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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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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개혁의 과제와 바른정당의 진로. 국민토론회 개혁 보수의 길을 묻다
  글쓴이 : 발행인     날짜 : 17-06-01 20:38    

보수개혁의 과제와 바른정당의 진로
양승함_ 연세대 명예교수, 전 한국정치학회 회장

 

Ⅰ. 2017 대선과 보수의 분화

2017년 5·9 대선은 촛불민심과 대통령 탄핵 및 파면으로 비상시국 하에서 치러진 대통령 보궐선거로서 한국정치에 몇 가지 근본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 첫째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세 번째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룸으로써 보수-진보-보수-진보의 정권교체 패턴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마치 미국선거에 8년 징크스가 있듯이 아무리 국정운영을 잘해도 한 정권이 4년 중임에 한하고 다른 정당에게 정권을 내준다는 가설이 한국정치에도 유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정권교체 패턴이 아직 정형화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나 일단 사뮤엘 헌팅톤이 민주주의 공고화의 한 조건으로 내세우는 두 번의 정권교체를 넘어 세 번째 이루었다는 점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공고화 단계에 이미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2017 대선은 1989년 체제가 형성된 이래 유지되어 온 양당체제의 정당구조가 다당제 정당구조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작년 4·13 총선에서 형성된 다당제 구조가 이번 대선에서도 재확인 됨으로써 앞으로의 한국 정당제도는 다당제로 굳혀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것이 2012년 대선과정에서 안철수 현상이 기성 정치권에 대한 항변으로 선풍적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한국정치에서의 다당제에 대한 열망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함축되어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17 대선결과는 어느 정당에게도 완승과 완패를 주지 않은 황금분할의 투표이었다. 1강 2중 2약의 구도는 결국 더불어민주당에 승리를 안겨주었지만 여소야대의 국회구성을 만듦으로써 협치를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만들었다.

세 번째, 과거 야당의 분열에 이어 보수정당의 분열이 다당제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수는 분열하지 않는다는 명제가 깨어졌다. 한국 정당 정치사에서 야당의 분열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으며, 한국정당의 수명이 1.5년 밖에 되지 않을 정도이다. 따라서 민주당에서 국민의당 분열이 4·13 총선에서 다당제로의 입문이었지만 대체로 제3정당의 운명은 그리 밝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에서 탈당하여 개혁보수정당인 바른정당이 출현한 것은 제3정당의 운명을 한층 견고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친박계의 4·13 총선 공천횡포가 보수 정당의 몰락의 길을 걷게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정과 국정농단 사태는 보수정당을 궤멸 속에 빠뜨렸다. 친박계의 반성없는 무분별한 질주는 결국 개혁 마인드를 지닌 뜻있는 보수 정치인들로 하여금 바른정당을 창당하게 한 것이다. 보수 지지 유권자들은 투표할만한 후보자들을 찾지 못했고 일부는 안철수와 안희정 후보들에 대안을 찾았지만 대부분은 방황을 하게 되었다. 결국 보수는 축소되고 분화되었다.

네 번째, 보수가 분열·분화되었지만 바른정당이 보수 대안세력으로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대선에서 선거 전 후보지지율보다는 높은 득표율을 보였고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를 앞질러 4위를 기록했지만 적어도 두 자리 숫자는 득표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4개월 정도 앞두고 창당된 신생 정당이라는 점, 후보에 대한 당대 신뢰도 부족과 후보 단일화 요구, 캠페인의 역동성 부족 등을 고려한다면 상당한 수준에서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아마도 선거 직전 13인의 국회의원의 탈당 쇼크가 유승민 후보의 지지도를 올렸을 것으로 추론되지만 유 후보의 TV토론 선전과 바른정당의 개혁적 정강정책이 유권자들에게는 유지·지속 시킬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는 기정사실화되었기 때문에 패배는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에 근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이러한 2017 대선 결과 평가에도 불구하고 바른정당의 미래는 어둡지만은 않다.

