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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 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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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헌담론을 진단한다. 합의제 민주주의 관점에서 본 헌정체제 디자인 1 선학태 전남대 교수
  글쓴이 : 발행인     날짜 : 14-12-21 19:21    






합의제 민주주의 관점에서 본 헌정체제 디자인

선학태 전남대 교수

 

I. 문제의식

- 헌법과 정치를 연결하는 헌정체제는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다. 민주주의 공고화(consolidating democracy) 여부는 어떤 헌정체제를 통해 이익·가치 상충에 따른 갈등과 분열을 조정 관리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 헌정체제의 본질은 권력집중인가, 아니면 권력분산인가 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민주주의 공고화 관점에서 헌정체제를 디자인하는 문제는 사회갈등을 조정 관리하기 위해 소수자·사회경제적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권력분점(power-sharing)인가, 아니면 그들의 권익보호보다는 국정효율성을 명분으로 한 권력집중인가 하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 결국 이는 헌정 모델의 선택문제이다.

- 레이파트 학파(Lijphart school)에 따르면 헌정체제는 권력독점을 지향하는 다수제(majoritarian)모델과 권력분점을 지향하는 합의제(consensual) 모델이 있다(Belmont et al. 2002; Lijphart, 2012). 전자는 단순다수 혹은 과반수의 선택을 전체 사회의 결정으로 받아들이는 ‘경쟁정치’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반면, 후자는 ‘다수의 최대화’(maximization of majority)에 기초한 ‘상생정치’를 존중한다. 레이파트 학파는 합의제 모델의 헌정체제를, 갈등과 분열이 상존한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한 최적의 민주주의 공고화 조건으로 상정한다.

- 레이파트 학파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민주주의는 공고화되었는가? 87년 헌정체제는 국정의 효율성과 안정성 제고를 명분으로 권력집중을 지향하는 강성 다수제 모델에 기초한다. 즉 양대 정당이 의정활동을 주도하고 집권당 단독정부를 축으로 한 대통령제가 중앙집권제 및 단원제 국회와 결합되어 작동한다. 하지만 87년 헌정체제는 극도의 ‘제도적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

- 민주화 이후 정치리더십의 교체가 빈발했다. 그러나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전설적 영웅 김대중도, 세상을 바꿔보자고 온몸으로 절규했던 노무현도, 민주화제단에 ‘눈물과 피’를 뿌렸던 ‘3·86 젊은 피’도 87년 헌정체제의 덫에 걸려 이른바 ‘97년 경제체제’의 횡포와 변덕을 다스리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눈물의 계곡’이 속절없이 깊어만 간다. 제도로서의 87년 헌정체제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집단과 계층과 지역을 ‘동등하고 효과적’으로 정치과정에 참여시키는 데 실패했다. 경제민주화-복지국가 후진성도 사실은 87년 헌정체제가 절차적 민주주의를 보다 세련되게 제도화하지 못한데 그 원인이 있다. 그 결과 우리 사회에는 사회경제적 양극화에 따른 계급·계층 그리고 이념·지역·세대·생태 등의 균열라인에 따른 다층적 복합적인 갈등과 분열이 동시다발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은 정치리더십보다는 제도로서의 87년 헌정체제에 심각한 부적실성(irrelevance)과 제도적 결손이 존재하고 종국적으로 한국민주주의의 ‘공고화 지체’(protracted unconsolidated) 현상을 웅변한다. 따라서 우리의 관심은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민주적으로 관리·조정하는 한국민주주의 공고화의 관점에서 헌정체제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모아진다.

- 분열과 갈등이 상존하는 사회라 해서 민주주의 작동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민주주의 실패와 위기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로 한국민주주의가 사회갈등과 분열을 해결하기 위한 헌정체제를 창출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분열과 갈등이 확대재생산된 것이지, 분열과 갈등이 한국민주주의 공고화의 지체와 한계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 이런 의미에서 이 글은 합의제 헌정모델이 갈등사회를 조정 관리하는 한국민주주의 공고화를 위한 제도적 매트릭스를 디자인하는 데 적실성을 갖는 것으로 상정한다. 이는 단순다수에게 권력집중을 허용하는 다수제 헌정모델보다는 합의제 헌정모델이 권력분점, 즉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는 ‘다수의 최대화’, ‘동등하고 효과적’인 정치참여의 제도화가 민주주의 공고화에 더 효과적이라는 레이파트 학파의 관점에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글은 한국민주주의 공고화를 위한 헌정체제의 제도적프레임을 합의제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디자인하고자 한다.

