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29일 오후 1시 20분 국회 정론관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정무위, 예결위 소속 의원)
여야 합의가 가능한 것처럼 이야기되는 '비쟁점 법안'은 단지 알려지지 않았을 뿐 '쟁점 법안' 못지 않은 치명적인 부작용과 폐해가 우려된다.
한나라당이 강행처리를 천명한 85개 법안 중 금산분리 완화, 출총제 폐지, 산업은행 민영화만 문제가 아니다. '쟁점 법안' 노골적으로 재벌과 기득권층에 특혜를 준다면, 민생으로 포장해 직권상정에 은근슬쩍 끼워 넣은 이른바 '비쟁점 법안'은 은밀하게 그렇게 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 국가재정법
국가재정법은 17대 국회에서 정부의 무분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억제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주도해 만들었다. 그러다 지난 10월, 추경이 국가재정법상 요건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황급히 만든 '자기 합리화' 법이다. 국민이 반대하는 감세 법안을 날치기 해놓고서 '세입 감소로 인한 세입 경정'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재정법을 개정하자는 '자가당착법'이기도 하다.
○ 농어촌특별세, 교육세 폐지
감세 법안과 예산안이 직권상정으로 날치기 통과될 때도 빠졌던 것이 농어촌특별세와 교육세 폐지였다. 직권상정으로 한나라당의 날치기에 일조했던 김형오 의장조차 차마 어쩌지 못했던 것이다. 한나라당도 더 논의하자고까지 했다. 그러나 이번에 '경제 살리기 법안' 목록에 버젓이 올라왔다. 전형적인 '뒤통수치기' 법안으로, 농업과 교육 재정 확보를 포기한 법안이다.
○ 한국주택금융공사법
현재 법으로 규정된 주택금융공사의 지급보증 한도를 금융위가 마음대로 정하게 하고 대출 한도나 다주택자 대출 제한도 임의로 풀자는 법이다. 경제 상황의 반영으로 집값 떨어질 때 다주택 보유자들이 마음껏 집을 사도록 돕겠다는 전형적인 '투기 조장' 법안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해야 할 정부가 거꾸로 다주택자들에게 집 더 살 준비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격이다.
○ 신용보증기금법, 기술신용보증기금법
대출해 준 돈을 받는 대신 투자로 상계 처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으로, 중소기업 지원이란 공공적 성격을 지닌 신보와 기보더러 수익 사업하라는 '본말이 전도된' 법이다. 또한 대출금을 상환받지 않고 투자로 전환할 경우, 자칫하면 기금 기본재산의 손실도 초래할 수 있다.
○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법
국민연금은 과도한 주식투자로 이미 천문학적 액수의 손실을 본 바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올 8월 현재 국민연금의 주식 부문 평가 손실이 8.5조원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것으로 모자라 이제는 농림수산업에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마련하기 위한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마저 주식 투자에 동원하려 한다. 농어민 지원에 들어갈 돈으로 주가 부양하자는 '벼룩의 간을 빼먹는' 법이다.
○ 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의한법률
결합재무제표 폐지하고 감사인 의무교체 제도 폐지해 기업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를 방조하겠다는 얘기다. 그나마 개선된 기업 투명성을 다시 뒤로 돌려 재벌에 대한 감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재벌의 전횡을 허용하는 '재벌 탈법 조장' 법안이다.
이처럼 한나라당의 '85개 법안'은 쟁점 법안이든 비쟁점 법안이든 상당수가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거나, 정상적인 논의도 거치지 못한 설익은 법안임은 물론이다.
금산분리 완화, 출총제 폐지, 산업은행 민영화와 함께 이들 법안이 통과되면 우리 경제의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될 것이다. 사상 초유의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가 감당할 수 없는 법안들이다.
'합의 처리가 가능한 민생 법안'이라지만, 실체가 불분명하다. '쟁점 법안' 뿐 아니라 '비쟁점'의 뒤에 숨어 재벌과 기득권층에 혜택을 주며 경제위기를 가속화시킬 법안들도 반드시 저지할 것이다.
2008.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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