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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불교, 세계화 위해 활동반경 넓힐 때
  글쓴이 : 카빙편…     날짜 : 08-10-27 13:16    

 

[노재환 교수] 칼럼 - 불가에서 전하는 생명살림의 메시지

단풍이 고개를 드는 계절이다. 어느 산이나 푸름에서 울긋불긋한 파스텔톤의 옷으로 바꿔 입기 시작한 요즘, 그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감탄의 도가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관 좋은 곳, 사람들이 쉬어갈 만한 곳에는 어김없이 사찰이 위치해 있다. 사찰은 비단 불자에게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쉼터로 자신을 조용히 되돌아보고 발심하여 원력을 세울 청정도량으로써의 역할을 충분히 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국보의 80%가 불교유산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대부분은 불교문화재가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불교를 배제하고서는 얘기가 안 된다. 이는 정신적인 사상 구조는 물론이거니와 특히 우리나라 문화를 형성하는 골격에 있어서 절대적인 역할이 되어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떤 사물을 볼 때,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사물의 형상과 크기가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불교 또한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그 양상이 크게 달라짐을 확인할 수 있다. 아직도 산사에 가면 뜨거운 물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 그에 따른 단적인 예라 하겠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혹여 뜨거운 물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될까 조심스러워서다. 요즘에는 흔치 않은 일이지만 옛날 고승들은 길을 갈 때에 지팡이로 땅을 툭툭 치면서 다녔다고 한다. 작은 미생물들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밟히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사찰의 일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생명존중사상을 구현하는 생활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살생계율의 생명존중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채식문화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채식에 관해서 관심 갖게 된 계기가 되었고,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그 외에도 생태적 순환을 말해주는 전통양식의 사찰인 해우소, 음식물 찌꺼기 하나 남기지 않고 씻어서 먹는 발우공양의 전통, 생명살림의 원력을 세우는 방생법회 등 다양한 생활문화 속에서 실천 지침들을 제공받아온 셈이다.

특히 음식물 찌꺼기 하나 남기지 않고 씻어서 먹는 발우공양의 전통은, 최근 음식물쓰레기로 인해 쓰레기 매립장에 큰 문제로 되고 있고 그 처리 비용으로 1년에 5조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또한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어 굶고 있고, 북한에서는 약 350만의 동포가 굶어 죽어가며 고통 받고 있는 요즘 우리에게 단순히 음식물을 아낀다는 차원을 넘어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참된 실천방법을 일깨워주며 사물에 대한 참된 성품을 지닌 옛 고승들의 삶은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생활양식의 일부로 이해하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육식은 채식을 하는 것 보다 훨씬 많은 자원을 낭비하는데, 사람들의 먹거리로 도살되는 동물의 생명은 매년 200억에 달한다. 이러한 동물들의 사육을 위해 벌채되는 숲은 매년 한반도의 남한만한 크기이며, 벌채된 숲은 몇 년 후 사막화된다. 또 벌채되는 숲으로 인해 멸종되는 생물 종은 매년 최소 1천 종에서 최대 1만 여 종에 달한다.

불교적 가치관으로 볼 때 육식소비문화는 대단히 반생명적이며, 불살생의 계율을 어기는 것이다. 불살생의 생명운동으로서의 채식문화는 단순히 고기를 먹지 말라는 계율의 금제가 아닌 불살생, 생명살림운동의 적극적인 모습인 것이다. 불교도들이 앞장서서 고기를 먹지 않아도 되는 문화를 만들어 감으로써 채식은 환경문제 해결에 대한 불교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불교와 불교사상이 던지는 생명살림의 메시지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 우리의 생활양식의 일부로 재차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무수하게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 또한 불교의 전통문화 속에 묻어 있는 여러 가지 삶의 지혜로 해결 방안들을 충분히 모색해 볼만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최근 한국불교가 위기를 겪고 있다. 그 동안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면서 실재적 인간의 본성을 밝고 맑게 해주는 일환으로 음악, 미술, 건축, 공예, 의학 등 불교를 매개로 문화와 사상으로 무장해 1천 6백 년 동안 꾸준히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며 한국의 큰 기둥으로 역할을 다했던 불교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더딘 발걸음을 내딛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몇몇 시민단체의 활동에 힘입어 조금씩 활동반경을 넓히고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만 보인다.

여기서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말은 위기는 곧 기회라는 것. 무구하고 장대한 역사에 비해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에 있음을 감안해 볼 때, 다시금 옛 전성기를 되찾아 세계화하는데 아낌없는 노력과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물론 불교의 현대화 과정에서 다소 뒤로 밀린 내용들도 있지만 관심을 가지고 우리의 생활들을 반성하고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타 종교와 비교하면서 생겨나는 포교전략을 비롯한 여러 가지의 열등의식은 이제 버리고 불교는 불교대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해 나가는 것과 사회에서 필요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현재 역대 조상들의 수행력으로 오늘을 살고 있고, 그런 "과거를 갉아먹으면서 살고 있는 불교, 미래를 준비하지 않고 있는 불교"라는 비판과 오명을 더 이상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사회단체와 불교 내 단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힘을 합쳐 공동으로 대처하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대응하여야 할 것이다.

도움말- 동방대학원대학교 문화교육원 / 명리학과 노재환 교수

 

2008.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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