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정책을 갖고 이야기하라..'대선용 반대' 지겹지도 않나?
이승형 홍보기획비서관실 행정관
사안 사안마다 "왜 하필 지금이냐" 타령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 회자됐던 "왜 하필 지금이냐" 댓글 시리즈를 아십니까. 그 중의 한 토막입니다.
"행정수도 이전하자" → 한나라당 "왜 하필 지금이냐"
"사학법 개정하자" → 한나라당 "왜 하필 지금이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하자" → 한나라당 "왜 하필 지금이냐"
"개헌하자" → 한나라당 "왜 하필 지금이냐"
"긴급조치 관련 법관 명단 공개한다" → 한나라당 "왜 하필 지금이냐"
대통령의 제안이나 정부 정책이 나올 때마다 한나라당이 사사건건 반대하는 것을 빗대어 누리꾼들이 만든 댓글입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다양한 분야에서 각종 제언을 내놓아도 한나라당의 대답은 한결같다는 점이 이 댓글의 웃음 포인트입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왜 하필 지금이냐"를 치면 여러 개의 글이 뜰 정도로 유명한 우스개 소리가 됐지만 그저 웃고 지나가기엔 국민들에게 참으로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해 오로지 반대만이 야당의 존재 이유인 양 발목을 잡아왔습니다. 오죽했으면 국민들이 이런 댓글을 보고 쓴웃음을 지을까요. 물론 야당이 대통령과 정부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라면 어디에서나 있는 일입니다. 반대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반대에도 논리라는 것이 있고, 나아가 대안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반대에는 논리나 대안이 없습니다. 바로 이것이 문제입니다.
논리와 대안 갖고 반대할 능력이 안 되는가
한나라당의 '무조건 반대'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올해 이후 반대 사례만 해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반대 사례를 볼까요.
▲ 개헌 관련
"불리한 대선판도 바꾸기 위한 정략개헌...국민 분열과 국가분란 가중"(1.9. 나경원 대변인 정례브리핑 등)
▲ 정책 관련
"유급지원병 증가계획 중단하라. 재원조달 방안 무시한 대선용 선심성 정책"(1. 20. 박영규 수석부대변인 논평)
"군 복무기간단축 추진 중단하라. 전형적인 대선용 선심정책"(1. 8. 유기준 대변인 논평 등)
▲ 민생 관련
"정치에서 손 떼고 민생에 올인하라. 대통령 엄정중립 지켜야 국정 흔들리지 않는다"(1. 28. 나경원 대변인 정례브리핑)
▲ 기타
"남북정상회담 추진하지 말라. 임기 말 대선 치르는 해 추진은 정략적...국제협조와 신뢰성마저 의심받게 될 것"(1. 26. 강재섭 대표 신년회견 등)
"중립 내각 구성에 반대한다. 중립내각은 야당·언론 공세 차단 위한 꼼수내각"(1. 4.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
한나라당의 반대 논평 등을 들여다보면 그 반대 근거나 논리를 파악하기 힘듭니다. 굳이 꼽자면 "정략적"이라든지 "대선용"이라든지 하는 주장뿐입니다. 게다가 왜 정략적인지, 왜 대선용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무조건 시비부터 걸고 보자는 '묻지마 반대'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유급지원병 증가계획으로 인해 덕을 보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대선용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군 복무기간 단축도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는 정책이어서 당장 이익을 누릴 사람이 없는데 왜 선심성이라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개헌발의에 대한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본다는 것인가요. 자신들에게 불리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근거 없는 정략을 만들어 대통령과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방해하는 것 아닙니까.
개헌, 군 복무기간 단축,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의 사안은 모두 나라의 장래를 위한 정책입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나라의 장래에 대해 관심을 갖고 내놓은 정책에 대해 어떤 설명도 없이 그저 정략적이라는 말 한 마디로 끝내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자세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국민들에게 "이것도 저것도 다 정략적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한나라당은 또 기회 있을 때마다 대통령에게 "민생에 올인하라"고 요구합니다. 민생이 그리도 걱정된다면 올인 운운하며 넘어갈 것이 아니라 국민들 앞에 민생 관련 정책 한 가지라도 제대로 내놓으라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정부정책 가운데 민생과 관련되지 않은 것은 거의 없습니다. 군 복무기간 단축이든, 비전 2030이든 민생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정책입니다. 민생에 올인하라 해서 정책을 내놓으면 "대선용"이요 "선심성"이라 하니 도대체 어쩌자는 것입니까. 앞으로 1년 내내 대통령과 정부는 아무 것도 하지 말란 말입니까.
반대 '거리'를 자체 생산...대선밖에 안 보이나
한나라당이 현재 반대하는 개헌이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은 과거 그들이 하자고 주장했던 사안들입니다. 그런데 막상 대통령이 하자고 하니 반대하고 나섭니다. 더욱 더 해괴한 일은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상황을 미리 가정해 반대하는 경우입니다. 남북정상회담이 그렇고, 중립내각 구성이 그렇습니다. 대통령이 단 한마디 언급하지 않은 사안을 두고 수차례에 걸쳐 반대를 반복합니다. 누구를 상대로 반대를 외치는 건지 헷갈리게 만드니 뭐라 답변할 가치조차 없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한나라당의 정치적 공세 또한 대단한 상상력을 발휘합니다. "정치인 각료 복귀시기를 개헌안 발의와 맞추지 말라" "대선 불개입 선언하라" "집권전략과 정계개편을 배후조종하지 말라" "탈당하지 말라" 등등 대통령은 생각하지도 않은 일을 지어내 반대합니다. 상황도 만들고, 그 상황에 대한 반대도 하니 가히 북 치고 장구 치는 격입니다.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모자라 반대할 '거리'를 자체 생산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합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공세도 있습니다. "전문성, 중립성 갖춘 인물로 관리내각, 민생내각 구성하라"고 주장하다가 입장을 180도 바꿔 "중립내각은 꼼수"라고 비난합니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는가 보죠.
한나라당은 그저 대선판도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면 일단 반대부터 하고 봅니다. 그것이 나라 장래를 위한 정책이든, 있지도 않은 일이든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한나라당 눈에는 오로지 대선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니 그들의 반대를 '대선용 반대'라고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정책을 이야기하라
지금은 과거처럼 민주주의를 저항이나 투쟁으로 생각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과거의 투쟁 대상이었던 독재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소통과 대화, 양보와 타협으로 사회적 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한층 더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를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그러나 설득력 없는 반대, 논리 없는 반대, 실체 없는 반대로는 대화는커녕 기본적인 소통마저 힘들게 됩니다. 더군다나 이런 '묻지마 반대'가 지난 4년간 지속돼 왔다면 민주주의는 오히려 퇴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나라당은 누리꾼들의 "왜 하필 지금이냐" 댓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 경제는 선진국으로 가고 있는데 정치만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이제 반대를 하더라도 논리와 대안을 갖고 하길 바랍니다. 비방과 공세 대신 정책을 이야기 하십시오. 그것이 국민과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제1 야당의 자세입니다.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07-02-12 10:17:56 카빙뉴스에서 복사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