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 일시 : 2016년 11월 7일(월) 09:00
□ 장소 : 국회 본청 당대표 회의실
■ 추미애 대표
오늘은 이해찬 전 총리께서 최고위원회의에 함께해주셨다. 경제도 걱정이고 나라 안보도 신경을 써야 할 때이다. 국가 통치를 외면하고 국정농단을 야기한 대통령으로 인한 국정공백 속에서 우리 야당이 신경써야할 부분이 안보와 경제인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이해찬 전 총리께서 깊이 있는 말씀을 주시도록 하겠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전례가 없는 거대한 분노가 일렁이고 있다. 교복 입은 중고생 아이들이 외치는 절규 앞에 참으로 부끄러웠다. 얼른 해답을 찾아야 한다. 노구의 어르신들까지 나라 걱정이 태산이어서 당이 꺼지게 한숨을 쉬시며 모이셨다. 분노한 민심, 시민들의 절규를 대통령도 보셨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사태의 인식을 제대로 하셔야 해법도 나올 것이다.
대통령은 이미 국민에게 불신임을 받았다.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있고, 국정에서 한시 빨리 손을 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배신’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사시는 대통령님, 이제는 국민이 당신을 ‘배신한 대통령’이라고 여기고 있다.
경제, 안보, 민생을 위기로 내몬 사람이 바로 대통령 아닌가. 문제를 시급히 수습하고 국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오로지 대통령의 조속한 결단에 달려고 있다. 민심에 반하는 폭주 개각을 철회하고 국회에서 추천하는 총리를 수용해서 정국을 수습해나가야 한이다. 끝까지 외면하면 불행하게도 정권 퇴진 운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검찰수사는 이제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국민이 믿지 않는다. 대통령이 빠져나갈 퇴로는 다 만들어 놓고 검찰 수사를 받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순실씨에게는 31시간에 증거인멸의 시간을 줬고, 각종 비리와 의혹의 중심인 우병우 전 민정수석만 해도 소환까지 75시간이 걸렸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CJ그룹을 상태로 이미경 부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을 압박했다는 녹취록까지 나왔는데도 수사할 기미조차 없다. 최순실씨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담화 내용을 컴퓨터로 다운받아 보여주면서 대통령의 말씀을 최순실에게 일깨워주며 정답을 제시하는 수사를 벌였다.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검찰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검찰이 역사 앞에서 부끄럽지 않도록 가지고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잘 살리기 바란다.
공자께서는 일찍이 “불환빈이환불안(不患貧 患不均)”이라는 말씀을 주셨다. “가난을 걱정하기 보다 나라의 불안을 더 걱정한다”는 말이다. 거리에 나와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저 민생의 물결은, 당장 내일의 일자리와 인생이 고달프지만 나라부터 세우고 보자는 민주시민의 역량이다. 대단히 존경하고 감사드린다.
제1당 대표로서도 국정안정, 정상화 문제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가와 민족을 위한 최선의 선택 속에서, 국민 속에서, 국민과 함께 할 것을 약속드린다.
■ 우상호 원내대표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최순실 일가의 개인비리 혹은 차은택씨에 의한 국정농단이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들로 이어져있지만, 대한민국 전체로 보면 더 중요한 문제는 결국 정격유착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문제야 죄를 지은 자를 처벌하고 정책을 바로잡으면 되는 문제지만 대한민국 경제구조에 있어서의 정경유착 문제는 조금 더 깊이 들여다봐야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정경유착은 과거와는 사안이 다른, 훨씬 더 졸렬한 형태의 정경유착이라는 것이다. 포스코로부터 매각되는 광고회사의 지분을 강제로 강탈하려고 했던 태도. ‘광해’라는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서 CJ 이미경 부회장을 강제로 퇴진시킨 녹취록. 수사 대상인 롯데로부터 70억을 받았다가 수사가 예정대로 진행되니 다시 돌려준 정황.
또 삼성처럼 특정한 공직자도 아닌데 최순실씨의 딸을 돕기 위해서 특별히 독일까지 가서 여러 가지 특혜를 봐준 형태. 대한민국의 정경유착이 이렇게 천박한 수준이었나를 돌아보게 한다.
