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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 원하시는 분 함께해요 [ 상식이 통하는 정치 시민모임 ] 2015 . 1 . 1 ~

광명시 을 국회의원
06gmw   

   
  개헌담론을 진단한다. 기조강연 경제민주화와 개헌 논의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이언주 경기도 광명시 을 국회의원 주최
  글쓴이 : 발행인     날짜 : 14-12-21 15:27    






기조강연

경제민주화와 개헌 논의
유 종 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정치인들이 사회전반의 이익보다는 억만장자들과 대기업들의 편에 선다는 것에 대한 강력한 증거가 있다. 변화를 약속한 후보들도 일단 당선이 된 후에는 선거자금을 대주거나 영향력이 큰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선 확률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별다를 바 없다. 새정연 일부는 괜찮지만 이들은 당내에서 소수파이고 별 영향력이 없다. 그렇지않다면 정권이 몇 번 바뀌었음에도 재벌의 황제경영과 편법승계가 계속되고, 노동자의 권리는 세계 최하급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인가? 변화의 길은 험난하다. 금권정치는 독버섯처럼 퍼져서 민주주의 자체를 질식시키곤 한다. 금권정치를 극복하는 진정한 변화는 민초들이 행동에 나설 때만 가능하다.”

도대체 누가 이런 과격한 주장을 한단 말인가? 위 내용은 사실은 정확한 인용문이 아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경제고문인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 콜럼비아대 교수가 미국정치에 대해 최근에 쓴 칼럼 “미국의 금권정치”의 일부를 발췌하여 한국 상황에 맞추어 번안한 것이다. 미국과 한국은 분명 정치제도도 다르고 경제상황도 다르지만, 위에서 삭스 교수가 지적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상당한 유사성이 존재한다. 양대 기득권 정당 외에 선택지가 실질적으로 없는 양당제, 양당 사이에 사회경제정책 면에서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 금권정치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우리가 만약 개헌을 논의한다면 마땅히 이런 금권정치를 끝장내고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개헌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1. 무엇을 위한 개헌인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모든 정당과 후보들이 경제민주화를 최고의 공약으로 내세웠건만 선거가 끝나자 경제민주화 정책은 시늉만 조금 내다가 자취를 감추었다. 경제활성화를 꾀한다는 명분하에 규제완화와 경기부양정책이 그 자리에 대신 들어섰다. 역대 정권과 마찬가지로 재벌에 투자와 고용을 구걸하려니 경제민주화는 내팽개칠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이미 예견한 일이었다. 누가 당선되든 경제민주화의 진전은 더딜 것이라고 내다보았고, 대선과정에서도 대선 이후에도 이런 견해를 글로 발표했다. 경제민주화가 맞닥뜨릴 엄청난 반대와 저항을 뚫고나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지도자의 철학과 신념, 집권세력의 치밀한 준비와 계획, 지지 세력을 동원하기 위한 조직과 역량이 모두 미흡해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와 같은 모습의 양당제 하에서 경제민주화는 연목구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 청와대는 십상시니 문고리 권력이니 하는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스캔들에 휩싸여 있는 것도 제왕적 대통령제가 빚어내는 시대착오적 희비극이다. 민주화 시대라고 하는 김영삼 정부 이후만 보아도 예외 없이 대통령 재임 중 직계가족이 구속되었고,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문고리 권력이 발호했다. 거대 시스템은 서서히 망해갈지언정 왠만해서는 급격하게 무너지지는 않는다. 대한항공 총수일가의 한심한 경영행태와 이를 견제할 수 없는 지배구조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이 아직 망하지 않은 이유다. 대한민국도 서서히 망해가고 있는 근본 이유는 대한민국의 지배구조, 즉 정치제도에 있고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다. 그래서 대통령의 권력을 어떤 형태로든 분산시켜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살려야 한다는 여론이 많이 존재한다. 일부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70%가 개헌에 찬성하며, 또 언론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지금 국회의원 300명 중에서 230명이 개헌에 찬성한다고 한다.

이런 배경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10월 개헌논의 개시를 천명했지만,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살리기 올인을 주장하며 개헌논의를 반대했다. 집권당 대표가 청와대의 한마디에 꼬리를 내리고 사죄를 하는 게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현주소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자는데 바로 그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에 논의도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다는 모순에 빠져있다. 물론 국민들의 강력한 지지가 있고 청와대의 반대 명분이 약하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에게 개헌은 어렴풋이 필요한 것 같아 보이는 일이고, 경제살리기는 훨씬 절박한 문제다.

