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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균 의장, 제356회(임시회) 개회사 전문
  글쓴이 : 발행인     날짜 : 18-01-30 15:58    

정세균 의장, 제356회(임시회) 개회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오늘은 우리 국회가 2018년도 첫 회기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희망찬 새해가 밝았지만 안타까운 소식이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번 밀양 화재 참사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부상자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한겨울 칼바람이 몰아치는 현장에서 사고처리를 위해 분주히 땀 흘리고 계신 소방관과 경찰관을 비롯한 공직자 여러분의 노고에도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제천 참사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이제는 사고수습을 넘어 근본적인 예방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회는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지난 해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 역사의 새 지평을 열었습니다. 낡은 과거, 오래된 유산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향해 출항하였습니다. 돛을 올린 것도 국민이었고, 배를 움직인 바람도 국민이었습니다. 이제 정치가 유능한 조타수가 되어야 합니다. 민생, 경제, 안보의 암초를 잘 헤치고 더 큰 바다로 나아가는 길잡이가 돼야 합니다.

국회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혁신의 주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헌법이 부여한 사명에 충실해야 합니다. 국회의 본령은 입법에 있습니다. 우리 20대 국회는 여야 의원 여러분의 열정과 노력에 힘입어 역대 최대의 입법실적을 달성해왔습니다. 지난 해 말 기준, 법안처리 건수도 19대 동기 대비 24.8%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공식 회기 전부터 상임위원회를 가동하여 법안 처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8천여 건의 법안이 미처리 상태로 표류하고 있습니다. 이번 임시회 기간 중 시급한 민생 법안, 논의가 지연되었던 중요 법안들을 꼼꼼히 챙겨서 신속히 처리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회기가 끝나는 대로 각 상임위별 법안 처리 결과를 국민 여러분께 소상히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이제 열흘 뒤면 온 국민이 고대하고 전 세계가 주목하는 평창동계올림픽의 막이 오릅니다. 이번 동계올림픽 개최로 대한민국은 하계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포함한 세계 4대 메이저 스포츠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다섯 번째 국가로 우뚝 서게 됩니다.

그간 우리는 불안한 남북분단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을 비롯한 수많은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바 있습니다. 그때마다 국회는 정파와 당파를 뛰어넘어 이를 뒷받침 해왔습니다. 이번 평창올림픽 또한 국경과 문화, 인종과 이념을 초월한 진정한 평화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주시길 바랍니다. 특히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조성된 남북간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야 하겠습니다. 국제사회가 함께 약속한 대북제재 기조는 유지하되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어떤 경우라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이라는 우리의 목표는 흔들림이 없어야 합니다.

국회는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노력에 더해 의회 외교 라인을 적극적으로 가동하고 있습니다. 이미 의장외교를 통해 인연을 맺은 주변 4대 강국을 비롯한 18개국의 의회 의장과 한국계 의원들에게 평창올림픽 개막식 초청장을 보냈습니다. 이번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각국 의회 대표단들과 만나 북핵문제 해법에 대한 공감대를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국회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남북관계 진전의 불씨를 살리고 화해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마중물이 되어야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개헌은 20대 국회의 최대 과제이자 여야 모두가 국민께 드린 약속입니다. 21세기 첫 개헌이 될 이번 10차 개헌은 국민과 함께하는 개헌임과 동시에 포괄적 개헌이 되어야 합니다. 국민의 기본권과 지방분권 강화는 물론이고 정상적인 3권 분립을 위해 대통령 권력의 분산도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미 많은 논의가 이뤄졌고 자료도 충분히 축적돼있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결단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제헌 7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여야 합의로 헌법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할 수 있길 간절히 바라고 촉구합니다.

더불어 이번 회기 내에 시급히 처리할 법안들이 있습니다. 우선 재외국민의 투표권 침해를 사유로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국민투표법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합니다. 효력을 상실한 현행법으로는 국민투표가 불가능합니다. 국민투표법 개정은 국회의 개헌의지를 밝히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이미 법정시한을 넘긴 공직선거법 개정도 시급합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아직 선거구 획정조차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예비후보 등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여야 지도부와 관련 위원회가 하루 속히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도출해주시기 바랍니다. 다당체제의 역동성을 저해하고 있는 국회선진화법 개정문제를 비롯한 각종 민생개혁 법안에도 지혜를 모아야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지난 세월 우리 대한민국은 거센 역사의 풍랑을 헤치며 전진해 왔습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국민은 하나가 되었고, 산업화와 민주화의 빛나는 성취를 이뤄냈습니다. 이제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천만 이상의 국가에게만 허락되는 30-50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가입이 현실화되면 대한민국은 세계 일곱 번째 가입국이자 타국을 식민지배한 경험이 없는 국가로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입니다.

기적 같은 우리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 국민과 정치권이 힘을 모아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희망과 활력이 넘치는 대한민국의 토대를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올해는 제헌 70주년이자 국회 개원 70주년입니다. 국회는 7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기리기 위해 다양한 기념사업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행사를 치르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야가 하나가 되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입니다.

공자는 70세를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라 하여 마음 가는대로 행해도 법도를 어기지 않는 경지라 칭한바 있습니다.

대화와 소통, 양보와 협치를 근간으로 한 성숙하고 능동적인 의회주의 구현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의 주역이 됩시다.

‘국민 삶에 힘이 되는 국회’가 됩시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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