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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 쇄신안 관련 경제개혁연대 논평
  글쓴이 : 한지연     날짜 : 08-04-23 08:29    
 

과거의 불법행위 책임과 미래 지배구조 혁신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키 어렵다

이재용씨의 불법재산 반환, 삼성생명 중심의 출자구조에 대한 혁신 언급 없어

이 회장 퇴진·전략기획실 해체? 전후 일본식 기업집단으로의 변화 뜻인가?

각종 불법행위와 거짓말에 대한 진정한 사과부터 해야


오늘 삼성그룹은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오늘 발표된 경영쇄신안은 비록 세간에서 예상했던 것보다는 일부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으나,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건희 회장일가의 과거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의 온당한 이행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의 실질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삼성에버랜드 등의 불법행위를 통해 얻은 이재용 씨의 부당이득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그룹의 핵심 출자구조는 그대로 유지한 채, 현재 예정되어 있는 이명박 정부의 보험업법 개정에 따라 금산분리 원칙이 대폭 완화된 보험지주회사를 통해 기존의 지배·승계구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근본적 혁신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는 것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개혁연대는 그동안 여러 차례 특검 수사는 삼성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따라서 삼성의 쇄신안이 불리한 사회 여론을 달래고 이건희 회장의 실형을 피하기 위한 미봉책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삼성그룹의 진정한 지배구조 혁신을 위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삼성의 쇄신안이 진정성을 담기 위해서는 최소한 ▲ 삼성에버랜드라는 비상장 가족회사를 통해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의 돈(즉 보험계약자의 돈)을 이용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삼성그룹의 핵심적 출자구조의 변화, ▲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와 지속 불가능한 출자구조를 기획하고 집행한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의 대폭적 쇄신, 마지막으로 ▲ 삼성특검 수사에서 밝혀진 불법행위 관련인사들, 즉 이건희 회장,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의 경영 배제와 같은 인적 청산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본다면 오늘 삼성이 제시한 안들은 너무나 미흡하고 추상적이어서 과연 삼성이 자신이 직면한 문제들을 직시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이번 혁신안에는 고객 돈을 통해 총수 일가의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핵심적 출자구조의 변화에 대한 언급이 없다. 비록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지만, 이런 대국민 선언이 법적 구속력 있는 약속이 아닌 한 언제든지 번복될 수 있는 것이며, 더군다나 삼성이 비록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더라도 자통법이 시행되고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향후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지급결제기능을 포함한 실질적 은행 업무를 영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문제는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핵심적 출자구조를 금산분리라는 원칙하에 해결하는 것(예컨대,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분리)인데, 이에 대해서는 지주회사 전환은 비용이 많이 들고 경영권 위협이 있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거부하고 있다.


기껏해야 내어놓은 것이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의 매각을 검토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이미 지난 2006년 국회를 통과한 금산법 개정안의 부칙에 따라 5년 내에 매각하도록 시정조치를 받았다는 점에서 마치 이것이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삼성의 의지를 보이는 새로운 것인 양 강조하는 것은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다.


결국 특검수사에 배임행위로 밝혀진 삼성에버랜드 CB, 삼성SDS BW 인수를 통해 얻은 이재용 씨의 불법이득을 그대로 유지하고, 삼성생명 등의 금융계열사를 중심으로 하는 출자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삼성의 선언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 31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금산분리 원칙이 대폭 완화된 비은행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발표한 것과 관련하여, 향후 보험지주회사로 전환하여 현재의 출자구조의 근본적 변화없이 그룹의 지배권을 유지·승계하겠다는 속내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재용 씨는 이번 쇄신안 발표를 통해 잃은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이건희 회장이 회장직을 사임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문제가 된 전략기획실(구조조정본부)을 폐지하고, 이학수·김인주 씨의 일선퇴진을 발표한 것은 일부 진전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과거 백의종군을 약속했다가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한 다른 그룹 총수들의 과거 사례를 감안하거나, 또는 총수가 등기이사 직위 없이도 얼마든지 그룹경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오늘 이건희 회장의 경영일선 퇴진 약속이 총수의 실형선고를 피하기 위한 쇼(Show)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후 집행에 있어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건희 회장이 그룹 경영의 실무(예컨대,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비투자 검토·지시 등)를 담당해오지 않았으며, 다만 그룹의 지배권 유지와 승계 문제에 대한 최종적 결정권자 역할만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건희 회장의 공식 직함 사임은 사실상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그룹 총수가 법적 실체가 없는 자리인데, 거기서 어디로 물러난다는 뜻인가?


