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자회견은 용산 참사의 현장에서 세입자로써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희생된 동지들과 함께 싸워온 민주노동당 용산4구역 세입자 대책위를 비롯해 왕십리 세입자, 고척시장 세입자 등 서울에서 뉴타운재개발로 인해 온갖 피해를 받고 있는 세입자들이 용산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재발방지책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이것의 실현이 있을 때까지 국회 앞에서 국민들과 함께 투쟁하겠다는 선포의 자리입니다.
87년 박종철군의 투쟁정신이 철거민에게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용산참사가 발생했던 2009년 1월 19일에 무릇 1987년 1월 14일이 생각났습니다. 1987년 1월 14일은 박종철 학생이 용산에 있는 남영동 치안본부에 연행된 뒤 "탁!"했더니 "억!"하고 죽었다는 날입니다. 2009년 1월 19일은 생존권의 사지에 몰려 죽음을 각오하고 살기를 바랬던 철거민들이 남영동 바로 옆에 있는 한강로에서 경찰의 화마에 의해 희생되었습니다. 1987년 박종철군도 2009년 철거민들도 공권력에 의해 숭고한 생명을 희생당해야 했고, 1987년 1월 박종철 사망사건으로 분노를 참지 못해 거리로 나왔던 시민들이 2009년 1월에도 거리로 거리로 나오고 있습니다. 필시 2009년 1월과 2월은 1987년 박종철 군의 투쟁정신이 다시 살아오고 있습니다.
철거민들이 투쟁을 선포합니다.
어제 언론에서도 보도되었듯이 용산참사에 대해 검찰은 그 진상을 왜곡하고 편파적으로 수사를 종결지으며 참사의 책임을 희생자에게 덮어씌우려 하고 있습니다. 이에 세입자로써 온갖 희생과 고통을 받아온 우리는 또 한 번 국가권력에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으며 얌전히 앉아서 진상이 밝혀지기만을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판단합니다. 이명박 시대에 역시 국가권력은 1% 부자들의 더 큰 부를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알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99% 국민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지를 이명박 정권에게 똑똑히 보여주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머리띠를 질끈 묶고 이곳 여의도로 달려왔고 투쟁을 시작하겠습니다. 세입자들이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저항을 불러일으키겠다는 큰 다짐을 갖고 투쟁에 임하겠습니다.
사실, 오늘 우리 세입자는 임시국회를 맞아 용산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실질적인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의장과의 면담을 신청했었습니다. 그러나 국회의장은 일정상의 이유를 들어 면담을 허락해 주지 않았습니다. 어떤 일정이 그리도 중요했는지는 몰라도 2009년 2월에 용산참사만큼 정치권이 시급한 것이 또 무엇이 있을지 되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국회의장과의 면담이 무산된 지금, 면담을 구걸하기보다는 세입자들의 요구사항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그것이 다시 국민의 목소리로 모아져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실질적인 재발방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 요구사항을 오늘부터 각 정당 대표들과의 면담을 통해 강력히 전달하고자 합니다.
먼저 진상규명을 위한 요구입니다.
용산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당장 추진하라!
오는 5일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는 죽은 자를 두 번 세 번 죽이는 또 다른 살인적 행위임을 밝힙니다. 공권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 희생자들이 또 다시 국가권력에 두 번 죽임을 당하는 참상을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정당들에게 강력히 요구합니다. 용산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추진하십시오. 더 이상 이명박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는 검찰을 대한민국의 공명정대한 검찰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여당인 한나라당,
정말 이명박 대통령을 임기까지 잘 모시고 싶다면 지금 들끓고 있는 국민의 분노를 살피고 지금 당장 특검을 추진하십시오.
야당인 민주당, 민주노동당, 자유선진당, 그리고 창조한국당,
진정 국민의 희망과 대안이 되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특검을 추진하십시오.
도정법을 비롯한 각종 개발 관련 법안들을 전면적으로 개정하라!
둘째, 현재 진행 중인 모든 뉴타운 재개발을 중단하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등 개발 관련 악법을 전면 개정하십시오.
