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가 빈번한 겨울철에 소방방재청이 시스템 오류로 인한 전화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휴대전화 중 앞자리 ‘0’이 눌러지지 않아 연결되는 전화가 하루에도 수백통씩 걸려와 이를 응대하느라 진을 빼고 있는 것.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4일 “전 국민에게 휴대전화가 보급되면서 유사번호로 걸었을 경우 시스템상 문제로 119로 넘어오는 경우가 늘고 있어 애를 먹고 있다”며 “처음에는 친구나 애인을 찾는 한가한 전화 내용에 당황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 버렸을 정도”라고 말했다. 011-9***로 시작하는 휴대전화의 경우 앞자리 번호 ‘0’의 접속이 불량하면 나머지 번호를 제대로 입력해도 119 화재신고로 연결된다는 게 소방방재청의 설명이다.

실제로 직장인 김모(25) 씨는 애인에게 전화를 할 때마다 계속 화재신고로 연결돼 스스로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김씨는 “소방서에서 장난전화로 오인해 발신자추적을 하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며 “그 때문에 휴대전화 기기를 새로 바꿨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3년간 소방서에 걸려온 장난전화는 총 40만여건에 달했다. 2004년 18만6000여건, 2005년 14만3000여건, 2006년 10만여건 등 장난전화의 총 건수는 줄고 있지만 여전히 매년 10만건을 넘고 있다. 또 갈수록 그 유형이 단순 허위 신고에서부터 어린이 장난전화, 정신이상자의 전화, 인생상담 요구, 정치인 비판 등 다양해져가고 있다는 게 소방방재청의 설명이다. 허위 화재신고로 인한 직접 피해액만도 240억원에 이르지만, 처벌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간 40여만건의 허위 화재신고에도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100만원 한 건에 30만원 2건 등 단 3건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