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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능 갖춘 전력망…IT강국 한국의 ‘그린오션’
  글쓴이 : 카빙편…     날짜 : 09-01-15 16:08    

   
    [헬로! 그린테크] 스마트 그리드 산업 추진

화력발전으로 전력을 충당해온 도시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태양광과 풍력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원을 도시 곳곳에 설치하려고 한다. 과연 이 도시가 손쉽게 화력발전을 중단할 수 있을까.

태양광발전기 등 신재생에너지원만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원할 때 발전할 수 있는 화석연료 발전과 달리 신재생에너지 발전에는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전력 수요가 많을 때 해가 반짝 반짝 빛나거나 바람이 강하게 분다는 보장이 없다. 이 때문에 전력 수요와 전력 공급을 조화롭게 운영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바로 지능화된 전력망, 스마트 그리드다.

스마트 그리드로 전력수요 조절까지

스마트 그리드란 통신네트워크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통해 발전과 송전, 전력소비 등을 추적하고 통제하는 전력망을 말한다. 양방향 통신이 기본이기 때문에 스마트그리드를 활용하면 전력회사는 각 가정의 전력 수요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스마트 그리드를 적용하면 신재생에너지원 활용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또 각 가정의 전력수요를 조절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냉방 전력수요가 급증할 땐, 가정의 전기밥솥이나 냉장고, 식기건조기 등에 대한 전력공급을 감소시키는 식이다. 거대한 배터리 역할을 하는 하이브리드 차를 활용하면 전력 수요가 적은 밤에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수요가 많은 낮에 사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전력수요를 조절할 수 있게 되면 신재생에너지발전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아진다. 한 여름 냉방수요가 급증하는 며칠 동안만 가동할 발전소를 건설하느라 자원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가정에서도 전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일일이 돌아다니며 플러그를 뽑지 않아도 가정 내 전력소비 10%를 차지하는 ‘전기흡혈귀’ 대기전력을 차단할 수 있다. 이처럼 스마트 그리드를 활용하면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체적인 전력 소비도 줄일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다.

스마트 그리드 기술 적용할 실증단지 구축

정부가 추진하는 녹색전력도시의 방향이다. 지식경제부는 2004년부터 산학연 기관과 전문가에 2547억원을 투입해 스마트 그리드 기초기술을 개발해왔다. 예를 들어 한전 등 산학연 기관은 전력설비 감시제어와 자료취득, 자동발전제어 등을 담당하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를 국내 기술로 개발하고 1차 시제품을 천안 후비급전소에 설치해 시험하고 있다. 이것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2010년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EMS 및 전력운용 핵심기술 보유국이 될 수 있다.


한국형 EMS 하드웨어 설비

이밖에도 송전량을 늘려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전력전송설비 개발과 신재생에너지 제어장치에 필요한 인버터, 전력선 통신 기술 연구 등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지경부는 이같은 기초기술을 상용기술로 발전시키는 사업에 착수했다. 특히 현장에서 실제로 평가해볼 수 있도록 한전과 협약을 맺고 810억원을 들여 3000세대 규모의 실증단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 같은 종합 실증단지를 구축하기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일단 오는 5월 장소를 선정해 단지 구축 작업을 시작해 2012년까지 기술검증을 끝낼 계획이다.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는 녹색전력도시를 건설할 수 있는 상용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미 전력회사, 스마트 미터 보급 계획 추진

스마트 그리드는 해외에서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스마트 그리드 연구개발, 시범사업 등을 국가 정책사업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은 스마트 그리드 지원법안을 연방법안으로 통과시켰다.


스마트 미터 활용 개념도

현지 보도에 따르면 전력회사 중 한 곳인 남부 캘리포니아 에디슨사는 지난 9월 2012년까지 16억3000만달러를 투입해 고객 480만명에게 스마트 전기계량기를 설치해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 회사와 530만개의 스마트 전기계량기를 구매하는 4억8000만달러짜리 계약을 맺었다.

이 전기계량기를 설치하면 회사는 소비자의 에너지 소비량을 즉시 파악할 수 있고, 고객은 회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자신의 소비량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새 전기계량기 설치로 고객이 부담하는 요금이 1.5% 늘지만 전력을 덜 사용하게 되면 결과적으론 부담하는 요금이 줄어들 것으로 이 회사는 전망했다.

스마트 그리드 적용하면 에너지 소비·CO2 감소

그렇다면 얼마나, 또 어떻게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미 전력연구원(EPRI)은 지난해 12월초 주목할만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스마트 그리드 기술을 활용하면 2030년까지 2000억㎾/h를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미국 전체 전력 사용량의 4.3%에 해당한다.

이는 바로 소비자가 직접 에너지 소비량을 확인할 수 있어 소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너지 소비가 많은 빌딩의 경우 전체 전기요금의 9%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스마트 그리드가 줄일 수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더욱 많다. 스마트 그리드에 신재생에너지를 연결하고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스템까지 확대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30년까지 약 2억톤 이상이 줄어든다. 이는 자동차 약 500만대를 도로에서 걷어내는 것과 같은 양에 해당한다.

환경 보호하고 일자리까지 확대

특히 스마트 그리드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난 1월초 한 에너지컨설팅 회사는 미국 정부가 4년 동안 스마트 그리드 초기 투자비용의 25%를 투자하는 방식으로 160억달러를 투입한다면, 640억달러의 전체 투자를 유발해 총 28만개의 새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해 1월 미국 워싱턴주 세큄에 사는 한 남성이 스마트 그리드 기술을 활용해 자신이 사용한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스마트 전기계량기 등 장비 공급업체나 고객서비스 업체 등의 직접적인 일자리가 11만7700여개였고, 이들 기업에 부품 등을 공급하는 업체의 일자리가 7만9300여개였다. 이 같은 일자리 창출 효과는 올해 안으로 1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정도로 즉각적이었다. 또 많은 수는 건설노동자 등 임시직 자리였지만 적어도 14만개는 지속가능한 일자리였다.

IBM도 같은 날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5년간 총 500억달러를 투자하면 약 23만9000여개의 새 일자리가 나온다는 내용이었다. 이밖에도 스마트 그리드 구축사업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지능화된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유도하고, 신재생에너지원에 대한 더 많은 투자를 유도할 것이라고 이 회사는 덧붙였다.

우리가 기술 선점하면 세계시장 확보

약 3200여개의 전력회사가 존재하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전기를 보내는 것이 지방도로를 타고 횡단하는 것만큼 어려운 미국의 사정을, 하나의 전력회사가 좁은 국토 여기저기에 전기를 보낼 수 있는 우리나라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에너지 소비 절감, 일자리 창출이라는 효과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스마트 그리드 분야에선 아직 두각을 드러낸 곳이 없기 때문에 기술을 선점한다면 세계시장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더 많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그 시금석이 될 녹색전력 통합실증단지 구축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황우현 한국전력 기술기획팀장은 “미국은 기반기술이 앞서있고 2030년을 목표로 기술 개발을 끝내려는 목표를 갖고 있는 반면 우리는 IT가 앞서 있으니 정부 주도로 5~10년 안에 성과를 내보려는 것”이라며 “미국이 가려고 하는 기술을 선점한다면 수출 등 상당한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9.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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