그동안 강제철거의 법적 지지가 되어 주었던 도정법이 위헌심판의 도마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현행 도정법 49조 6항의 '관리처분계획의 공람·인가 절차'를 보면, 도시정비 사업에 대한 구청의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되면 해당 지역 건물의 소유자·세입자의 사용·수익권은 정지되어 사실상 영업권이 박탈되지만 그 손해 및 피해에 대한 보상 규정은 아예 없어 헌법 23조 3항에 보장된 재산권과 보상권을 침해했으며, 헌법 14조에 보장된 주거·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해왔습니다. 오는 2월 6일 위헌제청에 대한 판결이 있게 될 예정입니다. 양심있는 법의 판단을 99% 서민의 마음을 모아 기대하겠습니다.
이를 계기로 모든 정당들은 도정법을 비롯한 각종 개발 관련 법안들을 전면적으로 개정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이미 서울지역의 세입자들과 영세 가옥주들이 여러 시민사회단체 및 전문가들과 함께 모여 관련 법안의 개정 방안을 마련하였고 지난 2월 2일 민주노동당 브리핑을 통해 발표되었습니다.(아래 내용 참조)
-아래-
용산4구역과 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 당장 2월 임시국회에서 다음의 사항을 포함하여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1) 공공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① 광역공공개발 방식이 강화되어야 한다
- 광역기반시설에 대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부담을 강화해야 한다.
- 인허가권을 통한 통제를 강화하고, 개발 단계별로 공공의 개입을 높여야 한다.
② 공공 재정을 확대하기 위해 개발이익환수를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2) 세입자의 주거·생존권이 확대보장되어야 한다.
① 임대주택, 주거이전비 보장 및 자격기준 요건이 확대되어야 한다.
② 임대주택 의무건축 비율을 30% 이상 확대해야 한다.
③ 임대주택 부지를 공공자금으로 투입되는 기반시설화하여야 한다.
④ 무주택 세입자에 대한 주택 우선 분양권을 부여해야 한다.
⑤ <철거세입자주거안정기금>을 조성하여 저리로 대출해줄 수 있어야 한다.
⑥ 영업손실 보상내역 투명성 강화를 위해 상가 감정평가 세부내역서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
⑦ 상가세입자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공사기간 중 임시상가시설을 보장하고 공공임대상가를 제공해야 한다.
⑧ 동절기 강제 퇴거를 원척적으로 금지하고 보상 합의 전 명도집행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⑨ 불법 철거용역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3) 재개발 사업에서 주민의 민주적 참여가 확대보장되어야 한다.
① <세입자 참여 조합원 제도>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
② 각 지자체내에 <개발민원협의회>(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상설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③ 조합의 민주적 운영을 강화해야 한다
- 각 단계별 총회 의결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서면결의서가 아닌 직접참여조합원 과반 참석에 과반 의결)
- 각종 정보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일정한 조합원의 서명이 있을 시)
- 주민설명회의 상시적 개최를 의무화해야 한다
- 사업단계별 결정시 동의율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4) 원주민 재정착률이 확대되어야 한다
① 순차식/순환식 개발방식과 임시주거주택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② 중소규모 서민주거용 주택 건립을 의무화해야 한다
③ 공사비 절감을 통해 재정착률을 확대해야 한다.
- 분양가 상한제는 유지되어야 한다.
- 표준계약서를 지침화하고 공사도급계약서를 인가화해야 한다.
2월 4일, 오늘은 세입자들이 처음으로 국회 앞에서 투쟁을 하기로 선포하는 날입니다. 철거민이라는 입장이 되기 전에는 구호하나도 힘차게 외치지 못했던 우리가 이제는 투쟁의 선봉으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낮에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국회 앞에서 싸우겠습니다. 밤에는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밝히겠습니다.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할 수 있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다시는 이러한 참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데 국민들과 함께 싸워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2월 4일(수)
민주노동당 용산4구역 세입자 대책위, 왕십리 세입자 대책위, 고척시장 세입자 대책위
2009.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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