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 퇴원생 국립종합대학 음악과 입학

비행청소년 전문 교육기관인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안양소년원, 교장 성우제)에서 생활했던 박은정(21,가명)학생이 국립종합대학 관현악과 2008학년도 정시모집 합격, 오늘 대학 새내기가 되었다.

"내가 나를 넘어서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자신과 씨름하며 어렵게 공부 해온 박은정(21,가명)학생이 국립종합 대학 2008학년도 신입생 정시모집에 합격하여 오늘 입학식에 참석 했다.

새봄과 함께 대학 새내기가 되어 캠퍼스 이곳저곳을 구경한 은정이는 결코 쉽지 않았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힘들게 이 자리에 선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생활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해봤다.

은정이는 예쁘고 믿음직스러운 딸로 여섯 살 때부터 배우기 시작한 피아노 실력이 자신감을 더해 주었고 "의욕적이고 리더쉽이 있다"는 선생님들의 칭찬도 곧잘 들었다.

하지만 사춘기가 쉽게 지나가지 않았다. 마냥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이 재미있어 빗나가는 딸을 안타까워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학교생활마저 엉망이 되어가고 있을 즈음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법원에서 7호 처분을 받고 2005년 10월 28일 안양의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에 왔다. OA반에 배정되어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던 은정이는 관현악반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마음을 잡아 나갔다.

학예회 때 선생님, 친구들, 부모님 앞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내가 아직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나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해서 컴퓨터 관련 자격증, 네일아트, 피부관리사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도전해 10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음대에 진학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은정이가 진학하고 싶은 학교 실기시험에는 피아노 이외에 다른 악기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 문제였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학교에서는 마림바를 구입해 주고 외부 선생님의 개인지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관현악반을 지도하는 박승익 선생님은 은정이 옆에서 매일 연습 사항과 실력을 확인해 주고 진학에 필요한 정보와 준비사항 등을 챙겨 주면서 차근차근 입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퇴원을 연기하면서 대입검정고시를 본 후에는 정심학교 근처 쉼터에서 생활하며 낮에는 수능 준비를 위해 학원에서 공부하고 저녁에는 다시 학교에 와서 악기 연습을 쉬지 않았다. 지난해 초여름부터 겨울까지 정심학교의 저녁하늘에는 은정이가 연주 하는 악기소리가 매일 울려 퍼졌다.

"저는 소년원 학교에서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했고, 학교에서 배려해준 덕분에 대학 실기시험도 잘 볼 수 있었어요"라고 하며 "솔직히 소년원 출신이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할 수는 없지만 그 곳을 제 꿈의 비밀 아지트라고 생각하고 있어요"라는 말도 했다.

또한 "우리학교 선생님들은 제 나이또래 아이들이 워드3급 자격증만 받아도 잘했다. 잘했다. 솔직히 초등학생도 합격하는 자격증이잖아요. 그렇지만 그 칭찬에 기분이 좋아져요"하며 "사실은 혼난 일도 많았어요. 특히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거나 자기 일을 다른 사람에게 미룰 때는 눈물을 쏙 빼놓으시죠"라고 했다.

김임화 교감은 "은정이가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 공부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하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우리학교 강당에서 연주회를 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며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지난 2월 25일 은정이는 가족들과 함께 정심학교 후배들의 졸업식에 참석하여 보호소년지도위원이 주는 희망장학금도 받았다. 후배들 앞에 서있으려니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꼈다고 하며 "음악으로 세상을 밝게 하고 가족, 이웃, 사회에 그리고 내가 있는 곳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정심 학교 입구에는 쓰이는 사람 되라는 말이 새겨진 큰 돌이 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달려온 은정이는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는 듯 했다.

2008.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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