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수석실

말 많고 곡절도 많았던 대통령과 언론단체 대표들간의 토론회가 끝났습니다. 홍보수석실은 지난 4년 반, 대통령 회견과 토론회를 수 없이 치러 봤지만 이번처럼 힘든 경우는 없었습니다.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저희는 언론계가 안고 있는 모순적 상황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첫 번째 겪은 모순은 '용기의 모순'입니다. 펜으로는 막무가내로 비판하면서 정작 토론초청에는 응하지 않는 몇몇 언론의 태도는 진정한 용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최측이 토론회를 제안했을 때 청와대가 내건 조건 가운데 한 가지가 "대통령 편들어 줄 사람, 균형 안 맞춰도 좋다. 대통령과 토론자가 일 대 몇으로 맞붙어도 좋으니 반대하는 분들은 다 모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가급적이면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다는 취지도 전했습니다. 심지어는 조중동 편집국장을 적시해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펜으로는 막무가내 비판, 정작 토론 초청에는 응하지 않아

주최측은 청와대의 이런 요청뿐 아니라 '형식'을 갖추기 위해서도 거의 모든 언론단체와 섭외했으며, 참으로 많은 언론사 간부들, 적지 않은 일선기자들과 접촉했습니다. 여기엔 언론사 사장들의 단체, 신문사 편집간부들의 단체, 방송사 편집간부들의 단체 등등이 거의 모두 망라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두 거절했습니다. 17일 참석한 단체들만이 어렵게 초청에 응했습니다. 그나마도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각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께도 거의 대부분 참석을 요청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고사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일선 기자들까지도 토론참석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주최측에 물어보니 모두 12개 언론단체, 16명의 편집-보도국장, 8명의 논설위원, 11명의 기자들에게 참석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옆에서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로 주최측은 섭외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물론 참석을 하고 안 하고는 각 단체 및 언론인 개인의 선택이니, 유감스럽기는 해도 탓할 이유는 안 될 것입니다. 저희가 불쾌히 여기는 것은, 초청엔 응하지 않았으면서 마치 청와대가 반대단체, 반대 언론인들의 참가를 일부러 배제하기라도 한 것처럼 보도한 몇몇 신문들의 비겁함입니다. 나오라고 할 때는 나오지 않고 등 뒤에서만 비난하는 태도는 용기의 부족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참석자들의 발언내용까지 몇몇 신문이 시비를 건 모습은 비겁하다 못해 측은해 보입니다.

반대 언론인들의 참가 일부러 배제한 듯한 보도태도 비겁해

참석불응의 논거도 용기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주최측에 물어보았습니다. 왜들 거부하시더냐고. 대략 세 가지였다고 합니다. "대통령과 싸움이 되겠느냐" "정부가 예정대로 밀어붙일 거면서 토론은 뭐 하러 하느냐" "이번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대통령과 싸움이 되겠느냐는 것은 전제가 틀렸습니다. 토론을 잘 하고 못하고의 문제, 토론이 되고 안 되고의 문제는 각자의 능력, 각자의 소신, 각자의 전문성, 각자의 용기의 문제이지 협상조건이 아닙니다. 청와대는 대통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어떤 조건도 걸지 않았습니다. 참석자들에게 확인해 보십시오.

정부가 예정대로 밀어붙인다는 것 역시 조건이 안 됩니다. 17일 토론회를 통해 대통령은 언론단체 요구를 받아들여 상호 협의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보인 것입니다.

별 관심이 없어 토론을 안 하겠다는 것은 더욱 말이 안 됩니다. 이번 문제를 언론자유의 본질적 문제, 국민 알권리와 직결되는 심각한 사안인 것처럼 판단해 대대적으로 부각한 것은 대체 누구였습니까.

두 번째 모순은 책임의 모순입니다. 먼저 방송을 보겠습니다. 주최측은 각 방송사에 중계방송을 정식으로 요청했습니다. 지상파 두 개 방송사는 아예 편성을 하지 않았습니다. 편성은 해당 방송사의 고유권한이니, 청와대는 거기에 대해 이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논거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합니다. 좀 무책임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한 방송사는 "방송3사가 동시에 중계할 만큼 중요한 이슈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그리 중요한 이슈가 아니라는 판단은 존중하겠지만,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이슈를 지금까지 많은 방송과 신문이 나라에 엄청난 사태라도 난 것처럼 보도한 근거는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긴박감" 없어 녹화방송 포기? ... 재미, 흥미 등 가치만으로 편성하나

앞으로도 그리 중요한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비중있는 비판보도를 더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도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 시간대엔 시청률이 높은, 그래서 광고수익을 많이 올릴 수 있는 오락프로그램이 편성돼 있습니다. 차마 그 점까진 고려하진 않았을 것으로 믿고 싶을 따름입니다.

또 한 방송사는 앞의 방송사와 마찬가지 이유로 생중계를 안 한다는 기조 하에, 녹화방송 여부만을 토론회 직후까지 고심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토론회를 지켜본 뒤 "긴박감이 없다"는 이유로 녹화방송마저 포기했습니다. 이슈로서의 무게나 가치가 우선이 아니라면, 방송은 '재미' '흥미' '긴박감' '시청률' 등의 가치만을 갖고 프로그램을 편성해 왔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그 다음은 몇몇 신문의 책임성 문제를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다는 아니지만, 기자실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취지와 내용 설명도 거의 언급없이 △'공사일정 협의 가능' '공무원에 취재협조 지시' 등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일방적으로 전달하거나 △참석자들의 적격성에 시비를 걸거나 △토론결과가 언론에 유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정적 비난을 퍼부어대거나 △토론회를 계기로 정부와 언론단체들이 협의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일부러 누락시킨 보도행태는 당당하지 못합니다.

균형의 책임, 형평의 책임에도 맞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자신들의 일방적 주장을 바탕으로 공격만 퍼부어온 일부 신문들이 처음 양자간의 그것도 대통령이 참석한 토론회의 내용조차 사실관계로서 충실히 보도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합니다.

주요 언론단체 대표들과 협의, 진지하고 책임있게 대화할 것

이제 토론은 끝났습니다. 토론회에 참석요청을 받고도 거절한 분들은 앞으로 제발 "의견수렴조차 안한다"느니,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인다"느니 "반대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무시한다느니" 하는 얘기는 하지 말기 바랍니다. 소모적 논쟁을 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토론을 요청하는 분들이 있다면 피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국민들 다 보는 앞에서 하길 원합니다.

오늘부터 정부는 주요 언론단체 대표들과 협의에 들어갑니다. 진지하고 책임있게 대화할 것입니다. 그 분들의 얘기를 겸허히 듣고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반영하고 보완해야 할 대목은 보완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대화를 진행하는 동안은 취재지원시스템 개편작업을 진전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와 언론단체가 좋은 합의점을 도출하도록 성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2007.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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