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을 가르치기 전에 얼른 무엇인지 무슨 문제가 나오는지 확인해보고 가르친다면 어느 정도 학창시절 기억만으로도 누구나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정도로 깊이 있고 다각적인 설명을 하는 건 불가능하지요.

관광을 가서 가이드의 설명을 들을 때도 재미있고 깊이 있는 설명과 그냥 수박 겉핥기식 설명은 전혀 다르다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사실상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지지 않고 설명하는 설명은 그 문화재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방해만 되는 일이 왕왕 있습니다. 그것이 왜 중요하고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으며 왜 놀라운 것인지를 그것이 만들어지던 상황과 같이 설명해서 ‘아! 그랬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문화재가 새롭게 보인 적이 저는 몇 번 있습니다.

중학교 교과서에 삼각함수가 가장 뒤에 나오는 탓에 삼각함수를 제대로 하지 않고 고등학교에 가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고등학교에서 나오는 삼각함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라기보다는 접근 방법이 전혀 잘못된 경우가 많습니다.

중학교에서는 직각삼각형의 빗변과 높이 혹은 빗변과 밑변의 비로 싸인,코싸인을 설명하지요. 따라서 삼각함수에서 음수가 나오지 않습니다.  고등학교의 삼각함수에서는 단위원(반지름이 1인 원) 위의 점들의 X 좌표와 Y 좌표로 접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간단한 방정식에서 반드시 x 가 좌변에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문제를 풀다가 자꾸 틀리는 학생도 꽤 많이 있습니다.

5=2+x

5-x=2

-x=2-5

-x=-3

x=3

반드시 이런 식으로 x를 반드시 좌변에 데려다 놓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학생들이 꽤 있는데요.

5-2=x

3=x

로 하면 안 되는 것으로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다는 말이지요.

제가 그렇게 가르치는 것을 직접 본 것은 아니니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답답한 노릇이지요. 위의 경우처럼 간단하다면 별 탈이 없겠지만 숫자나 식이 복잡해지면서 게다가 음수를 다루다가 자칫 실수를 해서 틀리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수학은 무언가를 편하게 하기위한 도구이지 어렵게 하기위한 도구는 아니지 않습니까?

다방면으로 입체적으로 알고 있어야 다방면으로 설명도 가능합니다.

중학교에서부터 계속적으로 나오는 함수와 방정식 부등식은 중고등수학의 거의 대부분이라 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모든 단원의 답을 내는 과정은 결국에 가서는 거의 예외 없이 방정식을 풀어야 하지요. 로그건 미분이건 수열이건 확률이건 모든 단원에서 문제를 푸는 마지막 과정은 방정식입니다. 함수를 포함하는 방정식 형태가 되지요.(정의역 등의 제한이나 최소 혹은 최대를 구하는 형식으로)

게다가 대개 이차방정식입니다.

따라서 이차함수와 이차방정식을 모르고는 어떤 단원도 무제를 풀기가 어렵게 됩니다. 미분을 아무리 잘해도 답은 낼 수가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자신이 미분이 안 되는지 이차방정식이 안 되는지도 알 수 없게 됩니다.

사실 이차방정식이나 이차함수는 수능에는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학년이 되어서 다시 하려면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반드시 확실히 해두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 이 이차함수와 이차방정식 이차부등식은 하도 쓰이는 데가 많아서 입체적으로 하나의 스토리로 이해해야 합니다. 따로따로 잘 할 수도 없거니와 혹 잘 한 다해도 실제 문제에 부딪혀서 해결하는데 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학생이 처음 이차방정식을 접할 때(중3)부터 이차함수와 이차방정식, 이차함수와 이차 부등식을 그래프와 함께 통으로 이해를 하도록 자꾸 상기시켜주어야 합니다.

함수와 방정식도 그림으로 입체적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벡터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이 그림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소용이 없지요.

이번 판사 피습사건의 발단이 성균관대학교 입시문제 잘못에서 시작되었다는 건 많은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 문제가 벡터문제였지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문제더군요.

벡터를 그림은 완전히 무시하고 식으로만 접근해서 문제를 냈다가 삑사리가 난 사건이더군요.

아마 자기들이 정답이라고 내놓은 앞부분을 두 번 해서 증명을 하라는 문제를 냈던 모양입니다.

 벡터는 말할 것도 없지만 함수와 방정식도 그림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프를 미술 하는 학생 뎃생 연습하듯 수도 없이 그려보아야 합니다.

또 한 가지를 들자면 중고등학교과정 전체에 걸쳐서 흐르는 흐름을 알아야 합니다.

초등학교에서 구구단을 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누구나 그 정도는 하고 있지요.

그것만큼이나 인수분해 공식은 중요하고 빈번히 쓰이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중삼이나 고등학생까지도 인수분해공식을 완벽하게 외우지 못하는 학생이 상당히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초등학교에서 구구단을 외우지 못하면 집에도 보내지 않고 반드시 외우도록 하듯이 중3 고1은 인수분해공식을 반드시 ‘딸딸’외워야 합니다.

그런 점을 지적해주어야 하지요.

각각의 단원마다 깊이 이해해야 하는 것과 숙달되도록 연습해야 하는 것, 외워야 하는 것 등의 강조점이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이런 것을 알려면 중고등학교 수학의 흐름을 전반적으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부모님들도 중1부터 고2까지에 나오는 수학책의 순서만이라도 확인해서 지금 우리아이가 무엇에 중점을 두어야 할지를 한번쯤 확인 해두는 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