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25일 오후 1시30분 청와대 청와대 분수대 앞

민주노동당 비대위원 및 의원단 전체

이병박 대통령의 오기정치가 끝내 파국을 불러왔습니다. 정부는 오늘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 고시 관보게재를 의뢰했습니다. 민심과 민의와 민도를 폭력적으로 억누르려는 사실상의 계엄령을 전국적으로 선포한 것입니다.

국민의 재협상에 대한 강렬한 염원은 불가침의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적을 분명히 선언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고립무원을 스스로 자초했습니다. 정치적 무중력과 혼란을 일으킨 장본인은 다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이기 때문에 이 모든 책임을 묵묵히 감내해야 할 것입니다.

관보가 게재되는 26일을 기해 수입위생조건이 법률적으로 효력을 발생함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은 되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굳어지게 됩니다. 26일은 미국의 압력과 더불어 사대주의 이명박 정부에 의해 나라의 주권이 강탈당한 제2의 망국일로 역사는 기록하게 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의 실종을 우려하는 국민들에게 대화와 상생의 정치가 불가능함을 역설했습니다. 야당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대결의 정치를 공언했습니다. 재협상 선언을 통한 야당의 국회등원과 정치복원은 더욱 요원해졌습니다. 정부가 국민과의 대결을 고수함에 따라 한국사회는 미증유의 혼란의 길을 거침없이 질주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의사를 너무 우습게 알았습니다. 정부는 미국과의 신뢰문제 때문에 관보 게재를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 국민의 건강권보다 통상마찰과 한미동맹을 더욱 중히 여기는 이명박 정부의 반국민적 반민생적 작태를 우리는 똑똑히 목도하고 있습니다.

뼈저린 반성의 결과가 일방적인 관보게재였습니다. 소통하고 반성하겠다는 정부가 국민 80%가 요구하는 재협상을 거부하면서도 더 이상의 카드가 없다는 사실왜곡까지 서슴없이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 측은 정부가 밝힌 추가협상을 협상이 아닌 논의라고 일축했습니다. 언제라도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입니다. 그것이 일주일 넘게 정부대표단이 미 무역대표부와 벌여온 협상의 성과입니다. 구속력도 없고 보증력도 없습니다. 30개월 미만의 쇠고기 수출도 '과도기적 조치'라고 규정했습니다. QSA는 보증이 아닌 '지지'라고 했습니다. 과거의 수입위생조건과 한 획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외교통상부가 방미 전에 밝혔던 위생조건의 자구 수정은 있을 수 없다는 방침을 충실히 따른 것입니다. 그래놓고도 정부는 말끝마다 충분한 토론을 거쳤고,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됐다고 사기를 치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검증됐고, 무엇이 토론됐습니까.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성이 검증됐을 뿐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독주와 독선, 독재정권으로의 무한질주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두 달 가까이 토론됐을 뿐입니다.

정부는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찬 추가논의에 대한 영문 합의문도 공개하지 않은 채 관보게재를 의뢰했습니다. 국민은 그동안 국민적 의사를 묵살하는 독불장군식 '나대로' 정부에 대해 참고 또 참으며 국정운영 기조의 대전환을 기대해왔습니다. 절반 가까운 국민의 지지로 출범시킨 정권이기 때문에 인내하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 변화를 기다려왔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관보게재를 강행하며 국민과의 대결을 공식화했습니다. 일방적인 국정운영을 거두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반발하는 국민들은 색깔론과 신공안정국 조성으로 탄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불법시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하겠다는 초강경기조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관보게재로 인해 더 이상의 타협과 절충의 점이지대는 완벽하게 사라졌습니다. 더 이상 이명박 대통령의 패권정치를 관망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제 국민과 이명박 정부는 사생결단의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벼랑 끝 대치입니다. 벼랑 끝 대치 속에서 국민과 이명박 대통령 둘 중 하나는 추락할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국민을 이긴 정치권력이 없다는 것은 우리 역사가 증언하고 있습니다. 추락하게 될 이명박 대통령은 날개가 없습니다.

민주노동당은 관보게재를 초비상사태로 규정하고 관보게재에 대한 비타협적인 투쟁을 선언합니다. 민심을 역행한 대통령을 민주노동당은 국민의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바로 이 자리에서부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운동을 강력하게 전개할 것입니다.

대통령이 끝까지 재협상을 외면한다면 대통령 퇴진운동으로 즉각 전환할 것입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비상한 결의로 이명박 정부 불신임운동과 퇴진운동으로 투쟁의 수위를 점차 높여나갈 것입니다. 퇴로가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와의 사생결단의 전면적 투쟁만이 촛불민심을 제대로 엄호하는 민주노동당의 유일한 방책입니다.

끝으로 통합민주당에 호소합니다. 민주당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을 이끌어온 수권 경험이 있는 정당입니다. 지금 '국민'과 '참여'는 고시철회와 전면적인 재협상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리고 민주당은 이미 국민의 재협상 민의와 한 배를 타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반대투쟁과 주권회복운동에 민주당의 동참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역할은 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 물러섬 없는 대항쟁을 통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나온다는 헌법정신을 실현하는데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재협상 카드를 꺼내들 때까지 우리들의 투쟁은 멈출 수 없습니다.

2008.6.25.

민주노동당

2008.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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