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국민의 뜻과 여론에 따라 법을 만들고 개정하는 것이 임무이다. 이를 위해 국회법은 법률이 개정과 제정에 대하여 대단히 엄격한 절차를 규정해 놓고 있다. 국회의원은 이 절차를 엄수해야 하는 당연한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러한 민주적 절차와 의무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국민 다수가 우려하고 있는 법들을, 정상적 절차를 무시하고 단독으로 무리하게 처리하려는 시도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기가 될 것이다.
한나라당 의총이 국회 결정과 같다면 전두환 체제의 국보위와 무엇이 다른가?
한나라당의 85개 '직권상정 예고법안'들은 국회법이 정한 절차를 심각하게 위반 하고 있다.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국민의 뜻을 반영하기 위한 민주적 절차를 전혀 지키지 못하고 있다.
첫째, 한나라당이 직권상정을 예고하고 있는 법안 85개 중 상임위와 법사위의 심사를 정상적으로 완료하여, 국회 본회의 상정요건을 충족한 법안은 단 1건도 없다.( <참고> 한나라당 직권상정 예비법안 85개 법안제출 및 처리현황 분석)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의 원칙만큼 절차적 정당성 또한 중요한데, 한나라당이 직권상정하려고 하는 85개 법안은 절차적 정당성을 전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상임위에 상정도 되지 않은 상임위 미상정 법안은 모두 52개(61%)로, 이 중 지난해 말 본회의 직권상정 대비를 지시한 국토해양위 비밀문건 사건(12.18) 이후, 직권상정을 통해 처리하려고 크리스마스 전후에 다시 수정제출한 법안이 42건에 달한다.
이 법안들은 국회에서 전혀 논의되기는 커녕 상임위 의원들이 법안 리스트도 잘 모르고 있는 법들이다.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한 번 읽어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국회의장이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나머지도 33개 법안들도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법사위 심사를 거치지 않은 상태이다. 국회법상 절차를 완료하지 못하여 정상적으로 본회의 상정이 불가능한 법들이다.
국회법 제59조에서는 법률이 제출되면 15∼20일이 경과해야 의사일정으로 상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도 5일이 경과되어야 법사위에 법체계와 자구심사를 위해 의사일정으로 상정할 수 있다.
제93조제2항에서는 본회의 안건 상정에도 1일 경과 규정이 있어 법률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20∼25여일이 소요되는 것이다.
『의료법』과『혈액관리법』2건의 법률은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서 여러 건의 법률이 병합심의 되어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의 대안이 통과된 법률인데, 이 대안을 12월 29일 홍준표 의원 대표발의로 171명 한나라당 의원 전원이 재발의하여 제출하였다.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예고법안 85개의 대부분은 법안처리의 최소 필요조건을 규정하고 있는 국회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들 법안의 직권상정 처리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다.
<국회법 관련 조문>
제59조(법률안의 상정시기) 위원회는 발의 또는 제출된 법률안이 그 위원회에 회부된 후 일부개정법률안의 경우에는 15일, 제정법률안 및 전부개정법률안의 경우에는 20일(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심사의 경우에는 5일)을 경과하지 아니한 때에는 이를 의사일정으로 상정할 수 없다.(하략)
제93조의 2(법률안의 본회의 상정시기) ①본회의는 위원회가 법률안에 대한 심사를 마치고 의장에게 그 보고서를 제출한 후 1일을 경과하지 아니한 때에는 이를 의사일정으로 상정할 수 없다.(하략)
국회의장의 사려 깊은 판단을 요구한다.
우리 헌정사에서 모두 18번의 국회의장 직권상정 사례가 있었으며, 국회의장의 경호권 발동은 6차례가 있었다. 가장 최근에 경호권 발동을 통한 직권상정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었다. 지난 17대 국회 4년간 의장이 직권상정한 법안은 단 2건이었다.
현 국회의장은 취임 6개월만에 지난 12월 12일 벌써 한 차례 직권상정을 통해 2009년 예산과 13개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 달도 채 지나지도 않은 현재, 다시 85개 부실·졸속 덩어리 법들을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여 통과시킨다면, 국회의 권능을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이 스스로 무너뜨린, '역사의 오점'을 남기는 의장이 될 것이다.
둘째, 직권상정 예고 85개 법안들 대부분이 사실상 정부가 추진하는 입법이면서 사회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의원에게 청탁하여 제출된 '청부 입법'으로 추정되는 법안들이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법률은 기본적으로 경직성이 강해 한 번 제·개정되면 되돌리기가 대단히 힘든 속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법률의 제정과 개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 심사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 논란이 예상되는 법들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의 충분한 토론과 논의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따라서, 법률의 발의권을 가지고 있는 행정부는 국민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정책들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 개정시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통과, 입법예고 등의 절차를 통해 국민과 언론의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다.
