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부터 유신시대까지 민주화운동 연구ㆍ평가의 기초가 되기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 신부)가 『1945년∼1979년 민주화운동사료 목록집』을 발간했다. 민주화운동사료 목록집은 사업회 소장 사료 중 1945년 8월 15일부터 1979년 12월 31일까지 생산된 민주화운동 관련 사료를 선별하여 수록한 것이다. 1천여 쪽에 달하는 이 목록집은 사료를 연대와 연도별로 정리하였고 각각 해제를 실어 해당연도에 일어난 사건과 관련된 사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동안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심도 깊게 연구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생산된 사료의 부족이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일 것이다. 사업회는 출범 때부터 주요사업의 하나로 민주화운동 사료 수집사업을 진행해왔고, 현재까지 70여 만 건에 이르는 민주화운동 관련 사료를 수집하였다. 그 중 1945년 8월 15일부터 1979년 12월 31일까지의 민주화운동 관련 사료를 선별·정리하여 목록집을 발간하게 된 것이다.
목록집에 수록된 사료를 살펴보면 시기마다 민주화운동의 성격과 특징이 나타난다. 1945년부터 1948년까지의 사료는 대부분 미군정 사령부에서 정리·요약한 신문기사 모음이 주종을 이룬다. 특히 2차 미소공동위원회가 열렸던 1947년 7월부터 9월까지의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미군정 하에서는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민주화운동만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 외 여운형 관련 기사 모음, 한국 상황을 알리는 영문보고서 등도 주목할 만하다.
1960년대 사료로는 한국민주화운동의 획기적인 전환점이었던 4·19혁명, 한일협정 반대운동과 통일운동, 민족일보사건, 삼선개헌 반대운동 관련 사료 등이 있다. 또한 한국민주화운동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기독교 계통의 사료로 기독교학생운동, 산업선교,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에 앞장섰던 한국인 목사들과 관련된 사료들이 상당한 양을 이루고 있다.
기독교학생운동 관련 사료들을 통해서는 1960년대 민주화운동을 선도한 학생사회 일반의 사회 인식과 정치적 지향을 읽어낼 수 있다. 산업선교 단체의 보고서, 간행물, 회의록 등은 1960년대 산업화와 노동운동 연구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사료들이다. 또한 한국인 목사나 기독교 단체들이 해외 단체에 한국 상황을 설명하는 영문보고서와 서신들은 1960∼70년대 해외민주화운동의 활동을 밝혀낼 수 있는 기초 자료가 될 것이다.
1970년대에는 상당히 많은 양의 반유신 민주화운동 관련 사료들이 수록되어 있다. 인혁당재건위사건과 민청학련사건, 긴급조치 위반 각종 사건들, 학생시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언론자유 수호투쟁 등에 대한 사료들이 풍부하다. 당시 민주화운동의 분위기를 반영하여 인권 관련 사료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전태일분신사건 이후 1970년대 노동현장의 각종 사건과 투쟁 관련사료, 어용노조와 산업선교 조직의 사업보고서, 진정서 등을 통해 당시 노동자의 상황과 노동문제에 대한 박정희 정권의 대응을 살펴볼 수 있다. 그밖에 광주대단지사건, 박흥숙사건(소위 무등산타잔사건), 함평고구마사건, 오원춘사건 관련 사료 등 국가폭력을 잘 보여주는 사료가 수록되어 있다.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국 상황을 알리는 영문 사료, 해외에서 작성된 한국민주화운동 관련 사료, 김형욱사건 관련 사료, 카터 미 대통령 방한반대 성명과 같이 민주화운동을 둘러싸고 형성된 한국과 미국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보여주는 사료도 있다.
한국 사회의 역사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온 한국민주화운동 역사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검증되어야 한다. 보다 나은 삶과 진전된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민주화운동의 소중한 기억과 성과뿐만 아니라 부족했던 부분과 잘못까지도 밝혀내며 정당한 자리매김을 해야 할 것이다. 이번 목록집 발간이 민주화운동사 연구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2007.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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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빙메이커투 : 이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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