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심상정 대표·정진후 원내대표, 17차 상무위 모두발언
심상정 대표 “문재인 통합론·천정배 신당, 모두 구태의연한 아이디어”
“문재인·천정배, 싸우면서 혁신하자…노동악법, 선거제도 개악 함께 막아내야”
“문재인, 지난 번 합의한 양당정례협의회 조속히 개최하자”
“일본 안보법안 통과, 강압 외교하고 전쟁 불사하겠다는 속셈”
정진후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 비례의석 축소 발언은 유권자 뜻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것…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에 박차 가해야”
일시: 2015년 9월 21일 오전 9시
장소: 국회 본청 217호
■심상정 대표
(때 아닌 야권재편 논의에 대하여)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을 둘러싼 내분이 때 아닌 야권재편 논의로 옮겨 붙었습니다. 문재인 대표의 통합론과 천정배 의원의 신당론이 충돌했습니다. 두 지도자들의 선의는 믿지만, 통합론도 신당론도 유감입니다. 둘 다 이율배반적이고 구태의연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지독한 이율배반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야당 혁신의 목적은 일차적으로 유능하고 강한 야당으로 거듭나는 데 있을 것입니다. 노력이 누적되면 선거에 승리해서 여당이 되는 것입니다. 혁신을 핑계 삼아 지금 해야 할 야당 노릇을 하지 않거나 뒷전입니다. 국감 전날 터져 나왔던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선언은 대단히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재신임 논란은 한편으론 미디어의 관심을, 다른 한편으론 야당 의원들의 주의를 빼앗았습니다. 박근혜 정부 전반기에 대한 엄정한 중간평가로 진행되어야 할 국감은 시작부터 의미가 퇴색되었습니다.
혁신논쟁이 좀처럼 공천문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공천문제는 엄밀히 말해 정치인들만의 관심사이지 국민을 위한 혁신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러면서도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개편해 국민주권의 평등이 실현되는 정당명부 비례대표 도입과 같은 근본적 개혁과제에 대해서는 립 서비스 이상의 열의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상유지에 따른 기득권을 염두에 둔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통합론도 신당론도 다 구태의연한 낡은 아이디어입니다. 문재인 대표는 ‘하나의 당’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선거에 당면한 후보연대는 국민께 어필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총선승리와 이를 위한 야권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취지를 이해합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후보단일화 만큼이나 선거용 신당창당이나 선거 직전 합종연횡에 대해서도 비판적입니다. 사실 통합론은 후보단일화보다 더 낡은 전략입니다. 또 통합은 그 자체로 선거승리의 충분조건이 되지 못했습니다.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민주당에 들어온 수많은 진보적, 개혁적 힘들이 포말처럼 사라졌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 다른 통합을 말하기에 앞서 왜 그것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었는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천정배 의원의 신당 구상 역시 기대와 어긋나고 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당내 정치적 입지가 불분명해진 중진 정치인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당을 떠나고, 신당을 만들어 세력을 규합해 정치 이모작을 시도하는 광경은 한국 정치의 익숙한 풍경입니다. 한국 정치체제는 민주화 초기와 달리 더 이상 신당을 쉽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특히 계층적 기반이 취약하고, 지역의 정치적 중요성이 너무나 큰 한국 정치 현실에서 지역을 제외한 신당 추진 동력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척박한 조건에서 개혁신당을 안착시키기란 지난하고 지난할 것입니다. 지역의 강고한 기득세력을 유능하고 참신한 젊은 인재로 바꾸려는 부단한 노력 없다면, 신당은 또 하나의 지역 명사정당에 불과할 것입니다. 신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의 분열에 기대고 반사이익을 좇는 행보로 일관한다면 이는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저버리는 길입니다. 또 이는 낡은 길이고 필패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혁신에 앞서 실패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뼈를 깎는 혁신이, 모든 것을 다 던진 신당이 국민들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물론 정의당 역시 과거의 시행착오와 오류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지금 정의당이 조용하지만 높은 강도로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혁신의 와중에서도 정의당은 비록 작지만 야당으로서 사명을 잃지 않고, 대안권력으로서 실력을 갖추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야당은 물론이고 헌법과 법률 그리고 국민들까지 얼마나 우습게 여기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야당들이 진정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우리 시민의 삶을 지킬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또 승자독식선거제도를 바꿔서 기득권을 내려놓는 선거제도 개편에 온 힘을 쏟을 것인지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표, 천정배 의원을 비롯한 모든 야권 지도자들께 호소 드립니다. 싸우면서 혁신합시다. 지금 한국사회는 엄중한 국면에 처해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2천만 임금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삶을 유린하는 폭거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야권이 힘을 한데 모아 시민의 삶을 지키고 폭거에 맞서야 합니다. 희대의 노동악법과 선거제도 개악을 막아내야 합니다. 또 단순히 막아내는데 머물지 않고, 야권이 주도해 대체입법도 마련해야 합니다. 당면한 시민의 삶이 걸린 싸움을 외면하며, 또 미적거리며 말하는 혁신은 혁신이 아닙니다. 민주주의가 가난한 사람을 위한 도구가 되려면, 그들의 마지막 보루로서 야당이 바로 서야 합니다. 국민들의 삶의 문제에 대해 싸워나갈 때, 모든 가짜 혁신은 힘을 잃고 사라질 것입니다.
