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으로부터 국회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20석 기준을 15석 내외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주장한 민주노동당 입장에서 원칙은 동감하는 바이다. 다수당 위주의 국회운영에 따라 제도권 정치에서 소외된 노동자와 서민들의 정치적 이해와 권익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웠던 게 교섭단체 제도의 문제였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은 교섭단체제도 폐지 및 구성요건 완화를 일관되게 요구했다.
그러나 지금의 한나라당 제안은 그 저의가 극히 의심스럽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국회 등원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자유선진당 등 보수야당을 상대로 검은 정치적 뒷거래를 하자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153석의 거대 의석을 가지고도 국회운영을 파행과 편법으로 몰아가고 있다. 국회 정상화의 길을 가로막는 것은 한나라당이다. 국회를 정상화하려면 야당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야당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국민적 요구를 등에 업고 고시철회와 전면 재협상을 두 달 넘게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등원의 선결조건으로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정조사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통상절차법 제정, 폭력진압 책임자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평화로운 촛불집회 보장 등을 주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러한 원구성을 위한 전제조건은 무시한 채 90년 기만적인 3당 합당처럼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와 함께 3당 야합을 획책하려고 한다.
국회가 한달 넘도록 문을 열지 못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임에 틀림없다.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화시키는 해법은 지극히 단순하다. 한나라당이 국회를 이끄는 집권여당으로서 자격을 가지려면 행정부를 견제하는 상징적 조치인 쇠고기 재협상을 청와대에 통보하면 된다. 그러지 않고 촛불 민의를 거스른 채 일방적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1당독재로 나아간다면 한나라당을 제1당으로 만들어 준 국민으로부터 먼저 배신당하고 배척받게 될 것이다.
2008년 7월 8일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부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