강압과 강탈, 수사와 연루된 금품 수수 및 반환. ‘알아서 기기’식인 삼성의 지원. 이것이 대한민국의 정경유착, 재벌과 권력관계의 민낯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권력은 이를 대가로 어떤 법안들, 어떤 정책들을 통해 특혜를 봐주었는지 국회에서 따져야 할 문제이다.
이번 주부터 국회의 법안 심사가 시작된다. 그동안 박근혜 정권이 ‘친기업 정책’이라고 하면서 우리 야당을 ‘반기업 정당’으로 몰아붙이며 밀어붙였던 수없이 많은 법안들이 결국 정경유착의 대가로 국회를 압박했던 것이 아니었는지 점검해봐야겠다.
그동안 ‘경제활성화 법안’이라고 해서 우리가 통과시켰던 많은 ‘대기업 특혜 법안들’이 결국은 이런 엄청난 정경유착의 특혜이고 대가였던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따져봐야겠다. 대한민국이 정경유착의 역사 속에서 정책, 예산, 법안들이 허망하게 무너진 것은 아닌지, 국회가 이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제대로 점검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검찰은 이러한 잘못된 재벌과 권력의 유착관계에서 드러나 많은 사건들에 대해서 보다 심도 깊은 수사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경제 생태계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해야한다. 어쨌든 아무리 봐도 해답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온 ‘경제민주화’라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린다.
■ 이해찬 외교·안보·통일 국정자문회의 의장
당대표와 원내대표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헌정사상 처음으로 겪는 이런 사태를 보고 걱정이 많다. 어떻게 이를 잘 해결할 수 있을지 지혜를 잘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안보·통일 문제에서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이 잘 대응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내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굉장히 큰 영향을 받는다. 현재 민주당 쪽이 조금 우세하다는 여론조사와 견해가 있는데, 아직은 불확실한 것 같다. 그러나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경제기조는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요즘처럼 우리의 수출이 저조할 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북미회담을 비공식인 차원에서 추진했는데, 힐러리에 요청에 의해서 이뤄졌다고 한다. 제가 지난 8월, 미국에 가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미국도 더 이상 핵이 고도화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입장이다. 방치해놓은 결과 핵이 계속 고도화되고, 조금 더 고도화 되면 핵무장까지도 가능하기 때문에 핵이 수직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금지하는 차원의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면 북미 간의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라서 우리와 중국의 관계도 설정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고위지도자들을 제가 얼마 전에 만났는데, 중국도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다만 북에 제재를 하는 과정에서 체제가 타격을 받지 않는 선에서, 어느 선에서 제재를 할 것인지 수위에 대해서만 차이가 있고 기본적인 견해는 같다.
지금 대통령이 유고상태나 마찬가지다. 앞으로 1년 4개월 동안 걱정이 많다. 제가 정부에서 운영을 해본 경험에 따르면, 총리가 대신 갈 수 있는 정상회의가 있고 대신 못가는 회의가 많다. 특히 이번에 안 가신다고 하는 APEC이나 아세안+3, G20 등의 회의에는 총리가 가면 아무런 역할이 없다. 그때의 현안에 따라서 다자회담도 많이 하지만 양자 회담도 많이 한다.
제가 한번은 대통령이 가실 곳에 대신 갔더니 큰 나라의 대통령들은 저를 상대해주지 않았다. 작은 나라의 대통령들만 저를 만나주지, 정말 우리가 만나고 싶은 나라의 대통령은 총리급이라고 만나주지를 않는다. 더군다나 황교안 총리는 이임식을 하려다 취소한 총리다. 후임자를 지명해놨기 때문에 정상적인 총리가 아니다. 물러날 총리이기 때문에 다자간 정상회의에 가면 아무런 존재 가치가 없어서 외교적으로 큰 타격을 봐야하는
실정이다. 1년 4개월 동안 대통령께서 직접 나가야 하는 정상회담이 6개 이상은 될 것이다. 외교적으로 큰 문제다.
