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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관계 맺기
  글쓴이 : 조경상     날짜 : 07-01-11 18:49    
 

따뜻한 관계 맺기

  

 

나는 낯을 가리는 편이다.

학창시절에는 눈에 잘 띄지 않고, 교수님들과도 가깝지 않은 학생이었다.

교수님들 앞에선 늘 어려워하고 얼어붙었기 때문에 항상 교수님들과 친밀하고 자연스러운 아이들이 부러웠다.

내 이름을 아는 교수님도 적었을 뿐더러 수업시간에 이름이 불리는 때도 없었다.

내 기억으로는 대학 재학 동안 교수님께 무언가를 질문하거나 상담한 일은 거의 없었다.

물론 핑계겠지만 그러다 보니 전공에 대한 친밀도도 많이 떨어졌던 것 같다.

그러던 내가 강단에 서게 되어 나 같은 학생들을 위해서 무언가 하기로 마음먹은 게 있다.

우선 모든 학생의 이름을 외우자. 그리고 수업시간에는 돌아가면서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고 질문을 던지자. 한 학기에 한 번은 전체 수강생들과 상담하자.

일견 쉬워 보이는 이것들이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전체 강좌수를 합하면 100명이 넘는 학생들을 일주일에 몇 시간 보는 것만으로 이름을 외우는 일은 암기력이 그리 좋지 않은 나에게는 벅찬 일이다.

그래서 마치 영어단어 외우듯이 외워야 할 때도 있다.

또한 이것저것할 일이 많은 와중에 학생들을 모두 상담하는 일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효과는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다.

많은 학생은(심지어 3학년 이상 학생들까지도) 교수님과 처음 개인적으로 이야기해 본다며 신기해한다.

심지어 교수 연구실에 처음 들어와 본다는 학생들도 있다.

수업시간에 호명을 하고 질문을 하면 답을 모를지라도 자신의 이름이 불렸기 때문에 너무 좋아하는 학생들의 표정을 읽을 수 있다.

특히 평소 나와 친하지 않고, 성적이 안 좋은 학생들에게 나는 더 많은 기회를 주려고 노력한다.

나는 이런 방식을 통해서 나와 학생의 관계가 기계적이고 사무적인 차가운 관계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잘 아는 따뜻한 관계가 되길 바란다.

이러한 관계는 학생들을 수업에 더 몰입시키고, 그들의 자신감을 북돋워 더욱 능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관계 맺음의 역할은 비단 교육에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새해에는 우리 사회의 더 많은 곳에서 따뜻한 인간관계의 설정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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