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교육혁신위, 학제개편 1차 국민대토론회

지난 1951년부터 유지돼온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교 3년, 대학 4년의 학제 개편 방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혁신위원회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학제개편 1차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학제개편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5일 교육혁신위원회와 공동으로 ‘미래사회의 도전: 한국교육,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라는 주제로 학제개편 제1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학제개편 문제는 그동안 교육을 둘러싼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기 위한 근본적인 혁신이 보다는 불거진 교육현안을 땜질하는데 급급해 우선 순위에서 밀려왔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 등 미래사회의 급격한 환경변화 등이 예고되고 지식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지식기반사회 도래는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해 더 이상 우리 교육체제를 고집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 교육계를 비롯한 사회각계의 판단이다.

순회토론회 통해 국민공감대 형성

교육부 관계자는 “학제개편은 학급별 수업연한인 6-3-3-4제를 바꾸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며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라도 한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총 6회의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세부 방안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1차 토론회에서는 교육을 둘러싼 향후 20~30년 뒤의 미래사회의 변화를 전제로 전통적 학제경험을 넘어서는 교육에 대한 본질과 포괄적인 학제가 논의됐다.

전문인력 양성위한 대학원제 강화

교육과정 전문가인 곽병선 학장(경인여자대학)은 기조 강연에서 “어떠한 미래 상황에서도 주도력 있는 국민을 양성하려면 세계 초일류 교육국가로 나가는 길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주장했다.

곽 학장은 한국 교육 위기 원인으로 △학력주의 교육의 질 낮은 교육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고비용 저효율 이중구조 교육 △대학의 낮은 학습강도, 교육과정의 경직성 등을 꼽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학교 졸업장이나 학위증 보다 자격증을 중요시하는 국가자격체계를 구축해 고교 3년, 대학 4년식의 일률적인 학사과정이 아닌 개별 자격취득에 필요한 기간에 다른 탄력적인 학사과정을 채택하는 것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지식정보기반 미래 사회를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문적 인력양성 과정인 대학원 교육을 강화해 대학원이 가장 중요한 진로 선택의 관문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활동 자체를 학교로 보는 열린 학제로

방하남 본부장(한국노동연구원 노동시장본부)은 ‘저출산·고령화 위기와 우리 교육의 전략’이라는 발제를 통해 “인구감소로 학생 미충원 문제가 예상되고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고용의 질 저하 문제가 예상된다”며 “이에 대비한 인적·물적 자원의 재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방 본부장은 특히 “2030년에는 학령인구가 2005년 현재 1,226만명의 60% 수준인 741만명으로 줄어들어 현재의 학교제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학 미충원에 따른 대학간 부익부 빈익빈 심화현상에 대비해 ‘선택과 집중’을 방향으로 하는 고등교육체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방 본부장은 학교를 하드웨어 차원이 아닌 실제 ‘교육활동 자체’를 학교로 보고 열린, 다양한 그리고 유연한 학제‘로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청소년 성숙도에 걸맞는 5-5-5제바람직

최재천 교수(이화여자대학교)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학제인 5-3-4-4제, 6-4-2-4제 등과는 달리 5(초등)-5(중등)-5(대학)라는 ‘트리플 5 시스템’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최 교수가 주장하는 트리플 5시스템은 초등학교 입학에서 대학졸업까지 12년걸리는 현행제도에 비해 2년 일찍 대학에 진학해 1년 더 전문적인 대학교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최 교수는 “요즘 청소년들은 신체적 조건, 정신적 성숙과 지능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며 “가장 창의적인 나이(17~18세)를 입시에 얽매어 ‘반복연습’하는데 소비하도록 하지 말고 대학에서 맘껏 자기 적성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하자”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또 평균수명 100세 사회를 앞둔 인구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인생을 제1인생(자식 출가 전)과 제2인생(자식 출가 후)으로 나눠 이모작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제2인생을 위한 대학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형편에 맞게 교육받을 수 있는 가변설계 가능한 학제로

위기의 청소년 문제와 대안교육의 전문가인 정유성 교수(서강대학교)는 “현재 우리사회는 학생만 있지 청소년은 없다”며 “그동안 입시위주의 교육 폐해로 지친 청소년들이 다리라도 쭉 뻗고 편안하게 살아 숨쉴 수 있는 집 즉 학제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학제개편의 원칙으로 △미래의 전망을 담을 것 △언제나 누구나 자기 형편에 맞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가변설계’같은 학제 △당사자인 청소년의 시각 우선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가을학기, 유아교육 확대, 학점은행제 전면 확대를 꼽았다.  

200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