그 이유는 첫째, 자유한국당이 당내 분열요소를 그대로 안고 있다는 사실이다. 7월에 있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전후하여 친박계와 비박계의 권력투쟁이 절정에 다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다당제 구도 하에서 바른정당의 이념적·정책적 공간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당제에서 자유한국당은 극우정당의 성격을 띠게 될 것이다. 당내 분열이 점증될수록 자유한국당은 선명성(정체성) 논쟁에 휘말리게 될 것이며, 대체로 이럴 경우 개혁과 온건주의보다는 강경 극단세력이 득세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미 홍준표후보는 극우정당 성향의 선거운동을 통해 그나마 소멸해가는 지지도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바른정당의 합리적이고 투명한 정강정책이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셋째는 협치의 거버넌스 구조가 바른정당의 운신의 폭을 확보해주고 있다. 국회의원 20석으로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겨우 유지하고 있지만 국회선진화법 하에서 쟁점입법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바른정당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여당이 설득력 있는 국정운영을 하기위해서도 여전히 개력보수인 바른정당의 지지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넷째는 국민의당과의 합당설이 한 때 있었는데 만일 합당이 된다고 하면 한국정당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중도성향의 보수와 진보가 합치는 것은 이념적으로나 정맥적으로 유사한 정당들이 합병하는 것으로서 다당제 구조를 더욱 견고히 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호남과 영남 그리고 수도권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1987년 이후 최초로 지역주의를 탈피하는 전국 전당화를 이룩하는 것이다. 영호남쪽에서 지지기반을 다소 잃어버릴 수 있으나 얻는 것이 훨씬 클 것은 자명하다.

다시 말해서 바른정당의 지속성과 확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물론당의 정강정책의 체계성 확립과 논리성을 증진시켜야 할 과제와 함께 당의 단합과 역동성을 증대시키는 전제가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Ⅱ. 보수 분열과 분화의 의미

2017 대선을 계기로 자유한국당은 극우정당으로 변모하였다. 자유한국당은 한 동안 공천할 후보도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홍준표 후보를 공천했고 홍 후보도 5%도 채 안 되는 지지율을 유지하다 공식 선거운동이 개시되면서 두 자리 숫자의 지지율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당시 문재인 후보와 양강구도를 2주간 형성했던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을 주로 잠식하면서 가능했으며 그 중의 다수가 보수층이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같이 보수층 다수를 재결집시키고 선거결과 24%의 득표율을 보였던 것은 홍준표 후보의 개인기도 작용했지만 무엇보다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반대 등의 태극기 맞불집회 민심에 편승한 결과이기도 하다. 사실상 뇌사 직전의 자유한국당은 기사회생의 길을 걷게 됐다.

그렇지만 자유한국당은 상처투성이의 재생기회를 가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는 보수정당으로서 사상 최악의 득표율을 보인 것이다. 1987년 대통령선거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36.5%를 획득한 득표율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것이었으며 바른정당의 득표율을 합친다 해도 그것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이었다. 대선 결과 자유한국당은 정당지지율보다(한국갤럽 5월 1,2주, 15%) 훨씬 많은 득표율을 보여 선방했다고 할 수 있지만 선거 이후 당지지율은 급격한 하락세를 보여 선거전보다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한국갤럽 5월 4째주, 8%). 친박과 비박간의 당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당 지지율은 계속 하락세를 보일 것이며 당분간 만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공천경쟁의 정도에 따라 분열의 조짐을 보일 수도 있다.

