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기자간담회 모두발언
(2017.08.25. / 10:30) 본청 215호
▣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오늘이 저희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93일이 되는 날로 생각한다. 27일 전당대회 개표결과에 따라서는 오늘이 마지막 비대위가 될 수도 있고, 두 번 정도의 비대위를 더 개최할 수도 있겠지만 의결사항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이 되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 비대위에 대해서 많은 관심과 격려를 주셨던 언론인 여러분들에게 지나간 93일의 소회를 말씀드리고, 혹시 저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나 질문하실 내용이 있으면 답변을 드리는 것이 예의라 생각이 되어서 간담회를 저희가 개최하게 되었다.
93일의 시간, 말 그대로 저희 비상대책위원회는 폭풍우를 헤치면서 백척간두 풍전등화의 당을 지키고 세우기 위해서 달려온 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대선패배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가짜제보 사건이라는 태풍을 만나서 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웠을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대선 패배에 대한 처절한 성찰과 치열한 혁신을 추구하는 것, 가짜 제보사건의 진실을 밝혀서 당을 구해내는 것, 그리고 ‘리딩 파티(leading party)’로서 선도하는 정당으로서 민생을 살리고 정국을 견인하는 것, 이 2중, 3중의 도전과 책임, 우리는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고통스런 순간도 있었지만, 비대위는 강인하게 성찰하고 혁신하면서 폭풍우를 뚫고 여기까지 왔다. 폭풍우 속에서 몸부림치면서 ‘혁신과 희망의 교두보’를 만들어낸 93일이었다고 감히 저희들은 말씀을 드리고 싶다.
우선 무엇보다도 가짜 제보조작 사건, 비대위는 이 위기를 회피하지 않았다. 우리 스스로에게 더 가혹해지겠다는 각오로 먼저 당에서 진상을 조사하고,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협조했다. 여당은 때를 만난 듯이 국민의당 파괴 작전과 정치공세를 폈지만, 우리는 진실만이, 처절한 반성만이 우리를 구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임했고, 결국 여당의 국민의당 파괴 정치공작과 정치공세를 막아냈다. 우리는 국민께 드린 반성과 혁신의 약속을 가슴에 새기면서 반드시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를 하겠다.
폭풍우 속에서도 국민의당은 민생을 지키고, 변화를 이끌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다고 자부한다. 추경을 ‘공무원 증원 추경’이 아니라 ‘가뭄 대책 등 민생추경’으로 만들어내겠다는 약속을 저희 당이 앞장서서 결국은 이뤄냈고, 제가 현장 방문 때 약속드렸던 농어민 관련 예산도 대부분 반영을 시켰다. 국민의당이 수해를 입은 충북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가장 먼저 촉구를 하고, 대통령과의 회동에서도 거듭 촉구해서 결국 이뤄낸 것도, 민생을 주도하고 민생책임의 신념에서 비롯된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군산조선소 재가동 문제, 금호타이어 문제 해결을 끈질기게 요구했고, 대통령과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강구의 답변을 이끌어냈다. 비록 아직 결실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국민의당은 호남경제의 생명줄을 지켜내겠다는 각오로 계속 임할 것이다.
국민의당은 정치의 화두, 국가의 화두를 바꿔내고자 나름대로 노력했다. 복지확대와 증세로 이어지는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서, ‘재정구조 혁신’이라는 근본적 아젠다로 전환을 시켜낸 것도 바로 국민의당이었고, 정부여당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며 미루던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그 심각성과 시급성을 제기하며 대책마련을 견인한 것도 국민의당이었다.
‘협치’만이 국가개혁의 길을 열 것이라는 신념으로 통 크게 총리인준을 통과시킨 것을 시작으로, 야당으로서 협치의 길을 통 크게, 대범하게 걸어왔다고 자부한다. 비록 대통령은 인사 5원칙 공약 파기에 대해 반성을 회피하고, 여당은 협치의 가치를 폄하하며 독주(獨走)로 치닫고 있지만, 우리는 굳건하게 협치의 길을 걷고자 최선을 다했다. 이제 협치가 가능할 것이냐의 여부는 오로지 정부여당에 달려있고, 공은 여당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넘어가있다고 생각한다.
비대위의 가장 큰 사명이었던 평가와 혁신, 그 교두보를 만들고 새 지도부에게 등불을 전해줄 것이다. 애초 비대위가 출범할 때 평가를 통해서 혁신을 실천하고, 그 결과 위에서 새 지도부가 출범하는 방안이 검토되었다. 또 개혁을 했다. 그러나 당의 뜻은 그래도 신속하게 새 지도부를 출범시키고, 그 지도부가 혁신을 진두지휘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전당대회를 최대한 빠른 시일인 8월 27일에 개최하게 된 배경이 바로 그것이다.
