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상임대표, 대안담론포럼 모두발언 전문. ‘개헌팔이 정치’라면, 민생정치 막는 블랙홀
일시: 5월 30일(월) 16:00
장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
반갑습니다. 정의당 상임대표 심상정입니다. 먼저 항상 정치개혁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신 최태욱 교수님, 같이 주최하신 이종걸 의원님께 늘 감사드리고 수고하셨다는 말씀 드립니다.
정치권이 또 개헌론으로 많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권력교체기에 시작되는 개헌 논의는 그 배경과 현실성의 측면에서 회의적입니다. 물론 개헌론이 제기되는 배경은 분명히 있습니다. 우선 정치가 크게 실망스럽습니다. 그리고 민주화 이후에 항상 뒤끝이 좋지 않았던 대통령들의 모습에서,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서 고삐 풀린 폭주처럼 극단화되면서 대통령제 자체에 대한 환멸도 많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개헌을 통해 전환기의 계기를 마련해야 되지 않느냐는 문제 인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의회제가 바람직하고, 의회제를 향한 구체적인 실천이 시작될 때가 됐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지금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개헌론이 진짜 개헌을 위한 것인지, ‘개헌팔이 정치’인지가 구별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헌법은 정치경쟁의 원칙과 규범을 정하고 시민의 삶을 틀 짓는 최고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적어도 개헌논의는 그만한 책임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그 책임성은 최소한 개헌안과 프로세스에 대한 확고한 당적 책임이 전제되는 것입니다.
당 내에서 당론으로 거론되지도 않으면서, 그 프로세스도 밟지 않으면서, 개개인의 정치인들이 중구난방으로 던지는 개헌론은 좀 심하게 표현해서 ‘개헌팔이 정치’지 개헌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당적인 입장을 확고히 전제 하는 것이 시민과 헌법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의회제가 바람직하고 진행되어야 하며 또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크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여러 정치 불신들, 정치적 폐해의 책임을 대통령제라는 이 권력구조에 모두 물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 먼저 성찰이 되어야 합니다.
국회의원들이 헌법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을 제대로 하고, 여당이 청와대 출장소처럼 행동하지 않고, 국회가 대통령 법안 자판기처럼 기능하지 않았다면 지금 최악의 정치 불신을 피할 수도 있었다는 측면에서 다 헌법의 문제인가, 어디까지가 헌법의 문제인지는 미리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지금까지 제기된 개헌론이 과연 한국 정치의 근본적인 변화를 지향하는 것인지 입니다. 오늘 주제가 되고 있는 의회제를 향한 개헌론인가에 대해서도 분명치 않습니다. 저의 생각은 그렇습니다. 지금 현재까지 논의되고 있는 논의는 오히려 오랜 세월 진행된 양당체제의 기득권 정치 권력내의 권력 분점을 좀 더 직접적인 목표로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그래서 이 개헌론이 좀 더 신중하고 책임 있게 제기되지 않는다면 그런 ‘개헌팔이 정치’라면, 이것은 여러 민생정치를 오히려 가로막는 블랙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아주 유해하다는 생각이듭니다.
최소한 책임 있는 개헌론이 되려면 첫째는 당론으로 개헌에 대한 개헌안과 개헌 프로세스에 대해 분명한 입장들이 정립되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설사 안 되더라도 책임 있게 국민들에게 공론화할 수 있고 또 그 결과에 대해서도 정당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봅니다. 두 번째는 누누이 저희 당이 강조해왔고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만, 진정한 의회제로 가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이 선행되고 그 선거제도를 통한 연합정치의 경험들이 축적되어, 그런 성과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의회제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선거제도는 헌법보다 바꾸기 어렵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핑계라고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의회제를 추구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절대로 그렇게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2016년 5월 30일
정의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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