정의당의 대표로서 문재인 대표에게 제안합니다. 지난 번 만남에서 양당간 정례협의회를 합의했습니다. 양당간 정례협의회를 조속히 개최합시다. 그 자리에서 선거제도 개혁과 진짜 노동개혁을 위한 범야권 차원의 강력한 공조를 만들어냅시다.
(일본 안보법안 통과 규탄)
일본 안보법안이 참의원에서 강행 통과되었습니다. 이로써 일본은 자위적 방어만 하는 나라에서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2차 대전 후 다시는 전쟁하는 나라가 되지 않겠다던 스스로의 합의와 대외적 약속을 저버린 것 입니다. 또 그 합의와 약속의 정수라 할 평화헌법에 정면으로 저촉되는 일입니다. 자민당 추천의 헌법학자 마저 심의과정에서 헌법과 불합치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또 60%가 넘는 시민들이 반대를 하고, 수 만 명의 시민들이 연일 일본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런 반대에도 아베정권의 수적 우위를 앞세워 안보법안을 강행 통과시킨 것은 민주주의 유린에 다름 아닙니다.
안보법안의 통과 후 일본군의 한반도 개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우리 정부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안보법안에 대한 비판도 없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토대로 새미래의 전기를 마련하자”는 말만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과거사-안보협력 분리 접근’이라는 기조에 입각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문제는 서로 분리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아베가 과거 침략전쟁의 과정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를 굳이 감추고 합리화하는 이유는 뻔합니다. 다시금 무력을 앞세워 강압 외교를 하고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속셈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분리접근 정책을 일관해,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또 안보법안 통과로 전쟁가능 국가로 변신도 방조하고 있습니다. 일부 인사들은 일본이 전쟁 가능 국가가 된 것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인양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시민들은 아직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폭주하는 아베에 대해 “아베, 그만 둬”를 외치며 저항하고 있습니다. 철옹성 같던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30% 대로 떨어졌습니다. 공산당을 포함해 야당들은 아베 폭주 저지를 위한 공동 전선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안보법안은 통과됐지만 일본이 군사대국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평화 헌법 개정 절차가 남아있습니다. 이번 아베의 폭주로 헌법 개정에 대한 반대는 오히려 강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본 시민들과 안보법안 폐지와 평화헌법을 지키는 강고한 연대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아베의 야욕을 저지하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지키는 일입니다. 일부 보수적 인사들은 안보법안 통과가 북한 위협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말합니다. 이는 우리 내부의 분쟁에 외세를 끌어들여, 민족과 강토가 유린되고, 끝내 망국과 식민의 길로 나갔던 역사적 과오에 눈 감은 주장입니다. 북한 위협을 내세우며 일본의 군사적 개입을 방조할게 아니라, 하루 빨리 남북 간의 평화를 정착시켜 외세 개입의 불씨를 제거하는 일에 나서야 합니다. 그럴 때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이고,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의 가교로서 역내 협력 증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정부에 아베의 폭주를 실질적으로 저지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제고할 것과 현명한 대응을 촉구합니다. 정의당은 한반도와 동아시아가 평화와 협력의 미래로 나아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정진후 원내대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지역구 의석수 잠정확정안 관련)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내년 총선의 지역구의석수를 현행 246석에서 두세 석 정도를 줄이거나 늘리는 선에서 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직 최종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국회가 아무런 획정기준도 제시하지 않은 채 책임을 떠넘긴 상황에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은 ‘획정위 결정대로라면 기형적 선거구가 나올 것’이라며 ‘획정위 안보다 지역구 의석수를 더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더 줄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스로 국회의 권한을 내팽개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획정위 결정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볼썽사납습니다. 새누리당은 더 이상 획정위를 흔드는 그 어떤 시도도 중단해야 합니다.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모든 책임은 선거구획정위가 아닌 국회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해두고자 합니다.
여기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최근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여 농어촌 선거구를 크게 줄이지 않는다는 게 당의 방침’임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김무성 대표의 이런 발언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유권자의 뜻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례대표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제도가 아닙니다. 현행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 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유권자의 표심과 정당별 의석수 사이의 간극을 해소하고 사표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입니다.
절반에 달하는 유권자의 표가 의석수에 전혀 반영되지 못한 채 버려지는 우리의 현실에서 그나마 54석에 불과한 비례대표 의석수마저 줄여도 그만이라는 김무성 대표의 발상은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가 버려지건 말건 양당독점의 기득권만 누리면 그만이라는 반민주적이며 시대착오적 사고입니다.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사표는 늘어날 것이며, 사표가 늘어나는 만큼 더 많은 이들에겐 선거를 치러야 하는 의미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한참 늘려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줄이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이려는 그 어떤 시도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회는 더 늦기 전에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대한민국의 정치는 앞으로도 국민 없는 정치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여야 모두 정치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을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하고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을 비롯한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책임있게 나서주길 촉구합니다.
2015년 9월 21일 정의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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