- 정치권과 논객들은 다수제 모델의 토대 위해서 헌정체제 개혁을 4년중임 대통령제, 분권형 대통령제 등 권력구조 중심으로 논하는 나머지, 헌정체제가 내장하는 제도적 장치들이 ‘기능적 연계성’을 갖고 작동한다는 이론적 명제에 주목하지 않는다. 이 글이 헌정체제는 기능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여러 제도의 세트로 인식하는 합의제 헌정모델, 즉 수평적 (수직적) 권력분점의 제도화에 접근하는 이유이다.

 

II. 합의제 헌정모델의 민주주의 공고화 효과

1. 민주주의 공고화와 헌정체제의 관계

- 민주주의는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익·가치 갈등을 전제한다. 따라서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정교한 규칙과 규범을 필요로 한다(Rustow 1970: 362). 규칙과 규범은 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는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조율하고 이익과 비용을 배분하는 제도이다. 결국 민주주의는 제도의 앙상블이다.

- 민주주의는 시민사회-시장(경제)사회-정치사회-국가 등 ‘부분체제들의 복합체’(a composite of partial regimes)이다(Encarnacion 1997: 387-419). 민주주의의 부분체제들은 역동적으로 상호작용 한다. 어떤 부분체제도 다른 부분체제의 순기능적인 지원 없이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 부분체제 간 순기능적인 역동적 상호작용을 통해 이익·비용(손실)을 공정하게 배분하고 가치 차이를 조정함으로써 이익·가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규칙과 규범을 정치행위자들이 내면화·습관화해 갈 때 민주주의는 공고화된다. 한마디로 민주주의 공고화는 ‘갈등조정과 사회통합의 제도화’이다.

- 선거-정당-의회-정부 등이 작동하는 정치사회-국가라는 두 부분체제는 사회적 정치적 갈등조정을 위한 규칙, 규범 및 절차의 클러스터를 통해 시민사회-시장사회의 정상적 작동 여부에 영향을 미친 핵심적인 제도적 변수이다. 이러한 정치사회-국가 사이의 권력관계를 규정 규율하는 제도의 세트가 헌정체제이다. 즉 헌정체제란 선택과 결정을 내리는 권력의 배분에 관한 공식적 규칙과 규범이자 그것들이 작동하는 과정과 절차를 의미한다.

- 시민사회-시장사회에서 이익·비용(손실)의 차등적 배분과 가치관의 차이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갈등과 분열은 정치적 성격을 띤다. 정치는 시민사회-시장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욕구들을 공공정책으로 전환하여 갈등조정과 사회통합을 달성해 가는 과정이고 헌정체제가 그 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수행한다(Crepaz 2002: 170). 이는 한 국가의 헌정체제가 민주주의 공고화 과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헌정체제는 민주주의 공고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변수이다.

- 헌정체제는 헌법적 권력구조와 선거제도-정당체제로 구성된다. 헌법적 권력구조와 선거제도-정당체제는 기능적으로 연결되는 제도적 체계이다. 따라서 헌법적 권력구조 개혁만으로 또는 선거제도-정당체제 개혁만으로 민주주의 공고화를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박명림 2008). 헌정체제가 기능적 연계성을 갖는 정치제도적 클러스터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한 부분 제도만을 끌어내어 이를 바꾸려는 접근방법으로서는 민주주의 공고화 프로젝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헌정체제는 상호작용하는 여러 부분 정치제도들의 세트이기 때문이다.

 

2. 합의제 헌정모델의 갈등조정·사회통합 효과

- 정치학적 관점에서 사회갈등을 조정 관리하는 데는 두 방법이 있다. 즉 비용과 손실을 부담하는 사회 내의 특정 집단·계층·지역에 보상패키지를 제공하는 방법이며, 집단·계층·지역의 대표를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법이다. 보상패키지는 결국 이해관계자가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느냐 여부에 따라 그 실현이 좌우된다. 정책결정 과정에의 참여 정도는 권력독점과 권력분점에 관한 문제이다.

- 자유경쟁 원리에 따라 작동하는 다수제 헌정모델은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제도적 행위자(정당 등)의 수를 줄여 권력을 가능한 소수의 행위자에 집중시키는 제도적 조건이 사회갈등 조정과 사회통합에 효과적인 것으로 가정한다. 그러나 다수제형 헌정체제는 현실적으로 양대 정당이 정치사회-국가를 독과점적으로 지배하고 승자독식과 패자전실(loser-lose-all)을 초래하는 사활적인 제로섬게임으로 작동하며 따라서 복합적인 갈등사회를 관리하고 통합하는 데 근본적 한계를 드러낸다. 반면 협력과 호혜성 원리에 따라 작동하는 합의제 헌정모델은 수평적 권력분점·공유의 제도화, 즉 국가의 정책결정 과정에 가능한 다수 거부권자(veto players)의 참여를 허용하는 제도적 조건이 다양한 사회이익을 대표하고 사회갈등 조정과 사회통합에 효과적인 것으로 가정한다(Powell 2000: 14-33). 국가정책 결정과정에 소수와 약자와 비주류를 대표하는 정치적 채널을 만들자는 것이 합의제 헌정모델의 문제의식이다(Birchfield and Crepaz 1998: 177-180; Crepaz 2002: 177-183). 그렇다면 다수제 헌정모델과의 비교 시각에서 합의제 헌정모델이 내장하는 제도적 조합은 어떠한가?

