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주도, 시민주도로 농협 개혁, 이번에는 끝을 내자

지난 2월 5일(목) 15:00부터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먹거리사랑시민연합(상임의장 최진호)이 농협제자리찾기국민운동(상임대표 최양부)과 공동으로 개최한『2009년도 농협 개혁을 위한 국민 대토론회』에서 농협제자리찾기국민운동 이신백 사무국장이 농업전문학자, 농민단체 대표, 농업계 원로,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240만 농민 조합원을 주인으로 모시는 농협개혁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여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농업협동조합은 한-미 FTA, 한-EU FTA, 한-캐나다 FTA 등 자유무역협정으로 봇물 터지듯 밀려오게 될 글로벌 개방시대를 맞이하여 우리 농업과 농촌을 지키고 농민을 구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 농협은 농민을 위한 버팀목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농업과 농민의 안위는 뒷전이고 돈 장사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오죽했으면 지난해 12월 4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농민은 다 죽어 가는데 농협은 금융으로 번 돈을 농민에게 되돌려줄 생각은 안하고 정치나 하고 이권에나 개입, 사고나 치고 있다"며 농협을 강하게 질타하고 농민에게 돌려주는 농협개혁을 촉구하였겠는가?

그날 이후 농협 개혁은 우리 농정 제1의 개혁과제가 되었고. 정부의 농협개혁위원회를 중심으로 농협개혁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농협개혁위원회의 건의를 토대로 마련한 농협법 개정 법률(안)을 지난 2월 3일,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하고 2월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신경?분리방안에 대한 논의도 상반기 중에 마무리 짓고 연말까지 입법을 추진, 내년부터 신?경분리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가 농협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나 이를 지켜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들만을 놓고 볼 때 이런 방식과 이런 정도의 개혁으로 과연 농협을 240만 농민 조합원에게 돌려주는 개혁이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정부가 미래지향적인 안목을 가지고 원칙 있는 개혁을 추진하려 하기 보다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쫓겨 졸속으로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농민단체들의 지적을 정부는 겸허하게 귀담아 들어야 한다. 농협 개혁의 문제는 단순히 중앙회장의 권한을 축소하고 구조 조정하는 정도로는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농협 개혁의 핵심은 지난 50년간 뿌리내려온 돈 장사 우선, 임직원 우선, 중앙회 우선의 농협을 농산물 판매 우선, 조합원 농민 우선, 농촌지역 일선조합 우선으로 우리 농협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다. 더욱이 2008년 후반부터 불어 닥친 미증유의 미국 발 금융위기와 겹쳐 금융적 어려움을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처럼만에 농업계가 대통령과 소통을 이루고 농협을 농민 조합원에게 돌려주는 개혁을 위해 골몰하고 있는 사이 농협중앙회 일각에서 농협중앙회의 금융은행업 부문만을 금융지주회사 방식으로 분리 독립시키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50년 동안 우리 농업계가 합력하여 쌓아온 농민 조합원의 금융자본이 한 순간에 사라질지도 모르는 현실 앞에서 참담한 심정을 금치 못하고 있다. 만에 하나, 이런 일이 실제상황으로 일어난다면 이명박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대대적인 농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이명박 정부는 1989년 민선시대가 시작된 이후 지난 20여 년간 미뤄온 농민 조합원을 주인으로 모시고 조합원에게 봉사하는 농협을 만드는 농협개혁을 이번에는 끝을 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농민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240만 조합원 농민을 주인으로 모시는 농협개혁을 열망하는 각계각층의 모든 인사들이 힘을 모아 농민주도, 시민주도로 농협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믿고 있다. 농협이 제자리를 찾아 바로서는 농협개혁이 되도록 우리의 각오를 다지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우리는 240만 농민 조합원에게 돌려주는 진정한 농협 개혁의 물꼬를 튼 이명박 대통령의 12. 4 농협 질타 발언에 공감하면서, 이번 발언이 허언(虛言)이 되지 않고, 끝까지 제대로 관철될 수 있도록 이명박 대통령이 진솔하게 농민과 국민 앞에 모든 책임을 지고 그동안 돈 장사에 열중해온 신용농협을 농민들의 농산물을 잘 팔아주는 판매농협으로 전환하는데 혼신을 다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 우리는 농협중앙회와 회원농협의 개혁이 과거와 같은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개혁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정권적 차원에서 농협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정부의 농협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국민 앞에 천명하는 차원에서 현재 활동 중인 농식품부의 농협개혁위원회를 대통령의 농협개혁위원회로 격상 확대개편하고 농민적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농민단체, 시민단체, 학계의 참신한 인사들로 새롭게 구성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3. 우리는 지금 농협을 240만 농민 조합원에게 되돌려 주는 진정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농협 개혁, 이번에는 끝을 낸다"는 각오로 농업계와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모아 이번만큼은 농협이 제자리를 찾아 바로 서게 하는 진정한 농협 개혁을 지체 없이, 그리고 과감히 추진할 것을 농림수산식품부 장태평 장관,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이낙연 위원장,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을 비롯한 전국의 조합장에게 강력히 촉구한다.

4. 우리는 농협 개혁이 국회 입법과정에서 농협의 막강한 로비에 막혀 왜곡되고 개악(改惡)되는 선례가 많았음을 직시하고, 올바른 농협개혁의 완수를 위하여 국회의원들이 살신성인의 자세로 솔선하여 농협 개혁에 앞장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차제에 정부는 정대근 전 회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정치적 비리 의혹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다시는 농협과 정치권의 유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고, 농협중앙회와 회원농협에 대한 회계와 업무감사 등 감독을 대폭 강화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5. 우리는 농협은 조합원 농민의 자주적인 인적 결합체로 조합원은 주인으로서, 농협중앙회와 회원조합의 임직원들은 조합원을 주인으로 모시는 일꾼으로서, 각각 제자리를 찾아 바로서야 진정한 농협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직시하고, 이번 기회에 그동안 임직원 중심으로 운영되어온 농협이 농민 조합원을 위한, 농민에 의한, 농민의 조합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농협의 임직원들이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농협제자리찾기에 동참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6. 우리는 세계적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비상대책 차원에서 농협 개혁의 핵심인 농협중앙회와 회원조합의 신?경분리방안을 비롯한 중장기 발전방안에 대한 집중적으로 추진, 구체적인 개혁방안을 오는 4월말까지 확정하고 5월 중으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하여 늦어도 6월 국회에서 입법화작업을 완료하도록 최선을 다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7. 우리는 "경제위기의 여파로 농협중앙회가 심각한 금융위기에 처해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에 주목하며, 정부는 즉각 농협금융상황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여 불필요한 소문의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고, 농협의 금융상황을 철저하게 점검 관리하여 만일의 사태에 차질 없이 대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8. 우리는 모처럼만에 형성된 농민에게 돌려주는 농협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농협 개혁이 농민주도, 시민주도로 추진될 수 있도록 농협 개혁의 전 과정을 감시?감독하고, 그 내용을 농민과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일을 수행하기 위하여 농협 개혁에 관심을 가진 모든 분들이 참여하는(가칭) 농협개혁 범국민연대 결성을 강력히 촉구한다.

농민에게 돌려주는 농협개혁을 지지하는 사람들 일동

2009.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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