이런 와중에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 문제는 심각한 문제다. 지난 18대 국회 때 비공개로 추진하다가 저에게 발각이 돼서, 외통위에서 제가 직접 막았던 사안이다. 우리나라 군사정보를 전부 일본에게 넘겨주는 것인데, 실제로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받아야 할 군사정보는 별로 없다. 오히려 우리 정보가 일본으로 가는 것이 많다.
한미 간에는 군사정보 교류가 굉장히 긴밀하다. 왜냐하면 미국이 가지고 있는 레이더망이나 위성을 통해서 우리가 정보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으로부터 받을 것은 거의 없다. 군사정보보호협정을 국방위에서 잘 대응해서 막아야 한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런 때 제일 중요한 것은 국방부의 자세이다. 군의 자세가 제일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군의 자세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안 된다. 대표께서 국방부와 통일부 장관을 초청해서 다시 한 번 군의 대비태세에 흔들림이 없도록 당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이기 때문에 중요한데, 지금 유고상태나 마찬가지다. 당대표께서 초청해서 다시 한 번 당부의 말씀을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토요일 집회를 보고, 저도 걱정을 많이 했다. 모든 국민들이 그럴 것이다. 12일 집회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분명한 주장은 하되 서로 간에 충돌하거나 하는 일이 없게끔 당에서 대응을 잘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 전해철 최고위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규명은 여전히 중요하다. 근래 검찰의 수사에 대해서 문제점을 말씀드린다. 어제 더불어민주당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조사위원들과 법사위원들은 밤 7시에 중앙지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우병우 수석에 대한 구속 수사를 요구했다.
우병우?이석수 특별수사팀이 꾸려진지 75일, 사퇴한지 7일 만에 소환된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경고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우병우 전 수석을 십 수 시간 조사한 후 귀가시킴으로서 우리당 의원들의 우려를 현실화시켰다.
수사팀장실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팔짱낀 채 웃으며 수사 받고, 취재 중인 기자에게는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는 등 검찰을 쥐락펴락했던 우병우 전 수석의 위세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확인한 국민들은 또다시 검찰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우병우 전 수석은 가족 회사의 자금 횡령과 공직자 재산 신고 등에 대해서만 수사를 받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도 핵심적인 피의자이다. 대통령의 친인척 및 주변인물을 관리해야 할 민정수석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이 게이트는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병우 전 수석이 최순실씨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나아가서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받아야 한다.
어제는 우병우?이석수 특별수사팀에서 소환한 것이지만 이제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도 드러나고 있는 만큼, 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가 우병우 전 수석 사건을 인계받아 수사해야 할 것이다. 특별법에 의한 특별검사 수사대상에는 우병우 전 수석이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
최순실씨에 대한 수사는 더욱 가관이다. 국정농단을 주도했던 자의 신병확보 노력도 하지 않았고, 귀국 후에는 31시간동안 소환하지 않는 특혜를 베풀어 증거를 인멸한 시간을 줬다. 최근 보도에서는 정지되지 않은 계좌에서 수억원이 넘는 개인자금까지 인출했다고 한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까지 수사 중에 보여줬다고 한다. 대통령과 직접 연관된 최순실씨는 이 담화를 통해 앞으로
어떻게 수사에 임할지, 어떤 변명을 할지 판단했을 것이다.
일반 국민이었다면 상상하지도 못할 상식 밖의 일들이, 이 중차대한 수사를 하는 검찰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검찰에 대한 신뢰를 점차 걷고 있다. 지난 주말 광화문 광장을 가득 매웠던 국민들의 분노가 유독 검찰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검찰에게는 국정을 파탄내고 헌정중단의 위기까지 불러온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실체를 파헤칠 결기가 없어 보인다. 만약 검찰이 핵심 실세들을 위한 수사를 통해 몇몇 개인의 일탈로 이 사건을 마무리한다면, 검찰은 또다시 수사한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의 재수사를 받는 불명예를 안게 될 것이고 검찰 조직 자체의 존립도 위협받을 것임을 경고한다.
2016년 1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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