올바른 개헌론, 국민의 광범하고 강력한 지지를 유도할 수 있는 개헌론은 곧 경제민주화를 위한 개헌론이다. 경제민주화는 정치제도의 변화를 요구한다. 이때 제왕적 대통령제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포함해서 정치제도 전반의 변화를 요구한다. 현행 정치제도는 승자독식 제도이며, 이는 정치적 갈등을 극대화하면서 사회경제적 변화를 최소화하는 제도다.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비례대표제와 다당제, 권력분점과 연합정치를 기초로 한 합의제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헌법 개정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단순히 권력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개헌은 국민의 절박한 관심사가 될 수 없다. 피부와 와 닿는 경제민주화의 요구를 중심으로 민초들을 결집하고,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제도 변화를 위하여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

 

2. 역사적 과제로서의 경제민주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국가주도 경제발전을 추진했다. 그 결과 급속한 산업화와 고도성장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바람직한 경제의 모습은 아니었다. 정경유착과 관치경제, 재벌독점과 노동탄압, 지역간·계층간 불균형 등 심각한 경제왜곡과 모순을 만들어냈으며, 만성적인 인플레와 경상수지 적자로 인하여 반복적으로 경제위기를 맞기도 했다. 정치적 억압과 더불어 경제적 모순의 심화가 군사독재정권의 종언을 초래한 것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개발독재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직접 뽑는 직선제 민주주의 시대가 개막되었다. 이 시대에 경제정책의 사조에 있어서는 개발독재 하의 국가주도 관치경제를 민간주도 시장경제로 개혁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이는 분명 필요한 개혁이었지만 동시에 시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재벌과 같은 경제권력을 규제하며 노동자와 같은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직선제 민주주의 하에서 재벌개혁, 노동권 강화, 복지와 재분배 등 경제민주화 요구는 힘을 받지 못하였고, 시장개혁이라는 미명으로 신자유주의 혹은 시장만능주의 정책이 득세하였다.

그동안 시장화의 길을 내달은 한국경제는 근본적인 모순에 봉착해 있다. 재벌은 문어발 확장에 열을 올리는데 골목상권은 붕괴되고, 대기업 이익은 폭증하는데 임금과 중산층 이하 가계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경제는 성장하는데 대다수 국민의 삶은 팍팍해지는 모순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극도로 불행하고 청년은 희망을 잃은 나라, 중장년층은 장시간 노동에 허리가 휘면서도 고용불안과 노후불안에 시달리는 나라, 노인들은 압도적인 빈곤률과 자살률 통계가 보여주듯 삶을 지탱하기도 힘든 나라,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 되었다. 그래서 국민들의 인식에 대전환이 왔다. 이제는 제발 성장에만 올인하지 말고 분배도 좀 하고 복지도 좀 하자는 것이며, 1% 특권층을 위한 경제가 아닌 99%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경제로 전환하자는 것이며, 시장만능주의와 친기업주의를 넘어서 경제민주화를 하자는 것이다. 2012년의 총선과 대선은 이러한 국민여론을 사회적 합의로 전면화하는 과정이었다.

여전히 구시대적 성장지상주의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성장지상주의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이념적 헤게모니를 장악할 수 없다. 이미 지나치게 수출의존이 심화된 데에다 세계경제성장의 전망이 밝지 않아 더 이상 내수를 무시하는 경제성장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1% 특권층과 재벌대기업으로만 돈이 몰리는 상황에서 내수가 튼튼하게 살아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부양정책으로 일시적인 회복은 가능할 수 있을지라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경제민주화 없이는 성장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 혹은 창조경제로 전환하는 데에도 경제민주화는 필수적이다. 창조와 혁신을 가로막는 기득권을 해체하고서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국의 현대사는 개발독재 하의 산업화, 직선제 민주주의 하의 시장화 단계를 거쳐 바야흐로 경제민주화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전환은 쉽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경제민주화는 정파적 이슈가 아닌 역사적 과제이며,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사회구조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민주화를 이루어 낼 수 있는 정치제도와 정치시스템의 변화를 만들어내야만 진정한 경제민주화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3. 직선제 민주주의의 한계

