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 의혹 해명하고 주요 공약에 대한 사회적 토론 참여해야
정동영 후보, 이명박 후보와의 차별화에 앞서 자신의 정책부터 내놓아야 할 것
요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이번 선거는 참 독특하다는 것이다. 선거일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이렇게 '바람' 없이 차분하고 담담하게 치러지는 선거도 처음이고, 야당에만 유력 후보들이 있고 야당 후보의 독주가 장시간 계속되는 동안 여권은 변변한 후보자 한 명 만들어 내는 것도 힘들어하는 선거도 처음이라는 것이다. 이런 예기치 않은 상황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좀 어리둥절한 느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독특한 점은 유권자들이 후보자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이 없다는 점이다. 과거라면 김영삼, 김대중 혹은 이회창과 같이 정치적으로 많은 경험을 쌓았거나 대통령 선거에 이미 한두 번 출마한 적이 있어 각 후보자 자질의 장단점이나 이념적 지향점, 정책 방향에 대해서 유권자들이 어느 정도 이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후보자들이 상대적으로 새 얼굴이라는 점에서 각 후보자가 어떤 인물인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어떻게 나라를 이끌고 나갈 지에 대한 궁금증은 몹시 크다. 그런 만큼 이번 선거에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들의 과거 경력과 장단점, 정책 방향과 비전에 대해 꼼꼼히 따져보는 일이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각 당 후보자의 선출이 시기적으로 너무 늦게 이뤄졌다. 8월 하반기에 후보자를 결정한 한나라당도 결코 선출 시기가 빠르다고 할 수 없지만 소위 범여권의 후보자 선출은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두고서야 이뤄졌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선거 운동이 실시되더라도 후보자를 제대로 알기에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5년 전에는 2002년 초 이미 노무현 후보가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결정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금년 각 당 후보의 선출은 상당히 미뤄진 것이다.
내년 말에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 미국에서 이미 금년 초부터 각 후보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보면 미국에서는 적어도 2년 가까운 시간동안 후보자들의 자질과 공약에 대한 검증 작업이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부터 겨우 두 달 남짓한 시간동안에만 후보자의 장단점과 특성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유권자들이 과연 후보자에 대해 제대로 알고 찍을 수 있을지 우려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이 너무도 짧은 검증의 시간만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검증과 토론에 나서지 않는 후보
그나마 각 정당과 후보자 측에서는 이 짧은 기간마저도 검증 과정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지 않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대해서 속 시원한 답변을 주지 않은 채 이리저리 회피하고 있으며, 대운하 사업 등 제시한 주요 공약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논의와 토론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구체적인 검증에는 응하지 않은 채 정치적 논쟁의 전면에서 벗어나 TV 뉴스의 화면 속에 비춰진 모습으로만 나타나고 있다. 정책 선거라는 본질보다 이미지 정치만을 추구한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한 행태이다.
부실한 정책으로 선거를 치르려고 하는 후보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자로 선출된 정동영 후보 측 역시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신당의 경선은 이념적 노선이나 구체적인 정책을 둘러싼 경선이 되지 못하고 조직 선거, 동원과 같이 경선 절차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했고 후보자 간 대립 끝에 경찰에 고발하고 압수 수색까지 시도되는 등 혼탁함을 보임으로써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주었다.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에 대한 일정한 검증 시도가 이뤄졌던 한나라당 경선보다 못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신당 후보 선출 이후에도 정 후보 측은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 후보의 이명박 후보에 대한 차별화 전략은 아직까지 이명박 후보가 내세운 교육,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에 머물러 있다. 정책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동영 후보가 구상하는 국가 경영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빨리 제시되어야 한다. 이는 정 후보뿐만 아니라 문국현, 권영길, 이인제 등 다른 후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후보자의 역량과 자질, 정책공약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일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선거라는 제도가 갖는 너무나도 중요한 기능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과정에서는 이와 같은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제라도 모두가 이러한 문제점에 주목하여 본격적인 정책 경쟁, 자질 검증이 '속성으로라도'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충 감으로' 선택하기에는 5년의 기간은 너무도 길고 우리나라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도 많다.
2007. 10. 24
시민의 관점으로 시민이 만드는 생활밀착 뉴스/정보
보도자의 입장을 100%반영하는 보도
카빙메이커투 : 박영수
- 카빙- cabing.co.kr
<저작권자 (C) 카빙. 무단전제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