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의원, 타이타닉이라는 비유를 들기 전에 침몰의 이유를 생각하라
새로운 정치를 위해 탈당한 한 초선의원의 일기 1
"타이타닉에서 모자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뛰어내리다가 익사한 선원"(이기명 노무현 대통령 전 후원회장), "(타이타닉에서) 도망간 선장"(전여옥 의원)
흔히 '사수파'로 불리는 사람들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입을 모아 열린우리당을 '타이타닉'이라고 합니다. '탈당 의원'들을 침몰하는 배에서 뛰어내린 '선원', 혹은 '선장', 더 극단적으로는 '생쥐'로까지 묘사합니다. 탈당 의원들에 대한 비난에 있어 '사수파'와 한나라당은 '대연정(?)'을 이뤘습니다.
언제나 막말 정치를 해왔던 한나라당을 젖혀두고 탈당 의원들을 비난하는 일명 '사수파'에 대해 말씀드린다면, 저는 이분들이 '타이타닉'이라는 비유를 사용할 때는 최소한의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이타닉이 '왜 침몰하게 됐는지'에 대한 성찰 없이 탈출하는 사람들을 문제 삼는 것은 오히려 '무책임'한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잠깐 타이타닉호의 진실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요? 타이타닉의 선장 '에드워드 스미드'는 거대한 배에 탐조등을 설치하지 않았고, 망대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습니다.
신참선원을 구명보트대원으로 배치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야간에 관측인원을 증원해야 한다는 규정도 어겼습니다.
빙하충돌 경고를 무시하고 22노트의 속력으로 과속을 했습니다. 타이타닉의 침몰은 '운명'이 아니라 '인재'였습니다.
충돌 이후의 대처는 더 어이가 없습니다. 빙하와 부딪고 나서 무전실로 내려가 SOS를 치지 않고, 지체 높은 승객을 찾아가 격식을 갖추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무려 11분간. 구명정에 여자와 아이만을 태우는 '관념적 인도주의'만 고집함으로써, 가족과 헤어지기 싫은 사람들의 탑승거부로 구명정 정원 1178명에 못 미치는 705명만이 목숨을 건졌습니다.
타이타닉호에서 빠져나온 생존자들의 통계를 보면, 1등실과 2등실의 어린이는 전부 구조된 반면 3등실에 묵었던 남자 어린이의 73%, 여자어린이의 55%는 구조되지 못했습니다.
배의 침몰은 연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큰 재앙이었던 것입니다.
사실 타이타닉의 침몰은 열린우리당의 몰락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민심의 '경고'를 무시하고 개혁의 중심세력이라는 오만함으로 정치개혁 근본주의를 연료로 삼아 '독주'했습니다.
'정당정치'의 기본이 민의를 정치의 장에 옮기는 것이라는 기초적 '규정'은 정당개혁의 이름 하에 철저히 무시당했습니다.
위기에 대한 반응 또한 타이타닉의 비극을 답습합니다.
정당의 기반인 '민심'이 떠나간 위기 상황에서도 국민들의 생각과 지지계층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보다는 대통령의 의중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11분간 지체 높은 승객에게 상황을 설명한 선장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근본주의적 '인도주의'를 내세워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죽인 '타이타닉'의 '비장미(悲壯美)'를 흉내 내어 함께 침몰하라고 강요합니다.
끝까지 타이타닉처럼 되자는 희극적 의지 외에 어떤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3등실의 어린이들처럼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던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의 바람까지 침몰하고 있습니다.
'타이타닉'이라는 비유를 드는 사람들은 탈당 의원들을 '비난'하기보다, 먼저 '타이타닉' 침몰의 진실을 이해하고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진실에 대한 이해와 교훈이 없는 단순한 '비유'는 아직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실천의 정치'가 아닌 '수사의 정치'는 그만 두어야 합니다.
침몰하는 배를 탈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탈출해서 구조대를 불러와야 합니다.
'선발 탈당'은 우리만 살겠다는 목적에서 행한 것이 아닙니다. 타이타닉호의 침몰은 대한민국호의 침몰을 의미하기 때문에, 열린우리당의 침몰은 개혁호의 침몰을 의미하기 때문에 결행한 것입니다.
'민생정치'의 실천을 통해 '합리적 진보' 세력을 복원하는 것이 탈당의 목적입니다.
다시 새롭고 튼튼한 배를 만들어 국민의 목소리를 엔진으로 삼아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항해하고자 하는 바람입니다.
이제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맞이하여 새로운 정치를 위해 '열린우리당'을 탈출한 사람들에 대한 악의적 비난을 거두어주시기 바랍니다.
꼭 '타이타닉'의 비유를 들어야 하겠다면, 진실에 대한 이해와 깊은 반성을 바탕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2007년 2월 7일 국회의원 최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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