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블랙홀에도 국가 외교안보는 바로 서야한다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주인공 최순실씨가 전격 귀국했다. 또 어떤 회오리바람이 몰아칠지 알 수 없는 정국이다. 최씨의 전 방위적 국정농단에 온 국민이 망연자실한 가운데 국방, 통일, 외교 분야 등 국가 존립의 근간이 되는 정책마저 그 손에 놀아났다는 데 할 말을 잃었다.
최씨가 대통령 용어로는 매우 낯설었던 통일 ‘대박’ 단어 이후 나왔던 드레스덴 선언 연설문 수정은 물론이고 독도와 위안부 문제까지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외비로 다루어져야 할 남북접촉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는가 하면 12년 동안 남북협력의 최후보루였던 개성공단 폐쇄가 비선 논의 모임에서 결정되었다는 보도까지 국가의 외교안보 정책 전 분야가 의혹투성이다.
개성공단 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성공단 폐쇄(전면중단) 결정 과정 이면에 비선 개입 보도를 접하고 분노와 개탄을 금할 길이 없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2월 10일 정부의 일방적인 폐쇄조치는 191개의 개성기업과 5,000여개 협력업체의 피해와 희생만을 남겼다.
개성공단은 북한 근로자 5만여 명에게는 시장경제의 교육장이었고 남북근로자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통일준비 공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정 통일대박을 부르짖으며 북한주민의 인권을 걱정하고 북한 주민의 ‘귀순을 희망했다면 개성공단의 가치를 이리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가 안보가 비선실세의 손아귀에서 놀아날 때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 안보실,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안보 무능을 은폐하기 위해 북한붕괴론에 얼씨구나 맞장구나 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지금 최순실 블랙홀이 온 나라를 빨아들이고 있는 동안 국내 경제는 악화되고 있고, 한반도 주변 정세는 더욱 요동치고 있다. 한국·미국·일본과 북한·중국·러시아의 협력과 경쟁 구도는 공고화되고 있다. 이 시각에도 북한 핵능력 고도화 시계는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런데 우리 외교안보의 현재와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대한민국이 난파선처럼 표류하고 있다고 해도 국가 안보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갑자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개정을 추진한다는 건 무슨 소리인가. 국방 무능력이 드러나도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정부당국에게 ‘북 도발 대응’ 은 전가의 보도다.
북한과 미국이 제3국에서 접촉을 가졌다. 지난 21~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북미간 트랙2 형식의 대화에 참여한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가 "회동 결과를 미 차기 행정부뿐 아니라 차기 행정부 인수팀에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는 당장 접촉의 성과가 없더라도 미국의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상호 탐색전이라도 하는데 우리의 남북대화는 요원하기만 하다.
매일 방송과 신문보기가 두렵다. 어떤 치부가 드러날까 부끄럽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우주의 기운’이 아니다. ‘국민의 힘’이다.
지금이라도 국민의 소리를 들어라. 저 아우성, 절규가 들리지 않는가.
2016년 10월 30일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김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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