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즈 아버지, 모교응원 아들, 배구경기장서 격돌

광주 전국체전이 부자(父子)의 정을 갈라놓았다.

10일 오후 2시 전남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제88회 전국체전 배구 남자고등부 광주(전자공업고)와 충북(제천산업고)대표팀간의 예선전 경기에 아버지와 아들이 각각 다른 팀 응원석에서 부자간 응원전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광주시 시민 서포터즈 단장 문오권(48)씨와 문혁(17) 부자(父子).

이날 경기에서 문오권씨는 200여명의 서포터즈를 이끌고 충북 대표팀 응원에 나섰다. 하지만 얄궂은 운명의 손길은 문씨의 큰아들 문혁군을 반대편 자리에 앉혔다.

이날 광주대표로 출전한 광주전자공업고가 다름아닌 문혁군이 재학중인 학교였던 것.

예선전임에도 경기장의 열기는 결승전을 방불케 할 만큼 뜨거웠다. 경기 휘슬이 울리기도 전에 양팀을 향한 응원전은 불꽃을 튀겼다.

"아이가 다니고 있는 광주전자공업고의 학부모운영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지만 오늘만큼은 아들 그리고 광주팀의 반대편에 서서 응원할 수밖에 없다. 충북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최고의 응원전을 펼치겠다." 문오권씨의 다짐에는 한치의 양보도 보이지 않았다.

문혁군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학교, 우리시의 대표팀이 꼭 승리할 것이다. 아버지보다 훨씬 큰 목소리로 광주팀에 힘을 실어줄 생각이다." 부자(父子)의 날선 신경전을 뒤로한 채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다.

광주와 충북 대표팀은 모두 배구 남자고등부 우승권 안에 들어있는 강팀. 초반부터 경기는 치열한 양상을 띠었다. 충북 제천고의 조직력과 광주 전자공업고의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있는 공격력이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하지만 경기의 흐름은 서서히 광주대표팀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광주 전자공업고는 오른쪽 주공격수 서재덕(3년) 선수의 선전에 힘입어 1세트 25대 14, 2세트 25대 17로 내리 두 세트를 따내며 승리에 바짝 다가섰다.

충북대표팀 서포터즈 응원석에 비상이 걸렸다. 다친 다리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있던 문오권씨는 목발대신 양손에 응원기를 쥔 채 사력을 다해 충북팀을 향해 파이팅을 외쳤다.

반면, 이미 승기를 잡은 광주대표팀 응원석은 다소 여유가 있어보였다. 문혁군이 엷은 미소를 띤 채, 멀리서 땀에 흠뻑 젖은 채 응원에 열중인 아버지를 바라봤다.

충북대표팀을 따라 원정응원 왔다는 이상기(44·제천시)씨는 "아들이 배구선수로 뛰고 있어 전국체전이 열리는 전국을 돌아다녀봤지만 이곳 광주만큼 대규모로 서포터즈를 조직해 열성적으로 응원해준 곳은 처음이다. 광주시민들의 친절함과 배려에 감사한다"며 양팀 응원석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마지막 3세트. 초반 충북대표팀은 주전 윤혁주(3년) 선수를 내세워 막판 뒤집기를 시도했다. 9대 8로 역전에 성공한 순간, 충북대표팀 서포터즈 응원석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홈팀 광주대표팀은 충북대표팀의 추격을 25대 23으로 뿌리친 채 세트스코어 3대 0으로 승리를 따냈다.

경기는 끝났지만 응원석의 열기는 아직 식지 않았다. 경기를 마친 충북대표팀 선수들이 서포터즈 응원석 앞으로 와서는 성원에 감사하는 인사를 했다. 서포터즈 역시 뜨거운 박수로 선전한 선수들에게 격려를 보냈다.

잠시나마 등을 돌렸던(·) 아버지와 아들도 해후를 했다. "축하한다" "고생하셨어요"...아버지와 아들은 잠시 휴전에 들어갔다. 체전이 끝날 때까지 부자의 전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같은 예감이 들었다.

2007.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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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빙메이커투 : 이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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