이학수·김인주 씨의 일선퇴진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이들을 제외하고, 특검이 기소한 최광해나 비록 기소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와 차명계좌 조성에 책임이 있는 다른 구조본 인사들에 대한 엄정한 문책이 빠져 있는 것은 문제이다. 더군다나 문제가 된 차명계좌 명의인의 한 사람이자 1999년 이재용씨의 삼성투신 지분인수 당시 삼성생명의 임원이었던 이수빈씨를 대외적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인사로 지목한 것은 여전히 이건희 회장의 친정체제를 유지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오늘 쇄신안은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고, 삼장단회의 중심으로 그룹을 이끌고 나가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그룹으로 계속 남아 있는 한, 각 계열사의 의사결정을 조율·조정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다만 현재의 전략기획실 체제는 그 권한과 책임이 괴리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상태에서 단순한 전략기획실 해체는 이름만 바뀐 또다른 법적 실체 없는 참모조직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


총수가 퇴진하고, 전략기획실이 해체하고, 사장단회의 중심으로 운영해나가겠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2차대전 전 일본의 재벌(자이바츠)이 전후 기업집단(게이레츠)으로 바뀐 것과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총수일가가 단일한 의사결정기구를 통해 전 그룹을 지배하던 재벌체제를 해체하고, 다만 각 계열사가 사장단회의 중심으로 느슨하게 연결된 연합체로 변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쇄신안 발표문의 표현은 그렇게 되어 있으나, 말한 삼성 사람들도 그런 뜻으로 말하지 않았고, 듣는 외부사람들도 그런 뜻으로 듣지 않는다. 그럼 이것이 실질적으로 무슨 의미인가?


진정 삼성그룹이 기존의 재벌체제를 해체하고, 독립경영을 하는 계열사들의 느슨한 연합체로 변모하겠다는 것인가? 그 뜻을 분명히 밝히고, 그 실현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는 한, 전략기획실 해체, 사장단회의 중심 운영은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번 삼성 이건희 회장의 사과는 변명만 있지 과거 불법행위에 대한 반성이 없다. 무엇보다도 김용철 변호사의 공익제보 이후 삼성이 차명계좌는 없다며 국민들을 상대로 해왔던 거짓해명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빠져 있다.


또한 1987년 이병철 회장의 상속 당시 재산조사팀을 동원하여 한국은 물론 일본에 있는 재산까지 빠짐없이 조사하여 성실히 신고했다던 과거의 거짓 해명에 대한 사과 없이, 특검에서 조세포탈 문제가 된 차명계좌의 존재 이유를 과거 경영권 보호를 위해 명의신탁으로 둘러대는 것도 과연 삼성이 자신의 불법행위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는 그저 세금을 적게 내고 계열사 지분을 통해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탐욕스러운 화이트칼라 범죄였을 뿐이다.


더군다나 김용철 변호사의 공익제보 이후 삼성이 계열사와 그 임직원을 통해 언론과 김용철 변호사에게 제기한 각종 명예훼손 소송을 비롯한 각종 탄압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얘기는 단 한마디도 없다. 이런 기본적인 것 하나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고서 무슨 사과와 반성이란 말인가.


국민들은 삼성에게 돈을 구걸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특검이 새로 찾아준 4조 5천억원 중 얼마가 사회 공헌으로 되돌아가는지 관심도 없다. 이건희 회장은 탈세한 검은돈으로 사회환원 운운하며 여론을 무마하기보다는 애초 삼성 문제를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 그리고 100일 동안 삼성의 변명과 거짓해명으로 귀를 더럽혀온 국민들에게 단 한 번 만이라도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하기 바란다.
이런 행동이 없는 한 오늘 발표의 진정성은 절대로 담보되지 않을 것이다.


2008.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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