기부금 모금을 정부가 주도했던 10년전의 관치모금 관행으로 되돌리고자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개정을 정부입법계획으로 포함시켰다가 의원(손숙미, 11.23) 입법으로 추진하였다. 그러나 같은 법을, 정확히 한 달만에 일부수정한 채 심재철 의원이 12월 23일 발의했다가 하루 만인 12월 24일 철회하고, 공동발의자 한 명만 바꾼 채 바로 당일 재발의하는 사례가 있다. 자신들이 만든 법을 단 하루 만에 번복하고 다시 제출하는 웃지 못 할 사례인 것이다. 이는 졸속입법의 전형적 사례로, 얼마나 졸속적으로 만든 법을 한나라당이 직권상정 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의원입법의 졸속 사례는 문화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나타난다. 나경원 의원은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11월 3일 발의하였다. 이와 별도로 방송통신위원회는 11월 28일 인터넷 실명제를 전면 실시와 포털사업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제하는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한나라당은 나경원 의원 법안과 정부 법안을 하나로 묶어 12월 24일 성윤환 의원 대표 발의로 제출하였다. 재개정안을 급조하다보니 '과태료' 해당 조문을 '제75조(양벌규정)'로 명기하는 실수를 하였는데, 해당 조문은 제76조에 있다. 정부를 대신한 의원 입법이라는 편법으로 일거에 날치기 처리하기 위한 '졸속입법'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85개 직권상정 예고 법안들 대부분은 이러한 사회적 여론수렴 및 이견조정을 위한 공론화 과정을 의도적으로 생략하고, 한나라당 의원들을 통해 의원발의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하고, 직권상정으로 전격처리해 버리려는 비열한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한나라당 의원들 스스로가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의 국보위를 연상케 하며, '통법부' 국회로 되돌리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 존립근거를 심각히 훼손하는 것으로서, 한나라당 의원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권능을 모독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국회의 권능과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촉구한다.
셋째, 한나라당이 직권상정 예고 85개 법에는 'MB악법'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동안 민주당을 중심으로 야당이 수용할 수 없음을 천명했고, 수많은 기자들과 젊은 아나운서들까지 거리로 나서서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악법들을 그대로 직권상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대야당, 대국민 선전포고에 다름이 아니다.
언론·인터넷 장악·통제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언론을 정권홍보 도구로 전락시키려는 악법('신문법', '방송법', '언론중재법', '디지털방송법', '인터넷미디어 방송법',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 '전파법')
헌법이 보장한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반민주 악법('집시법', '집단소송법', '비영리 민간단체지원법')
재벌의 시장 경쟁력 강화보다는 국민경제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중소기업들의 설 자리를 더욱 줄어들게 만들 금산분리 완화 관련법('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80년대 민간과 정치사찰로 악명이 높던 안기부를 재건하려는 안기부회귀법('국가정보원법', '국가대테러활동법')
교육 및 농어민 재원의 안정성을 해치는 악법('교육세폐지법', '지방교육재정 교부세법', '농특세폐지법', '주세법')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무리한 금융민영화 및 금융규제완화를 추진하려는 법('산업은행법', '한국정책금융공사법',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법')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의무를 방기하는 법('국가균형발전법')
사회적 합의가 안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민영화를 추진하는 법('한국토지주택 공사법')
남북관계를 더욱 경색시킬 '북한인권법'등 MB악법들을 사회적 합의나 논의 과정없이 그대로 직권상정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악법들은 법안 내용에 있어서도 국민들의 삶을 크게 악화시킬 뿐 아니라, 절차상으로도 대부분 상임위에 상정도 되지 않아 국회 본회의 통과의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못한 상태이다.(22개, 81.4%)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이 같은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민주당은 국회의사당의 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침대삼고, 배달되어 온 도시락의 식은 밥을 성찬으로 생각하면서, 2008년의 마지막과 2009년의 새 날을 맞이하였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악법을 반드시 저지하고, 국민들의 자유과 권리를 지켜내고, 민주주의의 요체인 절차적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온 몸을 던질 것이다.
2009. 1. 2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박병석
2009. 1. 3
시민의 관점으로 시민이 만드는 생활밀착 뉴스/정보
카빙은 지속적인 행복의 기반을 창조하는 능력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생활기사 중심 보도
가공없이 보도자의 입장을 100%반영하는 보도
현명한 네티즌이 기존 언론과 비교하며 세상을 균형있게 보리라 믿음
카빙 보도자료 편집팀
- 카빙- cabing.co.kr
<저작권자 (C) 카빙. 무단전제 - 재배포 금지>
카빙메이커 상시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