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제40차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2016.05.30) 국회 본청 216호
▣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오늘부터 20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됐다. 여소야대의 국회가 열렸다. 국민의 선택이 그렇게 만들었다. 맹자는 순천자는 존하고 역천자는 망한다고 했다. 하늘의 뜻에 순종하는 사람은 생존하지만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은 망한다는 거다. 2400여 년 전에 맹자는 하늘을 백성이라고 봤다. 하물며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오늘날의 하늘은 바로 민심 그 자체다. 민심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 민심을 이기는 지도자는 없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단순히 한 법안에 대한 재의 요구가 아니라 총선 민의에 대한 거부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대통령이 성공해야 국민의 삶도 더 나아질 수 있기에 대통령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 국민들도 국회와 정부가 협력하고 합심해서 민생을 챙기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분열과 대결을 선택했다. 또다시 국회와 정부 간의 편 가르기에 나선 거다. 대통령께는 불편할지 모르겠지만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여소야대 국회는 흔한 일이다.
미국 레이건과 클린턴 전 대통령 모두 임기 8년 중 6년이 여소야대였다. 오바마 대통령도 2014년부터 상원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황에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 폐쇄를 불러올 정도로 대통령과 정부가 때로는 첨예하게 대결하고 있지만 성공한 대통령은 의회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최적의 대안을 찾아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1월 7일 토요일 예고 없이 하원을 방문했다. 의원들을 찾아다니면서 자신의 건강보험개혁안을 설명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1997년 2월 고어 부통령과 함께 의회를 방문해서 깅그리치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와 회담을 가지고 균형예산에 관해 타협안을 도출해냈다. 공화당 출신인 레이건 대통령 집권기에도 하원의장이 민주당 내에서도 진보파로 유명한 토마스 오닐이었다. 둘 사이에는 의견 충돌 잦았지만 레이건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오닐의 칠순 잔치를 열여 줬다. 레이건 대통령은 보수주의자였지만 11차례나 증세안이 포함된 법안을 수용하는 등 타협의 정치에 인색하지 않았다. 이렇듯 국민들은 국회와 정부가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면서도 각자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하길 바란다. 서로 존중하면서 국민을 위한 최상의 결론을 도출해 내길 바라는 것이다.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남은 1년 반 동안 민생을 위해서라도 국정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민심을 존중해주시길 정중하게 부탁드린다. 20대 국회의원 자격으로 덧붙여 말씀드린다.
저는 20대 국회의 사명을 해야 할 일을 크게 다섯 가지로 본다.
첫째 한반도 평화정착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결연히 반대하고 안보 위협에 단호히 맞서야 하며 유비무환의 자세로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궁극적 지향점은 대결과 긴장의 한반도가 아니라 화해의 평화의 한반도가 돼야 한다.
둘째 사회 각 분야의 격차해소에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합니다. 격차가 더 벌어지면 대한민국 공동체의 존립을 약속할 수 없다. 교육에서도 창업 생태계에서도 사회적 약자의 재기에서도 기회의 사다리가 더 많이 더 튼튼하게 놓여 져야 합니다.
셋째, 증세 없는 복지라는 거짓의 동굴에서 이제는 나와야 한다. 20대 국회는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복지를 늘려갈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 얼마나 부담을 더 질 것인지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사회적 공론의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사회적 과정인 복지와 재원 문제에 대해서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넷째,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 제도를 정비하는 국회가 되고 그 실천을 잘 감시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 생활의 편의를 위해서 먹고 쓰고 이동하는 수단들이 우리와 우리아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이러한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다섯째, 미래 세대를 위해서 준비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 인구 절벽에 부닥친 미래 세대에게 각각 1200조원이 넘는 국가부채와 가계부채, 너무나 큰 짐이다. 우리는 앞 세대로부터 적은 빚과 많은 인구를 물려받고도 우리 뒷 세대에게는 막대한 부채와 쪼그라든 인구 물려주게 됐다. 20대 국회에서 부채를 줄이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증가 또는 크게 낮춰야 한다. 아울러 미래 세대의 먹거리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과감한 대안과 투자가 필요하다. 제가 국회에 처음 등원해서 느꼈던 것은 급한 일만 하고 중요한 일은 하지 않는 다는 점이었다. 20대 국회는 급한 일에만 매몰되지 말고 중요한 일도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2016 0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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