민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경제민주화를 이루기는커녕 시장만능주의 정책이 강화되어버린 까닭은 무엇인가? 당시 전 세계적으로 미국주도의 세계화가 확산되면서 신자유주의가 횡행하였다는 시대적 배경이 한 가지 요인이다. 특히 IMF 위기로 인해 우리는 그 직격탄을 맞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외부적인 사정 못지않게 중요한 원인은 87년 체제의 내재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1987년에 이룩한 민주화의 핵심내용은 대통령 직선제였고, 따라서 필자는 이를 ‘직선제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대통령 직선제가 민주화를 이루는 데 있어 핵심적 고리 역할을 했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 국민의 인권과 정치적 자유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건 매우 저급한, 불완전한 민주주의였다. 정치란 무릇 다양한 집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갈등을 봉합하는 기능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치가 되어버렸다. 독재세력과 민주화 세력 간의 투쟁의 연장선상에서 권력싸움 위주의 정치문화가 형성된 데다가, 결선투표 없는 대통령 직선제나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등 정치제도가 완벽하게 승자독식 제도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생산적인 정치, 정책을 만들어내고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는 뒷전으로 밀리고, 지역주의를 근거로 기득권화 한 양대 정치 세력 사이의 권력투쟁이 지배하는 정치가 되고 말았다.

이런 식의 정치에서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목소리는 배제되고 경제권력의 영향력은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권, 경제권력은 막강한 힘을 가질 수밖에 없고, 승자독식 선거제도하에서 이러한 막강한 힘을 등지고 승부를 하는 것은 너무나 리스크가 큰 게임이 된다. 필자는 과거 김영삼 정부의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총파업이 일어났을 때 이를 격렬하게 비난한 김문수 전 지사의 인터뷰 기사를 매우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다. 과거 노동운동을 한 사람으로써 그렇게까지 표변할 수 있느냐는 질책성 질문에 답하면서 그는 “정치인에게 당선과 낙선은 천당과 지옥의 차이다”라고 답을 했다. 당선을 위해서는 배신자 소리를 감수하고서라도 힘센 편에 붙을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으로 읽혔다.

국가는 뒤로 물러나고 시장에 모든 걸 맡긴다고 하는 정책, 즉 경제권력이 마음대로 활개 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시장화 일변도의 정책이 득세한 배경이 바로 승자독식 정치제도다. 재벌의 주문은 존중되고 노동자의 권리는 추락해온 배경이 바로 이것이다. 이 점에서 새정치연합의 전신이 정권을 잡았을 때 새누리당과 다른 점이 거의 없었다. 이러한 까닭에 민주화 이후에도 많은 학자들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절름발이 민주주의로 평가했다. 사회경제적 균열을 대표하고 사회통합 방안을 만들어내는 정치의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오죽하면 ‘민주주의의 민주화’를 이야기했을까?

한국 정치의 두 축을 이루는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언론에서 흔히 묘사하는 것처럼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정당이 아니다. 양당의 정책적 차이는 대북정책을 제외하면 거의 없었다. 이는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하면서 지적한 사실이다. 양대 정당은 지역할거주의를 활용하여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직선제 민주주의 아래서 주거니 받거니 권력투쟁을 벌여온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은 야권연대를 구축하고 상당히 진보적인 정책공약을 내놓았지만 이는 일시적인 선거전술에 불과했고, 대선 패배 이후 당내에는 중도 회귀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았다. 사실 국민들 입장에서 민주당의 공약을 신뢰하기 어려웠다. 과거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반성이나 치열한 논쟁과 노선투쟁도 없이 한미 FTA를 비롯한 여러 정책 사안에 대한 입장을 180도 바꿔버리는 민주당을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박근혜 후보 역시 ‘줄푸세’에서 왜 어떻게 전화했는지 설명도 없이 경제민주화를 제1공약으로 내세웠으니 신뢰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도 대선 기간 중 실시된 수차례의 여론조사에서 경제민주화를 가장 잘할 것 같은 후보로 박근혜 후보가 꼽혔다는 사실을 새정치연합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4. 경제민주화와 합의제 민주주의

정치는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존재한다. 문제해결을 위해 정책을 생산하고, 갈등조정을 위해 대화와 타협을 끌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는 이런 순기능은 별로 하지 못하고,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쟁으로 날이 새고, 특히 선거에 임해서는 정책경쟁보다는 살벌한 권력투쟁이 지배한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정치를 혐오하고 정당을 불신하며 정치 무관심에 빠지기도 한다. ‘안철수 현상’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불신의 징표로 나타났던 것이다.