둘째, 보수 정당으로서의 대표성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2017 대선기간동안 홍준표 후보와 자유한국당은 태극기 민심에 편승하기 위해 극우정당으로서 자리 매김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했으며 헌법재판소 심판과정을 정치재판이라는 논리로 폄훼했고, 야당을 종북좌파세력이라고 규정하고 사드 조기배치와 전술핵 재배치 등 “힘을 우위”로 하는 대북 초강경정책을 내세웠으며, 친기업 및 재벌적 규제완화와 세제지원 그리고 강성 귀족노조 혁파 등 강조했다. 이에 덧붙여 홍준표 후보는 미·중·일 스트롱맨 시대에 강한 리더십을 스스로 자임하고 서민중심 복지개혁, 사형제 도입, 성 소수자 문제 등의 사회적 쟁점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했다. 이와 같은 홍준표 후보의 선거공약은 산업화 시대의 향수에 젖어있는 극우보수층의 지지를 유발시키는데 충분했으며 나름대로 몰락하는 당세를 어느 정도 만회하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자유한국당을 극우 또는 수구 보수정당으로 몰아가는 형국이어서 미래는 그렇게 밝지 않다. 자유한국당의 이념적 극단화 현상은 국민의 지지층을 노년층과 강경파 지지층으로 국한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의 패배는 거의 분명해진다고 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의 노선 변경 또한 어려울 전망이다. 홍준표 후보는 자신의 선거운동 프레임에 갇혀 있을 것이고 당권에 도전하는 친박계로부터 개혁 마인드를 찾기란 무망하기 때문이다. 당권 투쟁에서 비박계와 친박계는 자신들의 정체성 논쟁에서 선명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더욱 강경노선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더욱이 다당제 하에서 자유한국당은 극우정당으로서의 기치를 들면서 보수 적통을 강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 대선에서 보여준 포괄적 보수노선을 탈피한 것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 의제를 선점하면서 보수의 좌클릭을 시도했고 상당수의 중도층을 끌어 모아 51.6%의 과반수득표로 당선될 수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보수 사명정당의 전략보다는 포괄정당(catch-all party) 전략으로 정책적 공간이동을 함으로써 전통적 보수층과 중도층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즉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산업화 시대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가주의자들과 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중심이던 신자유주의자들을 아우르고 이에 중도층을 포함하여 보수 거대연합을 형성했던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선거공약에 충실하기 보다는 산업화 시대의 가치를 부활시키려는 복고적 리더십에 천착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개발국가 모델을 모방하려는 시대착오적 국정운영에 집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국가주의적 리더십은 결국 포괄적 보수연합을 와해시키고 대구·경북중심의 친박계가 패권을 행사하는 정치권력을 탄생시키려 했다. 이것이 결국새누리당의 몰락을 가져왔으며 그 전조는 4·13 총선에서 나타났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거쳐 대통령 파면으로 귀결된 것이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은 새누리당의 궤멸과정에서 기사회생한 정당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들은 국가주의적수구보수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바른정당은 보수의 개혁 필요성을 절감한 새로운 보수세력에 의해서 태동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국가중심적 국정운영과 낡은 보수의 독단과 아집에서 벗어나려는 시장주의적 자유주의에 입각한 시대정신을 구현하려는 보수세력의 결집으로 형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바른정당은 탄핵과정에서 탄핵에 찬성한 국회의원들 중심으로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뿌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보수세력 왜곡화에 있으며 그것이 새누리당에 의해서 고착화되려는 순간에 분열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는 항상 도덕적으로 정당하다는 생각하에 “배신의 정치” 낙인을 찍는 독선이나 행정부 우위의 국정운동 등은 시대에 역행하는 리더십이었으며 새누리당은 친박계를 중심으로 무비판적으로 맹종적으로 동조하였다. 성공국가를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적 사조가 절실했음에도 불구하고 낡은 국가주의 사조에만 몰두하는 사조와는 결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Ⅲ. 바른정당의 정책공감과 위상

바른정당은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의 기치아래 보수주의, 자유보수주의와 중도 우파를 표방하면서 2017년 1월 24일 창당했다. 주요 정강정책으로는 “사회 정의와 경제 정의”, “기본 인권의 확대 및 보장”, “법치의 중요성과 법앞의 평등”, “시장질서 확립과 공정거래”, “재벌 개혁을 통한 새로운 성장전략추구”, “과학기술 지원과 성장 잠재력 배양”,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 “사회보장제도의 내실화 및 복지 확대”, “노동시장의 양극화 개선”, “국민안전에 대한 국가의 책무 강화”, “제왕적 권력구조 개선“, ”지방분권과 사회통합“ 등을 내세웠다. 이와 같은 슬로건과 정강정책은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바람직한 새로운 방향의 정책을 적절히 제시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국가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바른정당이 보수의 대안으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2017 대선 결과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가 자유한국당의 홍준표후보에게 현격하게 뒤졌다는 것이며 대선 이후 당 지지율도 별로 나아진 것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정당지지도가 이대로 고착된다면 군소정당의 면모를 벗어날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더불어민주당만이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고있고(한국갤럽 2017년 5월 4주, 51%), 나머지 4개 정당은 모두 6-8%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정당이 지지멸렬하다고 위안을 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당연히 바른정당은 빠른 시일 내에 보수대안정당으로 부상하고 3년 후 총선에서는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정당으로서 자리 매김할 수 있도록 하며 5년 후에는 수권장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춰야 할 것이다.

