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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평> 경영권 방어제도 통해 친기업 코드 맞추기에 나선 법무부
  글쓴이 : 강희숙     날짜 : 08-05-01 01:22    
 

친기업 성향 인사 일색 위원회에서 중립적인 법안 구성 기대할 수 없어

객관성 상실하고 친기업 시각으로 인용논문 결론마저 왜곡한 법무부

한나라당의 임시국회 도입 입장, 차기 다수여당으로서 무책임한 코드맞추기


어제(4월 28일) 법무부가 「경영권 방어법제 개선 위원회」를 구성하고 올해 10월 개선방안 마련을 목표로 경영권방어제도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기관투자자 등 시장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들은 배제된 채 친기업 편향의 학자 및 전문가들과 경제부처 공무원들만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얼마나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법제마련에 기여할 수 있을지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으며, 특히 객관적인 분석을 토대로 국민경제 전체에 기여할 수 있는 법제를 마련해야할 책무를 가진 법무부가 근거논문마저 선택적으로 인용하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


법무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경영권 방어제도는 국가경제의 근간을 규율하는 기본법인 상법개정을 통해 기업과 시장의 이해관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이러한 법제의 규율방안과 성격을 결정짓게 될 위원회가 서로 대립될 수 있는 이해관계를 중립적이고 합리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되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원칙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법무부가 구성한 위원회의 면면은 이러한 당연한 원칙을 크게 벗어나고 있다. 법무부가 위촉한 이른바 " M&A 관련 법률 전문가 "는 대기업을 상대로 법률 및 금융자문을 수행하는 거대로펌 혹은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로 이들이 기업들의 입김으로부터 독립적인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위원으로 위촉된 법학교수 대부분이 경영권 방어제도의 도입과 관련해 전경련과 대한상의 등 재계가 주최했던 세미나 등에서 발표자로 나선 적이 있다는 사실 역시 위원회의 개선방안이 친재계 편향적인 내용을 담게 되리라는 우려를 짙게 한다.


영국에서 적대적인수합병과 관련된 자율규율방안(City Code on Takeovers and Mergers)을 만들기 위해 1968년 구성됐던 Takeover Panel(www.thetakeoverpanel.org.uk)에 시장을 대변하는 다수의 기관투자자 대표들이 포함되어, 친시장적(market-friendly) 규율방안을 마련했던 사실을 법무부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한편 법무부가 경영권 방어법제 개선 위원회의 구성과 함께 발표한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의 경제적 효과" 보도자료는 주무부서인 법무부의 중립성에 대해 의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법무부는 해당 보도자료에서 "상장회사들이 매년 4∼7조원의 자사주를 매입하여, 자사주 취득합계가 2006년말 현재 42조원이라는 사실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상장회사들이 경영권방어수단의 부재로 이 같은 방법으로 경영권을 방어하고 있어 기업역량의 부재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자사주 매입의 동기가 전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있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기본적으로 현금배당의 대체물로 주주들에게 이익을 되돌려 주는 행위로 주가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갖게 되며,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경영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으로 "기업의 역량 낭비"라는 판단은 결코 타당하지 않다.


해당 보도자료에서 자사주 매입에 나선 기업 사례로 제시한 삼성전자, 케이티, 에쓰오일 세 회사가 모두 현금 보유량을 대거 늘렸다는 사실은 자사주 매입이 경영권방어를 위한 기업역량 낭비라는 법무부 주장의 허구성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1998년과 2007년을 비교할 때 삼성전자는 5.7%에서 10.6%로, 케이티는 3.1%에서 6.3%로, 그리고 에쓰오일은 16.7%에서 무려 36.0%로 자산대비 현금 보유량 [=(현금+현금성자산+단기예금)/총자산]을 늘렸다. 현금보유고가 많은 이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지극히 정상적인 경영행위였을 뿐 경영권방어를 위해 출혈을 감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더구나 이론적으로 기업이 역량을 낭비하면 주가가 하락해 적대적 인수대상이 될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진다. 적대적 인수 방지에 나서야 하는 기업이 기업역량을 낭비하면서까지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는 주장은 전혀 사리에 닿지 않는다.


한편 법무부는 해당 보도자료에서 1984년부터 1992년까지 302개의 회사를 대상으로 포이즌필 도입 전후의 경영성과를 실증적으로 비교한 결과 경영성과가 오히려 개선되었다는 Morris G. Danielson, Jonathan M. Karpoff 의 2006년 논문을 인용하면서 경영권 방어수단이 도입될 경우 우리경제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논문을 제대로 읽어보면 논문의 내용과 보도자료의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상기논문의 저자들은 포이즌필 도입에 따른 영업성과 개선의 "정도"가 극히 미미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영업성과의 증가는 도입 후 5년간 누적해서 겨우 1%p 수준으로, 포이즌필 도입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법무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가 될 수 없다.


또한, 저자들은 포이즌필의 도입과 영업성과 향상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포이즌필 도입이 위험성이 높은 R&D 투자를 결코 늘리지 않는 것으로 확인돼,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이 "고위험 장기투자"의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설을 입증하지 못했고, 포이즌필의 도입이 애널리스트의 기대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만약 포이즌필이 영업성과를 향상시킨다면 애널리스트들도 이를 예측해서 도입과 동시에 기대치를 높여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포이즌필 도입 이후의 영업성과 향상은 포이즌필 도입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그 이전에 이미 이루어진 영업과 경영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저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객관적인 데이터 검증과 대립되는 이해관계의 합리적인 조율을 통해 국가경제의 장기적인 틀을 규율할 법제를 마련해야할 정부가 원저자의 주장을 전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일부 부분만을 편집하듯 왜곡 인용하여 편향된 결론의 논거로 삼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한편,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적대적 M&A(인수합병)를 방어하기 위한 상법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기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경영권 방어제도는 2년여에 걸친 상법개정안 논의과정에서 전문가들의 합의에 따라 도입방침이 철회되어 국회법사위에 계류 중인 정부의 상법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이제 겨우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절차를 시작한 단계로 법안도입을 위한 여론의 수렴도 객관적인 데이터의 분석도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다.


공당, 더구나 다음 회기의 다수당이 될 집권여당이 기본법인 상법의 개정과정에서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합의와 준비절차를 무시하고 속도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기업편향코드에 편승하기 위해 국회의 입법기능마저 희생시키려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향후 상법개정방향을 주시하면서 회사법선진화를 위해 추진되었던 본연의 개정취지를 벗어나 특정세력의 이해를 대변하는 법 개정으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2008.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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