비대위는 당의 뜻을 따라 평가와 혁신의 교두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잡았고, 이를 실행해왔다. 평가와 혁신의 논의와 더불어, 작지만 중요한 실험도 이미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당기윤리심판원장을 중앙위원회에서 선출하고 그 독립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한 것, 중앙당 조직을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개편한 것, 고위전략회의 등 당의 논의과정을 시스템화한 것 등은 작지만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평가위원회, 혁신위원회와 별도로 한반도평화기획단을 통해서 햇볕정책의 진화, 햇볕정책 3.0 프로젝트를 실행시키려고 노력해오고 있다. 그동안 비대위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전략적 제언을 하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의 진화를 주장해온 근저에는 바로 이 정책의 혁신노력이 있었다. 햇볕정책을 시대에 걸맞게 진화시키고 발전시켜낼 이 구상도 새 지도부에게 전달되어서 그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무리하겠다. 국민의당,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비대위가 뿌린 씨앗을 희망의 열매로 결실을 맺어 주길 간곡히 바란다. 새 지도부에 몇 가지 제언의 말씀을 드리며 소회를 마치고자 한다.
첫째, 차기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첫 번째 과제는 국민의당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출범 당시 목표였던 새정치 실현의 견인차가 되는 것이다. 정체성이야말로 타당과 차별화되고, 국민들께서 우리 당을 지지하는 명분과 원천이 될 것이며, 이것이 새정치 실현의 전제이기 때문에 첫 번째 목표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과제는 호남민심을 복원해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대표는 서울이 아닌 호남에서 몇날며칠 아니 몇 달을 묵더라도 호남민심이 돌아올 때까지 ‘호남 하방정치’를 실현해줄 것을 기대한다. 등 돌리고 떠나버린 호남분들께 국민의당의 진정성을 말씀드리고 마음을 다시 얻어야 한다. 호남의 민심을 다시 얻고 그 기세를 몰아 전국으로 다시 퍼져가는 정당이 되어야한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다. 당대표와 지도부의 현장에서의 헌신적 노력만이 호남민심을 복원할 수 있다. 문제는 진정성과 혁신비전이다. 국민의당 당대표가 앉아있을 곳은 책상머리가 아니라 진흙탕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재창당 수준에 이르는 혁신과 쇄신노력을 국민께 약속하고 실천으로 보장해야한다. 혁신적인 당내외 인사들로 특별기구를 만들어 혁신의 노력은 계속되도록 해야 한다. 중앙당, 시도당, 지역위원회 구별 없이 전 조직의 대대적이고 전면적인 점검과 재평가를 통한 정비가 필요하다. 기성정당의 틀을 깨고 새로운 정당의 틀과 일하는 문화를 반드시 만들어냄으로서 정치발전의 희망을 만들어야한다. 이를 위해 모든 구성원들은 내려놓을 기득권이 있다면 과감하게 다 내려놓고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와 실천을 보여주어야 한다. 당대표가 먼저 솔선수범해야 당원들이 호응하고 따를 것이며 기득권의 저항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넷째,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반드시 이루어내야 한다. 개헌은 정치의 새로운 프레임과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 첫출발이며, 권력 분산이라는 개헌정신에 따라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비례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다당제를 제도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차기 당대표는 이러한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고 여기에 국민의당의 정치적 미래가 걸려있다. 이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정치세력과도 연대하겠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이 현 단계 가장 강력한 정치개혁의 우선과제이기 때문이다.
이제 며칠 후면 탄생할 새 당대표와 지도부의 건승을 기원하면서 석과불식(碩果不食), 한 과일을 혼자 먹지 말고 여러 사람에게 나눠 먹이도록 해야 한다는 지혜를 발휘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그동안 부족한 사람을 지켜봐주시고 여러 가지로 충언을 아끼지 않으신 언론인 여러분, 그리고 비상대책위원회 개개인 여러분께 관심 가져주시고 배려해주신 언론인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헌신적인 노고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말씀을 드립니다.
추가 말씀 드리겠다. 대선평가위원회를 구성해 대선평가 작업을 이루고 대선패배이유를 규명해서 혁신으로 연결시켜 새로운 당으로 다시는 패배가 없는 당을 만들기 위한 목적 하에서 의욕적으로 출발했다. 대선평가보고서를 지난 23일 아침 10시30분에 이준한 평가위원장으로부터 밀봉한 채로 받았다. 이 평가보고서의 공개여부, 공개시점, 수용여부 등에 대해서 오늘 비대위원들과 기탄없는 논의를 했다.
그런데 대선평가결과보고서가 8월초 비대위에 제출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평가 작업이 늦어지는 바람에 뒤늦게 제출됐고, 현재 당대표 선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보고서를 공개하게 되면 새로운 파장이 일어날 수 있고, 대선평가의 목적과 달리 후보자간의 이해득실의 경선운동의 자료로서 활용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번 평가결과보고서는 밀봉한 채로 새로운 지도부에 인계하고, 새로운 지도부가 이 평가보고서를 공개해줄 것을 비대위원 만장일치 의견으로 결의했다. 평가보고서 내용은 여기 계시는 분 아무도 모른다. 여러분들께 지금 공개할 수 없다는 점을 양해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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