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문예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대안공간 루프의 졸속 입찰 정황 포착 관련
행정편의를 위해 가짜 입찰자가 참여한 용역 입찰 진행
최근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대안공간 루프가 2015년 아시아 창작공간 네트워크(이하 AASN) 용역 입찰과정에서 편법을 사용한 정황을 발견했다. '대안공간 루프'(이하 루프)가 AASN 용역을 낙찰 받을 수 있도록 미디어아티스트 L의 사업체 'A'를 명목상 경쟁 입찰자로 내세운 것이다. 아시아문화전당에서 매년 개최되는 이 사업은 2014년부터 약 3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2015년 7월 21일 루프는 경쟁 입찰자인 A측에 제4회 AASN 제안서 평가용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서 제공했다. 루프가 전송한 메일에는 A이 입찰 평가 과정에서 발표할 내용을 담은 PPT 자료와 동일한 내용이 첨부 되어 있었다. A의 이름으로 작성된 해당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루프가 아시아문화전당에 제출한 자료보다 천만 원 높은 3억2천5백만 원이 사업비로 기재 되어 있었다. 자사의 제안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위장 경쟁자를 내세우는 방식으로 대안공간 루프는 사업권을 손쉽게 따낼 수 있었다.
또한 대안공간 루프의 입찰 편법은 2015년뿐만 아니라 2014년에도 존재했을 가능성이 남아있다. 조달청 나라장터 홈페이지에서 2014년 AASN 용역 개찰 결과를 살펴보면 2015년 입찰 때와 마찬가지로 루프와 A, 단 두 곳만이 참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L 작가가 2014년과 2015년 AASN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전시에 2년 연속으로 참여했다는 점, 그리고 앞서 언급한 2015년의 사례를 미루어볼 때, 두 업체 간의 유착이 2년에 걸쳐 지속되어왔다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2014년 행사는 총 예산 3억7천만 원이 투입되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 배경에는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측이 해당 입찰 사업을 졸속으로 진행하려 했던 것에 있다. 2015년 입찰은 긴급입찰제도를 이용해서 입찰을 진행했는데, 긴급입찰을 위해 아시아문화전당이 제출한 사유서에 의하면 11월로 예정된 아시아문화전당 개관 일정에 맞춰서 사업을 긴급하게 진행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조달청 규정상 대안공간 루프가 단독 사업자로 응찰 했을 경우, 입찰은 자동으로 유찰되고 다시 한 달의 시간을 거쳐서 입찰을 진행해야 한다. 실제로 AASN 사업이 처음 진행되던 2012년 입찰에서는 무응찰이 반복되면서 2013년도까지 계약이 계속 연기된 바 있다. 이 경우 단독응찰자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된다. 아시아문화전당은 2014년부터 긴급입찰을 통해 AASN 지원용역을 선정해왔다. 2014년에는 뚜렷한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첫 사업 이후, 아시아문화전당은 AASN 용역 사업자 모집공고를 기관 홈페이지에 게시하지 않았다. 기관 홈페이지에 모집공고를 게시하는 의무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점은 대안공간 루프와의 계약 이후, 아시아문화전당이 새로운 응찰 대상자를 확보하는데 소극적으로 임했다는 의혹이 남는다. 여기에 대안공간 루프와 A 사이의 은밀한 거래는 이 입찰이 내정자가 사실상 결정된 것이라는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AASN을 주관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감독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해당 사업의 입찰과정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이 사건과 관련해서 제기되는 두 가지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조사해야만 한다. 첫 째로 해당 사업이 2년 연속으로 동일한 두 곳의 업체, 그리고 매번 같은 업체가 선정되는 과정 속에서 아시아문화전당 내부의 '호응'이 있었을 가능성이다.
그리고 아시아문화전당이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성실히 해오지 않았다는 의혹이 남는다. 실제로 AASN 행사에 참여한 해외 작가들이 사전에 약속 받은 아티스트 피를 지급받지 못하거나 작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 비용은 모두 AASN 사업비용에서 지불하게 되어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아시아문화전당은 대안공간 루프가 지급 받아온 사업비가 올바르게 사용되었는지 다시 한 번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연간 3억원의 사업비용은 수천억, 조 단위의 금액이 오고 가는 방산, 토건 사업의 규모에 비하면 아주 작은 규모로 보인다. 하지만 사업비가 적다고 이 사안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오랜 시간동안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립된 공간이고, 개관 초기의 사업들이 어떻게 진행 되었느냐는 앞으로의 관행으로 굳어질 수 있다. 따라서 초기에 발견된 작은 부정들을 발 빠르게 바로잡는 노력이 요구된다.
2016년 5월 10일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오민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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