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한국교육,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교육혁신위 이종태 상임위원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미래는 마치 도둑같이 온다.
하루하루의 일상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세월은 저만큼 가버리고 미처 예상치 못했던 일들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일찍이 율곡 선생이 역설했던 10만 양병설은 가장 고전적인 교훈이다.

우리 교육이 맞이해야 할 미래는 어떤 특징들을 가지고 다가오는가?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는 지식의 폭발적인 증가이다.

이제 학교는 새로운 지식을 접할 수 있는 여러 기관 중 하나일 뿐이다.

학령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도 큰 도전이다.

2005년을 기준으로 할 때 2020년에는 지금의 67.6% 수준에 불과하게 된다.

미래사회의 직업이나 직종도 지금과는 크게 달라진다.

과거에는 한 사람이 1개 직종으로 살았지만 10~15년 후에는 한 사람이 평균 29~40개의 직종을 선택하며 살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들에 대하여 교육은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 한 한국인 수재가 지원하였다.

서울대 수석 입학, 하버드 대학 졸업예정.

그러나 그는 면접에서 낙방하였다.

이유는 그가 사고의 유연성이 없이 정답을 말하기 위해서만 노력하였기 때문이다.

이 일화는 한국교육의 뼈아픈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의 아이들이나 부모들은 공부에 엄청난 시간과 열정과 돈을 쏟아 붓지만 객관적인 평가는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왜 그런가?

우리 아이들은 교과서를 가지고 교사가 가르치는 대로 이해하고 암기한다.

어떤 경우이든 정답은 하나라고 배운다.

그리고 정답으로 가는 지름길을 찾는 것이 공부의 요체이다.

이런 공부는 초등학교 입학에서 시작되어 고등학교까지 지속되며, 대학입시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 과정에서 창의성이나 다양성, 문제해결력과 리더십은 찾아보기 어렵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현실은 관행, 기득권 유지, 제도의 보수성 등으로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버티고 있다.

국가 교육과정 체제 새로운 발상으로 개편돼야

가장 먼저 필요한 일은 철저하게 학교와 시험 위주로 되어 있는 교육에 관한 우리의 관념과 의식을 바꾸는 것이다.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 가지고 미래사회에서 살아갈 수는 없다.

미래의 교육에서는 교과서나 교사보다는 학습자가 교육의 중심에 있게 되며, 학습이 일어나는 장소도 교실만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현장으로 확장될 것이다.

아울러 교육의 과정과 절차가 어른들의 편의 위주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의 개별화 학습이 가능하도록 아이들 중심으로 개편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의식만이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그야말로 환골탈태의 변화가 요구된다.

첫째,
국가 교육과정 체제가 새로운 발상으로 개편되어야 하며, 능력과 진로에 따라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로를 제시해야 한다.

둘째,
입학과 진급, 졸업, 수업연한 등에 관한 제도가 훨씬 유연해져서 학생들의 능력과 사정에 따라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해야 한다. 아울러 단위학교 자율성이 대폭 확대될 수 있도록 권한의 재분배와 이에 따르는 교육행정체제의 재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육이 현장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이를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교원이 준비되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제도의 전면 개편에 따라 교육 시설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기 위한 준비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학제개편 로드맵 점진적으로 추진

학제개편을 위해서는 많은 논의와 오랜 준비 기간이 필요하며 실행과정 역시 점진적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향후 학제개편을 위한 대강의 로드맵은 다음과 같이 세 단계로 그려볼 수 있다.

첫째,
학제개편의 필요성에 관하여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기본 방향에 관한 합의를 도출하는 단계이다. 2006년은 이를 위한 공론화가 시작된 해이다. 교육혁신위원회는 2007년 하반기에 향후 추진해야 할 학제개편의 기본 방향과 원칙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둘째,
학제개편의 분야별 세부 계획을 마련하는 단계이다. 여기에는 크게 세 방향의 작업이 필요하다. 하나는 교육 목적과 내용, 방법 등에 관한 개편 계획을 마련하는 일이다. 두 번째는 입학과 졸업, 진급, 수업연한 등에 관한 유연한 체제를 마련하는 일이다. 세 번째는 달라진 교육체제 하에서 그 취지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교원을 준비하는 일이다. 이 단계의 작업을 위해서는 최소한 3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셋째,
학제개편의 이행을 위한 준비와 실행의 단계이다. 아마도 이행 준비만 하더라도 최소 3년에서 5년 정도는 필요할 것이며, 실제 이행 역시 전진적으로 할 경우 5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리라 예상된다. 이렇게 보면 학제개편 작업은 순조롭게 추진될 경우 2020년경에나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이 작업은 제2건국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거대한 역사적 대업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거국적 지원과 전국민적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 거대한 과업을 누가 추진할 것인가? 아마도 이를 위한 최선의 답은 정치권과 정부, 교육 전문가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교육혁신위원회 이종태 상임위원 (yblee@mo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