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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술채점 공정성 없다
  글쓴이 : 양옥희     날짜 : 07-01-02 15:40    
 

교수들 “논술 채점 아리송”…적합성-공정성에 회의적

“대부분의 논술 채점이 감(感)으로 이뤄진다.”

경희대 사회과학부 황승연(47) 교수는  “최근 온 나라가 논술에 관심이 있지만 채점 과정을 보면 일관성이 없고 공정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밝혔다. 간단한 기준에만 맞춰 채점하는데다 교수 한 명이 수험생 수백명의 답안지를 기계적으로 채점하다 보니 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고백이었다. 그 역시 논술 채점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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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승연 경희대 교수

직접 대입 논술고사 채점을 담당한 대학교수 가운데 상당수가 "채점에 공정성과 일관성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절반에 가까운 채점 교수들이 현행 논술고사가 정상적인 고등학교 교육에 적합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경희대 사회조사랩 황승연(사회학) 교수가 서울 소재 주요 대학과 지방 국립대 교수 29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27∼31일 설문조사한 결과 129명(44.3%)이 ‘논술시험 채점 시 공정성과 일관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공정성을 의미하는 ‘그렇다’는 응답자는 27%(78명)에 불과했고 ‘중립이다’ 29%(83명), 무응답자가 1명이었다.

특히 이공계 교수의 51.0%가 ‘논술시험 채점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해 인문사회계 교수(38.2%)보다 논술시험 채점에 대한 불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교수 가운데 219명(75%)은 실제로 논술시험 답안지를 채점해 본 경험이 있었다.

 

 

또 교수들은 ‘현행 논술시험이 고등학교의 정상적인 교육에 적합한 방법인가’라는 질문에 48.8%가 ‘그렇지 않다’고 답한 반면 ‘그렇다’라는 응답은 30.4%였다.

하지만 ‘논술시험이 대학의 우수 학생 선발에 적합한 방법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40.1%)는 응답과 ‘그렇다’는 응답(38.8%)이 비슷했다.

바람직한 대학입시 방법에 대해서는 66%(191명)가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답했으며 ‘논술 + 수능 + 내신’ 13%, ‘수능 + 내신’ 12%, ‘수능만’ 6%, ‘내신만’ 1% 순으로 꼽았다.

교수들은 또 ‘현행 논술고사가 고등학교의 정상적인 교육에 적 합한 방법인가’라는 질문에 48%가 ‘그렇지 않다’, 30%가 ‘그 렇다’고 응답했으며 ‘논술시험이 우수학생 선발에 적합한 방법 인가’라는 질문에 찬성 40%, 반대 39%로 찬반이 팽팽히 맞섰다 .

조사를 실시한 황 교수는 "논술시험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논술 답안지를 채점 과정에 일관성이 없고 공정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교수들끼리도 한탄을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어떻게 학생을 뽑는다는 것인지….” 황 교수는 “대학마다 분량이나 맞춤법, 구성, 내용 등 채점 기준이 있지만 분량이 많고 채점 교수마다 기준에 대한 시각도 달라 사실상 답안 형태만 보고 감으로 채점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논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채점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지적했다.“나이 드신 교수는 ‘나에게 채점받는 학생은 복이 많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나이 드신 분들은 점수를 후하게 준다는 뜻입니다.

또 같은 답안을 어떤 교수들은 3시간 동안 채점하지만 또다른 교수들은 1시간 반만에 끝내기도 합니다. 채점자가 대부분 남자이다 보니 글씨를 예쁘게 쓰는 여학생에게 점수를 후하게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황 교수는 “우수 학생을 가리기 위해 논술을 도입했지만 이런저런 규제가 많다 보니 동기 부여나 교육정상화 등 중요한 목적은 사라지고 선발 과정만 남았다.”면서 “이렇게 학생을 뽑는다는 사실에 우리(교수)끼리 부끄럽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런 문제 때문에 요즘 교수들은 ‘내 자식은 한국에서 대학 안 보낸다.’고 하고, 고교 교사들은 ‘내 자식은 한국에서 고교 안 보낸다.’고 한다.”면서 “결국 논술이 학교를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며 교육부를 비판했다.
“교육부는 수능과 내신만으로 뽑으라고 하는데 우수 학생을 뽑으려다 보니 논술조차도 비비 꼬고 뒤틀어서 낼 수밖에 없습니다.
교수들도 채점하다가 ‘나도 못 풀겠다.’고 합니다.
고교 선생님들도 어떻게 가르치라는 것이냐며 불만이지요.
이러니 학생들이 사교육에 매달릴 수밖에 없지요.”

황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선발권을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본고사가 부활할까 걱정하지만 이젠 우리 사회도 성숙해졌습니다.
부작용이 있더라도 학생 선발을 대학에 맡기면, 교수들부터 고민해서 학생을 뽑게 됩니다.
그래야 학생들에게 애정도 생기지요.”

그는 "논술문제를 놓고 교수들조차 우리가 풀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2~3시간 만에 논술 채점을 끝내는 동료 교수를 보고 제대로 읽기는 했을까라는 의문을 갖는다"며 "논술시험을 점수화하지 말고 합격, 불합격만 판단하거나 각 대학 자율성을 높여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7.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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