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칼라 범죄 판결의 양형사유 분석한 경제개혁리포트 발표
피해변제와 개인적 이득 없고, 전과 없으면 대부분 집행유예
응보론적 관점에서 집행유예 남발, 형벌의 일방 예방적 기능 소홀
양형위, 합리적 양형기준 제정 공개해 '유전무죄' 논란 잠재워야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오늘 경제개혁리포트 2007-9호 '우리나라 법원의 화이트칼라 범죄 판결의 양형 사유 분석: 유죄선고를 받은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은 어떤 이유로 풀려나는가'를 발표하였다.
리포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에 대한 양형에서 법원이 주로 고려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경제개혁연대가 2000년 1월부터 2007년 6월 말 현재까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가법)상의 횡령 또는 배임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은 지배주주일가 및 전문경영인 중 그 양형사유를 확인할 수 있는 피고인 239명(1심 143명, 항소심 96명)의 판결을 분석한 결과, 법원이 가장 많이 언급한 양형사유는 ① '피해액 변제'(151명, 63.2%), ② '개인적 이득 없음'(135명, 56.5%), ③ '범죄전력'(119명, 49.8%), ④ '전문경영인 항변'(81명, 33.9%) 순이었다.
한편, 1심 또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피고인(전체 106명, 그중 지배주주일가 29명, 전문경영인 77명)만을 대상으로 양형사유를 분석하면 지배주주일가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의 일반적인 근거는 "회사의 피해를 변제하였으며, 다른 전과가 없고, 개인적 이득을 취한 바 없다"는 것이다.
한편, 전문경영인의 경우 집행유예 선고의 가장 전형적인 사유는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득이 없고, 지배주주의 지시에 의해 범행에 이르게 되었으며, 벌금형 이외에 전과가 없음"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한국 법원이 경제범죄의 동기나 사회에 미친 파장보다는, 당해 범죄로 인해 발생한 피해자의 손해가 전보되고 범죄자의 이득이 반환되면(즉 범죄가 발생하기 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면) 당해 범죄의 불법성이 낮아져 처벌의 필요성도 줄어든다는, 전형적인 형벌에 대한 응보론적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법원의 이러한 태도는, 피해자의 손해나 범죄자의 이득을 매우 협소하게 판단하고, 따라서 지배주주일가의 지배권 유지·승계 또는 전문경영인의 직위 유지로 얻는 유무형의 사적 편익을 간과함으로써, 재벌총수일가가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도 자신의 재력을 이용하여(협의의) 회사 피해액만 변제하면 실형을 피할 수 있고 나아가 지배권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을 갖고 되고, 전문경영인들로 하여금 회사나 전체 주주의 대리인으로 충실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총수에게 충성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왜곡된 인센티브를 심어주게 되어,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사법적 규율의 효과를 떨어뜨리고, 지배구조 개선에도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피해액 변제와 관련하여 법원은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한 회사의 피해액의 범위를 당해 범죄행위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로만 한정하여 주주나 노동자등이 입은 피해는 전보되지 않아도 피해액을 변제한 것으로 인정하거나 전문경영인의 경우 범죄를 저지른 대주주 일가가 대신 변제하여도 이를 피해액을 변제한 것으로 인정하는 등 전반적으로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으며, 범죄로 인한 개인적 이득의 취득의 경우도 아무런 법적 근거없이 지배주주일가가 기업집단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거나 전문경영인이 회사 내 지위 보전하기 위해 저지른 범죄까지도 개인적 이득 없다고 봄으로써 집행유예를 남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그룹 지배권의 유지·승계를 위한 재벌총수일가의 범죄 유인을 줄이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사적 편익을(일정 기간이나마) 향유할 수 없도록 자유형을 부과하는 것이 최적의 형사처벌일 것이다.
현재와 같이 응보론적 관점에서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집행유예를 남발하는 법원의 태도는, 형벌의 또 다른 목적인 일반 예방적 효과(deterrence effect)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며, 일반 범죄와 화이트칼라 범죄간의 양형 격차를 확대시킴으로써 사법질서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조장하는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07.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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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빙메이커투 :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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