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브리핑, 대통령 편지에 대해/한나라당 후보검증 논란 관련
2007년 2월 20일 오전 11시 15분 국회 정론관
민주노동당 대변인 박용진
설연휴 시작하는 날 청와대에서 보내준 A4 6장짜리 분량의 장문의 편지 잘 받아 보았다. 많은 분들은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발끈할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대통령께서 진보진영의 작은 논쟁에 관심을 가져주신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
문성현 대표는 현안점검회의에서 노대통령의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문제는 경제발전이 아니라 경제평등에 있다. 가진자를 위한 개방과 경제논리에 발목 잡힌 대통령의 시각은 민주노동당이 가는 길과 확연히 다르다" 는 것으로 대통령의 편지에 대한 답장을 대신하였다.
○ 대통령 글에 대한 입장
- 보수편에 선 대통령의 진보인 척 하기
안타까운 것은 대통령이 정권에 대한 비판에 너무 민감하다는 것이다.
진보는 단호하되 겸허해야 한다. 비판이 들어오면 반박부터 하려 하지 말고 먼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진보는 자기에 대한 비판에 겸허하고 남에 대한 비판에 조심스러운 법이다.
민주노동당은 대통령 말씀뿐 아니라 보수진영의 어떤 비판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귀담아 들으려고 노력하겠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은 진보도 변화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토론하고, 스스로 깨닫고,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기 문제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대통령이 자꾸 자신을 진보라고 주장하고 굳이 진보인 척하려고 노력하는지에 있다.
과거에 데모 몇 번 참가하고 이론서 몇 권 읽었다고 진보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거다.
진보냐 보수냐를 가르는 기준은 "내가 지금 누구편에 서 있느냐?"를 분명히 하는 데 있다.
대통령과 민주노동당은 지금 서로 다른 편에 서 있고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 해가 늬엿늬엿 넘어가면서 그림자가 이쪽으로 좀 넘어왔다고 하더라도 서로 다른 편에 서 있다고 하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대통령의 자리는 노동자와 서민의 자리가 아니라 재벌과 가진자의 편인 것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대통령은 편지글에서 진보가 개방해서 망할 것이라고 했지만 경제 발전했다고 주장하셨지만, 대통령이 그 말씀을 하시는 순간에도 한국의 청년실업은 3년치 최대치인 107만명을 이룩했으며, 현 정권 들어 사회양극화와 빈부격차가 가장 심각해진 것은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그게 개방의 결과이고 가진자만을 위한 경제성장 논리의 최종적인 결과이다.
그것을 극복하겠다고 하면서 가진자의 경제성장논리를 여전히 반복하는 것은 대통령이 4년간 저질러온 실수와 잘못을 앞으로도 계속 하겠다는 자기고집에 불과하다. 이것은 비판을 귀담아듣지 않는 결과이다.
진보진영은 개방을 반대하는 위정척사파가 아니며, 경제논리를 모르는 얼치기들도 아니다.
오히려 협상이라는 단어를 붙이기 민망할 정도로 더 이상 양보할 것이 없는, 일방적인 퍼주기 협상이 되어버린 FTA협상을 계속 체결하자고 고집하는 노무현 정권과 협상단의 태도가 국민을 속이고 나라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
진보진영만 사는 나라냐고 말씀하셨다.
이번 논쟁이 끝나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 머릿속에는 이 말씀만 남게 될 것 같다.
그러나 집회의 자유도, FTA 반대 광고도 못하게 입을 틀어막고, 반대주장하는 노동자. 농민을 구속시키는 사회가 진보진영만 사는 나라라고 한다면 누가 믿겠는가.
최소한의 생존권을 주장하고 짚어야 할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면 "이게 너희만 사는 나라냐?"고 윽박지르는 것이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들에게 할 소리인지 스스로 반문해 봐야 할 것이다.
끝으로 민주노동당은 대통령에게 한미FTA협상에 대해 담판회담을 제안했다. 청와대에서도 일정한 반응이 왔다.
협상 반대의 문성현 대표와 협상 찬성의 노무현 정부가 이 문제를 두고 진지한 토론을 벌일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청와대의 반응도 대단히 신중하다고 생각한다. 빠르면 이번 주 내에 늦어도 2월 내에 한미FTA협상에 대해 분명한 이야기를 나누고 담판을 갖는 그런 자리가 되길 바란다.
○ 한나라당 검증논란에 대해
- 불법선거자금과 위증교사는 한나라당의 역사
한나라당의 대선 경선 과정이 처음에는 경부운하, 열차페리 등 조금은 허황된 대규모 개발공약으로 국민들을 현혹하더니만 이제는 수준미달 의 검증 논란으로 국민들의 눈을 속이고 있다.
제발 부탁드리는데 수준 낮은 검증논란으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당을 탈당하거나 박근혜 전 대표가 분당하거나 하지 말고, 한 명의 후보를 선출해서 대선에 나와주길 부탁드린다.
대선이 다자구도로 가면 민주노동당은 혼란한 상황에서 제대로 자기 주장을 못 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한나라당이 한 명으로 후보선출이 될 수 있도록 강재섭 대표 등 지도부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후보들 간 검증공방 놔두지 마시고, 당이 나서서 차분하고 조용하게 진행했으면 한다. 누가 되었든 한나라당식 검증으로 한명을 선출하고, 일치단결해서 대선에 임하길 바란다.
제대로 된 검증과 비판은 대선 본선에서 민주노동당에 의해 하게 될 것이다. 후보 검증은 후보 개인의 사사로움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정책과 이념에 대해서 신랄한 검증이 될 것이다.
사실 민주노동당이나 국민이 볼때 이명박 씨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는게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이명박 시장의 선거비용초과지출과 위증교사가 큰 문제라고 얘기하는데 민주노동당이 볼 때 지극히 한나라당다운 일이다.
한나라당이 조직적으로 저지른 차떼기 불법대선자금에 비하면 약소하고, 최연희 성추행 사건과 일해공원 추진 등을 보더라도 당은 반대하고, 지역조직은 옹호하는 역사에 대한 위증교사가 벌써 몇번째냐.
이명박 전 시장은 한나라당 후보로 훌륭한 자질을 갖고 있다. 이 훌륭한 후보 당밖으로 밀어내지 말고 이것을 핑계로 당밖으로 나가려 해서도 안된다. 부디 한 후보를 뽑고 일치단결해서 대선에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본선에서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후보를 역사의 검증대에 세울 것임을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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