정치가 꼴 보기 싫으니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정당국고보조를 없애자는 식의 여론이 있지만 이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 왜곡된 정치를 바로 잡고 정치의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데, 정치를 무시하고 축소시키는 ‘탈정치’를 해법으로 삼는 것은 엉뚱하다. 이러한 접근은 결국 제왕적 대통령제를 더욱 강화하고, 재벌 등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새로운 정치주체와 정치문화의 형성을 위해서는 선거를 통해서 기성 정당을 심판하고 새로운 정당이 득세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행 소선거구제는 군소정당에 대한 강력한 진입장벽이 되어 있고, 이는 지역주의와 결합하여 양대 정당의 기득권을 철통같이 보호하고 있다. 정치시장의 독과점화로 유효경쟁이 사라지고, 저질 정치가 지속되는 것이다. 소선거구제는 원래 지역의 재력가나 명망가에게 유리한 선거제도이다. 더구나 양대 정당의 정치시장 독과점은 당 실력자들의 공천권을 통해서 정치신인의 등용 과정을 타락시킨다. 공적 가치에 헌신적이며 유능한 인재보다는 당 실력자들에게 유용한 인사들이 공천을 받기 십상이다.

정치개혁의 핵심은 선거제도와 공천제도의 개혁이다. 선거제도는 비례성 강화, 공천제도는 공정한 심사 강화의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비례성 강화를 위해서는 예를 들어 정당명부비례대표와 소선거구제를 혼합한 독일식 제도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형태든 다양한 유권자들의 이해와 관심이 대의정치에 반영될 수 있도록 비례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승자독식을 구조적으로 방지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양당제는 무너지고 다당제가 형성될 것이며, 대화와 타협에 의한 연합정치가 일상화될 것이다. 사회경제적 약자와 소수자 집단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의회에 진출할 것이고, 이들이 중산층을 대변하는 정당과 손을 잡을 때 경제민주화의 정치적 기반이 형성될 것이다.

공천제도와 관련해서 먼저 지적할 점은 모바일투표나 여론조사 등은 동원선거, 공정성과 관련한 시비가 끊이지 않으며, 인지도와 현역 프리미엄이라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식 예비선거를 대안으로 내세우는데 이는 현역 프리미엄을 극대화하는 그릇된 방안이다. 미국의 경우 현역의 재당선 확률이 90%를 넘는다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현역 의원들이 이를 개혁방안이라고 내세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도 모르겠다. 선거에 임박해서 급조하는 당의 공천심사위원회는 당 실력자들의 하청업체로 전락한다. 치열한 검증을 거치는 슈스케 방식과 잘 고안된 배심원제를 활용하는 방안 등을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정도는 당원들이 상향식으로 대의원도 선출하고 공직후보도 선출하는 것이다. 물론 정치신인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승자독식 구조의 정점에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혁해야 함은 물론이다. 국민정서나 역사적 맥락 등을 고려할 때 순수내각제보다는 이원집정부제가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가 아닌 필자의 입장에서 이 문제에 관한 더 이상 구체적인 논의는 어렵다.

 

5. 개헌,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개헌론이 정치인들과 정치전문가들만이 모여서 권력구조 개편이나 논의하는 것이 되어서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또한 ‘그들만의 개헌 논의’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려우며, 오히려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의도와 개헌 논의의 순수성을 의심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정치상황에 따라 쉽게 좌초할 수 있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개헌, 합의제민주주의를 위한 개헌 논의가 되어야 하며, 다양한 사회집단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개헌 논의가 되어야 한다. 광범위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방안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삭스 교수의 말대로 “금권정치를 극복하는 진정한 변화는 민초들이 행동에 나설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개발독재 아래서 산업화를, 직선제 민주주의 하에서 시장화를 이루었다. 이제 비례대표제를 기초로 한 합의제 민주주의를 이룩하고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역사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는 제2의 경제민주화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국민들의 요구와 참여로 이루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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