지 않을 조짐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와 일본이 글로벌 시장에서 대표선수로 내세우는 주요 수출품목 가운데 서로 중복되는 품목의 비율이 늘어나 우리나라 국

내 시장 잠식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도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글로벌 시장에서 돈을 벌어 절반이상을 일본에 바친 셈이다. 그런데, 이제는 상품무역뿐만 아니라 여행 등 서비스 부문까지 적자를 내는‘대일경상수

지 적자 시대’의 고착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원화 강세, 엔화 약세의 시대가 양국 간의 상호 이해와 친밀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글

로벌 시장에서 열심히 벌어들인 알맹이를 소재, 부품, 기술을 들여온 데 대한 몫으로 고스란히 일본에 넘겨야 하는, 재주는 한국이 넘고 돈은 일본이 버는 구조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연구원

        

2007.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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