바른 정당은 이념적 정책적 당위성이나 규범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현실적으로 국민에게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는데 있다. 유승민 후보의 당 후보 수락연설을 들은 많은 사람들은 한국이 나아가야할 이상적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TV토론에 대해서는 가장 잘 한 사람으로 평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득표율이나 당 지지율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국민들의 정치의식 수준이 많이 향상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현상은 바른정당 내부의 문제로만 그 원인을 돌릴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이유로는 바른정당이 내건 중도보수로서의 정강정책이 국민들에게는 확 와닿지 않은데 있다. 양당정치와 적대적 갈등에 익숙해진 국민들은 아마도 중도보수정책이 모호하기만 했을 것이며, 더 중요한 요인은 또 다른 유사 중도정당인 -비록 중도진보라 칭할 수 있지만- 국민의당에 더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른정당은 신생정당으로서 기존의 양당체제에 도전해온 국민의당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대선 초기에 방황하는 보수층들이 안철수 후보와 안희정 후보쪽으로 지지했으며 후반에 가서는 상당수가 다시 홍준표 후보 지지로 선회했다는 사실에서도 나타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당 내부적인 것으로 바른정당이 개혁보수로서 태동되었다는 사실보다는 대선 승리를 위해 만들어진 정략적 이합집단의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더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창당 초기에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유입설이 강하게 퍼졌으나 반기문 전 총장의 자진 사퇴로 무산됐고 유승민후보 선출이후에도 당내 국회의원 20명은 후보 단일화를 외쳤고 13명은 탈당하기까지 했다. 13명의 탈당은 득표율을 다소 높였지만, 결과적으로 유 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당내 단합과 자신감의 결여가 새로운 보수로서의 기치를 무색케했다. 이 때문에 바른정당의 미래가 의문시되고 있고 어느쪽이든 합당설이 오가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Ⅳ. 바른정당의 진로 : 자강론 vs. 연합론

새로운 이념과 정책을 이상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의지와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이러한 이념과 정책을 실현할 정당을 건설하는 일은 현실적 사항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당의 현실적 조건은 인사, 조직, 재정, 그리고 지지도이다. 이러한 현실적 조건에 관계없이 이념과 정책에만 충실하고 지지도와 관계없이 언젠가는 자신들의 정강정책이 실현되리라는 믿음으로 정당을 운영한다면 사명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지지 획득과 정치권력 장악에 주안점을 두는 정당을 선거정당 또는 포괄정당이라고 한다. 정당의 존립 정당성은 두 가지가 적절한 균형을 이룰 때 가장 이상적으로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바른정당은 현시점에서는 일단 사명정당으로 출범해야 하는 운명을 안고있다. 새로운 보수, 따뜻한 보수로서의 이념적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국민적 지지를 획득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소위 중도보수, 온정적 보수(compassionate conservatism)의 슬로건을 더욱 선명하게 내세워야 할 것이다. 온정적보수주의는 영국의 디스라엘리(Benjamin Disrael ; 1804-81)가 “하나의 국가(one nation)” 기치 아래 기득권층이 위로부터의 개혁을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같은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원칙을 제창한데서 시작되었다. 부자와 빈자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사회통합을 강조하는 이념으로서 사회개혁과 경제정책에 있어서 실용주의적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것은 시장경제와 정부규제를 융합하는 중도적 보수의 입장으로서 영국의 보수당과 독일의 기독민주당의 노선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정치적 이념의 양극화, 경제적 소득의 양극화, 사회적 세대별 양극화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사회에 매우 온당한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득권층의 사회적 책임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바른정당의 자강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유승민 후보의 지지층이 가장 젊은층이었다는 사실이다. 서울대 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의 분석에 의하면 유승민후보는 지지자들의 평균 연령이 38.57인 반면, 심상정 후보 38.66, 문재인 40.44, 안철수 43.89, 홍준표 49.27이었다. 이것은 바른정당의 지지층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다분히 미래지향적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다. 젊은층 중에서도 19세 포함 20대에서 유승민 후보는 13.9%로 문재인 47.6%, 안철수 17.9%에 이어 3위를 했다. 바른정당의 정책이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 입장을 견지한 것은 오히려 안철수 후보의 모토를 더욱 충실히 이행한 결과이며 이러한 정책이 젊은층의 보수성향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젊은층의 충원에 집중한다면 당세는 더욱 확장될 것이며 새 시대 개혁을 위한 원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노년층의 유권자 증대로(30대 이하 35%, 50대 이상 44%) 젊은층 지지가 별 위력이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촛불시위 이후 젊은층의 정치적 효능감 증대와 투표율의 대폭 상승으로 인해 오히려 상당한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홍준표 후보가 고령층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여성유권자들로부터는 가장 적은 지지를 받았다는 사실은 자유한국당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바른정당의 당면한 과제는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생존할 수 있느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합론 또는 합당론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연합론을 시나리오 별로 정리하면 첫째, 국민의당과 연합 또는 합당을 추진하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는데 두 가지 측면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그 하나는 이념적·정책적으로 가장 유사한 정당끼리 연합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당연한 논리이다. 자유한국당이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극우에 속한다면 정의당이 극좌에 속하고 바른정당이 중도보수, 국민의당이 중도진보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이 진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정책적으로 경제진보, 안보보수를 내세우는데 단지 국민의당이 호남지지를 우려하여 대북관계에서 진보성향을 나타내는 것에서 차이가 있다. 중도정당이라면 안보도 중도적으로 한다면 투 트랙 정책(two-track policy), 즉 제재와 압박 그리고 관여와 포용정책을 혼용하는 것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북한 비핵화로 가는 가능성이 높은 정책이자 양당의 정책적 차이를 극복하는 길이다. 다른 하나는 호남기반의 국민의당과 연합하므로 영남·수도권 중심의 바른정당이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전국 정당화하는 최초의 정당을 창당하게 되고 지역간 통합 및 협치의 틀을 형성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경기도 의회에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연합하여 국민 바른연합이라는 교섭단체를 구성한 것은 좋은 선례이다.

