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대표, ‘경제민주화란 무엇인가’ 간담회 인사말
□ 일시 : 2016년 6월 13일 11시
□ 장소 :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
■ 김종인 대표
조화로운 사회를 이룩하려는 전제조건은, 경제의 지나친 격차가 해소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격차가 심화되고, 그 격차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는 한 경제성장도 어렵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공통적인 여론이다.
우리나라는 개발시대에 지나치게 특정 기업들 위주로 경제 성장을 하다 보니 압축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레 사회경제적으로 엄청난 격차가 벌어졌다. 1987년 우리가 대통령 직선제를 다시 도입하고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에 유권자를 상대로 표를 구하는 정치가 이뤄졌다. 많은 선거를 겪으면서 격차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가 되어 조화를 이룰 줄 알았는데, 내년이면 30년이 됨에도 불구하고 격차 문제는 더욱 벌어졌다.
오늘날 국제연구기관이나 정부 수반들 간의 회의에서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지금과 같은 성장방식으로는 성장의 효율을 거둘 수 없기 때문에 ‘포용적 성장을 해야 한다’고 한다. 포용적 성장은 전제조건이 무엇이 되어야 가능한가? 제가 보기에는 여러 제도적 장치가 시장 메커니즘에 포함되지 않고서는 포용적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제도적 장치를 이루는 과정을 가리켜 경제민주화라고 얘기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시장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경제세력의 등장이다. 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제도적인 장치를 갖추자고 하면 경제세력은 그것이 불편하니까 절대 찬성하지 않는다. 경제세력이 자기 경제력을 바탕으로 사회를 지배하는 형태로 오늘날 서방 자본주의 경제나 특히 우리나라도 발전되어왔다고 본다.
그런데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보이질 않으니 어디 그런 것이 있느냐고 한다. 그러나 의원님들도 느끼리라 생각하지만, 예를 들어 어떠한 특정한 제도적 장치를 하겠다하면 그 입법 과정에서 순탄치가 않다. 각종 로비 세력들이 등장해서 정치권을 압박한다. 정치권은 로비세력에 대해 힘이 별로 없다.
저는 우리나라의 대통령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대통령도 선거 때가 되면 불균형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겠다”고 얘기하지만, 당선된 이후나 취임한 후 어디서인지 모르게 각종 제의들이 들어온다. 여태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제안이 들어오면 자연적으로 그쪽에 기울이게 된다. 그런 형태가 정치민주화 이후에도 지금까지 계속 진행돼왔던 것이다.
대표적 예가 노무현 대통령이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가버렸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가 한심한 지경에 도달했다는 것을 대통령 스스로 자인한 것이다. 권력이 시장에 넘어가서 아무 것도 못하겠다고 하면, 넘어간 권력을 어떻게 되찾을 것인지 노력해야 한다. 시장에 넘어간 권력을 되찾으려면 경제민주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경제민주화를 가장 먼저 외쳤던 사람이 ‘알빈 한손’이라는 스웨덴 수상이다. 30년대에 스웨덴이라는 혼란스러운 나라를 정상화한 이후에 “경제민주화를 해결하지 못하고서는 결국 정치민주화도 종국적으로는 이뤄질 수 없고 사회민주화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세력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것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경제민주화는 1987년 헌법 속에 조문으로 집어넣는 과정에서도 겪어봤지만 결코 용이하지가 않다. 그 당시 전경련이 처음부터 엄청나게 반대투쟁을 했다. 최종적으로 제가 대통령에게 재가를 받는 과정에서도 대통령이 그것을 빼라고 했는데, 빼지 않는 이유를 한참 설명해서 겨우겨우 재가를 얻어 오늘날 헌법에 포함시킨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효율도 없고 사회의 조화도 이룰 수 없다. 의원님들이 이점을 알고 보다 심도 있게 논의해주고 밖에서 불어오는 압력에 굴하지 않아야 한다.
제가 늘 강조하다시피, 최고 통치자의 의식구조 자체가 이것을 절대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자세를 갖지 않으면 경제민주화의 실현은 어렵다. 아무리 제도적으로 입법을 통해서 장치를 해놔도 그것이 집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단적인 예로 19세기말 미국의 독과점 문제가 미국 사회를 괴롭히고 있을 때 그것을 해소한다고 셔먼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것을 실제로 집행하려고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결국 20세기 초에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평소에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 문제를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졌기 때문에 시작됐고, 그것이 시발이 되어 미국 경제사회가 조화를 이루고 그 바탕으로 효율을 갖고 오는 기간이 50~60년 걸렸다.
우리가 지금 경제민주화를 시작해도 상당기간 거쳐야만 제대로 조화된 사회를 이룰 수 있다. 의원님들이 보다 활발히 토의해서 우리나라의 수준에서 어떤 수준까지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느냐는 로드맵을 제대로 만들어야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구회에 가담해주셔서 감사하다.
2016년 6월 13일
더불어민주당 공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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