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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 안지키는 대학과 갈등 부추기는 언론
  글쓴이 : 정재용     날짜 : 07-09-10 07:29    

 

조선일보, 정부 설명은 반영 않고 갈등만 확대재생산

 

‘공론은 없다. 오직 입맛에 맞는 내 말만 할 뿐이다.’ 교육문제와 관련한 최근 조선일보 보도는 정확한 사실확인과 사회적 공론 장치로서의 언론기능에 정확히 ‘역주행’하고 있다.


정확한 ‘팩트’(사실)는 외면한 채 오로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주장’과, 싸움을 붙이고 갈등을 조장하려는 원초적 틀 위에 정부의 정상적이고 합리적 정책과 행정절차마저 비틀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고려대에 통보한 학생정원 감축 계획에 대해 조선일보는 7일 “정부가 대학에 옹졸한 보복” 등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에서 전날의 왜곡보도를 그대로 확대재생산하며 이를 전제로 교육정책을 비판하는 대학 교수 등의 의견을 담았다.

 

교육부의 고려대 정원감축에 대해 다르게 보도한 한겨레와 조선일보


특히 정부의 정확한 사실관계 설명은 한 줄도 인용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맞는 주장만 담는 행태에는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국민을 오도하고 여론을 몰아가려는 정략적 발상이 깔려 있다.


 

조선일보, 해명자료 무시하고 왜곡보도 확대재생산


이날 보도의 근거가 된 6일자 기사는 잘못된 보도였다. 6일 조선일보는 “교육부 ‘내신반영 가장 낮은 대학’에 초강력 조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고려대가 2008년 입시에서 대학 중 가장 낮은 내신반영률인 17.96%를 반영하기로 한 것에 대해 교육부가 정원 감축 등의 행·재정적 ‘보복’ 조치를 취한 것처럼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교육부는 6일 전후 사정을 충분히 담은 해명자료를 냈다. 해명자료만 보면 6일자 조선일보 기사가 왜곡·과장보도라는 사실은 명백해진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7일자 신문에서 정부의 해명은 단 한줄도 싣지 않고 자신들이 주장하고 싶은 내용만 담아 보도했다.


해명자료에 따르면 교육부가 이번에 행·재정 제재를 취한 대학은 대학 54곳, 전문대학 20곳, 대학원대학 10곳으로 총 84곳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교비 횡령 미보전 등 감사처분을 이행하지 않은 대학 26곳 ▲각종 인·허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대학 13곳 ▲학생 정원 자율책정 기준을 이행하지 않은 대학 62곳 예·결산서를 공개하지 않은 대학 12곳 ▲부정 입학 등 대입전형 업무를 원칙대로 처리하지 않은 대학 4곳이다.


이중 고려대는 ▲각종 인·허가 조건 미이행 ▲대입전형 업무 부당처리 항목에 해당돼 제재의 대상이 됐다. 고려대만 표적으로 이뤄진 제재가 아니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번 제재조치는 고려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


고려대에 대한 제재조치만 살펴봐도 조선일보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고려대는 2005년 고려대 병설 전문대와 통폐합하면서 향후 4년간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고려대는 2006학년도에 전임교원을 768명(확보율 58.1%)까지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통폐합에 따라 고려대의 정원은 2005년 5454명에서 2006년 5583명으로 늘었다.


이를 조건으로 통폐합을 승인한 교육부는 이미 2005년 10월 고려대에 공문을 보내 2006년부터 전임교원 확보율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시정조치 기간 없이 조건이 충족되도록 입학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올해 교육부는 각 대학 등으로부터 2006년 자료를 취합해 살펴봤다. 그 과정에서 고려대가 2005년 함께 통폐합 승인을 받은 가천의과대, 동명대, 삼육대, 영산대와 달리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려대의 전임교원 수는 2006년 4월 1일 현재 760명(57.5%)에 불과했다. 같은 시기 연세대의 전임교원 확보율은 59.7%였으며 사립대학 평균 확보율도 58% 수준이었다.


전임교원 확보율은 등록금을 내는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학교 측이 약속한 수준의 전임교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약속한 수준 이상의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선 학생 정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


정원 감축 조치는 학생의 교육권 위한 것


이에 교육부는 이미 예고했던 것처럼 전임교원 8명이 담당하는 만큼 학생정원을 160명 감축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이번에 정원 감축 제재를 받은 대학은 고려대를 포함해 총 19개 대학이다.


이같은 내용은 교육부의 해명자료에 잘 설명돼 있다. 한겨레는 7일 해명자료를 바탕으로 “교수 충원계획 안지킨 고려대 등 19개 대학 ‘내년 신입생 감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교육부가 84개 대학에 행·재정적 제재 조치를 취한 사실을 전했다.


 

교육부가 고려대에 제재조치를 취한 것은 당초 약속을 안 지킨 대학의 잘못을 바로잡고 학생의 교육권을 지키기 위해서다. 고려대가 내신반영비율을 17.96%로 결정한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물론 시기적으로 오해할만한 여지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교육부가 2008년 입시에 권장된 내신반영비율 30%를 받아들이는 등 공교육 정상화에 적극 동참한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에 대해 행·재정적 지원과 연계해 차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날 오비이락격으로 제재방침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해마다 이뤄져왔던 조치라는 점, 그리고 교육부가 4일 제재 대상인 84개 대학 모두에게 제재 방침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선일보의 주장대로 보복이 아니라는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갈등구도만 확대재생산하는 조선일보


그러나 조선일보는 정부의 설명에는 아랑곳 않고 오히려 ‘교육부 VS. 고려대’ 식의 갈등 구도를 확대재생산했다. 심지어 ‘내신대란 2라운드’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면서 교육부가 내건 내신반영비율 확대방침을 무력화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같은 보도에서 대학입시에서 내신반영비율을 높여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의 폐해를 줄이며 인성교육과 창의력교육이 이뤄지도록 하려는 교육부의 노력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의 폐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국민이 동의하고 있다. 만약 언론이 내신반영비율 확대정책을 반대한다면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의 폐해를 줄이는데 왜 내신반영비율 확대정책이 도움이 되지 않는지를 다뤄야 한다.


이를 통해 정부 정책을 공론화하고 건전한 토론을 유도하는 것이야말로 한 문제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는 요즘 언론의 바람직한 역할이다. 조선일보 자신들만의 ‘주장’을 위해 ‘팩트’를 비틀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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