이와 같은 연합/합당은 국회에서 강력한 3당 체제를 형성하게 될 것이 국회 선진화법이 적용되는 입법안에 대해서 케스팅보우트를 할 수 있는 조정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합당의 경우 몇 명의 국회의원들이 빠져나갈 수 있지만 정치적 명분만 뚜렷하다면 몇 명의 다른 정당의원들이 합류할 수도 있다. 현재 국회에서의 5당 구도는 복잡한 형태의 다당구조이기 때문에 비효율적으로 국회운영이 전락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거해준다. 3-4개 정당의 다당구조가 훨씬 안정적으로 국회를 운영하게 해 줄 것이다

둘째 시나리오는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과 재결합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상 자유한국당에 흡수되는 것을 의미하며 전략적 이합집산이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다. 바른정당의 창당 명분과 전혀 다른 결과이며 그 동안의 해프닝이 조롱 거리로 전락할 것이다. 같은 보수진영이지만 이념적 간극이 매우 크며 감정적차원에서도 어느 정당에 대한 것보다도 적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양당의 지지자들도 상호간의 적개심이 가장 높은 정도이어서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시나리오는 더불어민주당과의 합당이다. 이념적·정책적 차이가 큰 관계이기 때문에 이 또한 바람직하지 못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협치의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도모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는 있다. 그리고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자유한국당과의 합당이 불가피해지는 경우를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이행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종연횡의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Ⅴ. 바른정당의 길

바른정당은 현 시점에서 냉철하게 당의 미래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정치는 명분과 실리가 함께 할 때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 가장 이상적으로는 자강론에 입각해 독립적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려하는 것일 것이다. 새로운 인사와 집단의 충원, 조직확대와 재정의 충당 등이 자강론의 관건이다. 자강론이 성공할 수 있는 전재조건은 당원들의 단합이다. 길고 험난한 고난의 길을 극복할 의지와 정신이 문제이다.

가장 현실적으로는 국민의당과 합당하는 것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그러나 합당과정도 많은 어려움을 거쳐야 하며, 특히 국민의 당이 이에 열의가 있는가가 중요한 관건이다. 당장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양당이 선거후유증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합당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그리고 정치적 명분과 실리가 함께 존재하므로 신중히 고려해볼 시나리오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연합이든 합당이든 자당의 존재이유를 존속시키는 문제일 것이다. 흡수통합은 소멸을 의미하므로 합당이든 연합이든 당의 발전을 위해 스스로의 협력과 단합을 고취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이것은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인사나 집단을 충원하면서 당의 이념과 정책을 체계화하는 것일 것이다. 자강론의 우선적 고려와 연합론의 신중한 숙고를 필요로 한다.

일단 다당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도 아울러 이뤄져야 한다.

양당제 경향을 부추기고 있는 현행 선거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마땅하다. 대통령결선제, 비례대표제 확충, 지방선거에서의 정당추천제 배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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