- 선거제도-정당체제이다. 다수제 헌정모델의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는 유권자의 전략적 투표로 인해 거대 양당제를 유인한다. 단순대표제-양당체제는 중위투표자(median voter)의 이익·가치에 집중하여 사실상 정책차별성이 없으며 중위그룹 좌·우에 포진하는 집단·계층의 이익·가치를 대표하는 데 소홀히 한다(Iversen and Soskice 2009: 452-453). 설령 중도좌파 정당이 존재한 경우에도 중간층 지지를 끌어내는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Iversen and Stephens 2008: 604). 국민 모두를 대표하는 백화점식 정책을 남발하여 실질적으로는 아무도 대변하지 못하는 대표성의 사각지대를 낳는다. 또 지역개발 프로젝트 중심의 예산배분정치(pork-barrel politics)가 지배하고 결국 재분배·복지 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반면 합의제 헌정모델의 선거제도-정당체제는 비례대표제-다당제이다. 즉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의회의석을 배분하여 이념적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가치·정책 중심의 진보좌파-중도-보수우파 블록의 다당제를 형성한다. 각 정당은 중위투표자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과 연계된 이익집단 등 지지기반에 대한 차별화된 정책개발을 추진하기 때문에 대표성의 사각지대는 최소화된다. 특히 비례대표제-이념블록다당제는 지역 이권배분 프로그램보다는 연금수급자·노동자·빈곤층·저소득층·실업자 등 다양한 집단과 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갈 보편적 사회적인 재정지출 정책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사회통합에 효과적인 제도적 인센티브이다 (Milesi-Ferretti et al. 2002: 610-611; Persson and Tabellini 2003: 82).

- 의회-행정부 관계이다. 다수제 헌정모델의 다수대표제-양당제는 다수당에 집행권을 집중시키는 ‘단일정당내각’으로 이어지며 거대 양당정치는 극단적인 제로섬게임의 경쟁과 대립으로 작동하여 의회-행정부 간 양극적 갈등관계를 촉발한다. 따라서 다수제 헌정모델의 입법효율성은 낮다. 반면 합의제 헌정모델의 비례대표제-이념블록다당제는 제도적으로 정부를 단독으로 구성하는 과반의석의 패권정당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2개 이상의 정당 간 집행권을 분점·공유하는 연정내각(coalition cabinet) 유형의 연합정치를 제도화한다. 연합정치는 연정협약(coalition agreements)을 통해 의회-행정부 (갈등)관계를 조정하며 따라서 행정부는 의회 다수와 협력하여 입법효율성·생산성을 높인다. 물론 비례대표제가 ‘진보좌파 vs 보수우파’ 두 블록구도로 양극화된 ‘블록 다당제’와 ‘블록 내 연정’(intra-bloc coalition)을 유인하는 사례가 없지 않다. 이 경우 의회-정부 관계는 갈등적 대립적이고 정책의 입법화 과정은 순탄치 않다. 그러나 비례대표제가 유인하는 피벗 정당체제(pivotal party system)에서는 통상적으로 좌우를 교차하는 정당 간 초(超)이념블록 연합정치가 작동한다. 환언하면 선거와 내각구성에서 피벗정당은 총선결과 혹은 정책이슈에 따라 때로는 좌파정당과, 때로는 우파정당과 번갈아 연합하고 과반의석을 형성하여 의회-행정부 거버넌스를 구축하며 정책-입법 과정에서 균형추 역할을 수행한다.

- 이익집단-정부 관계이다. 다수제 헌정모델은 노사 이익집단 간 경쟁적 이익표출과 분산적 협상에 토대를 둔 의사결정 시스템을 지향한다. 따라서 의회정치 외곽의 노사정 협의에 소극적이다. 설령 노사정 협의를 통해 정책협약을 체결해도 거대 양당이 독과점하는 의회가 대결정치를 인해 이를 입법화하는 데 실패한다. 결국 이익집단들은 사회적 협의체 참여를 기피하고 의회·정부를 상대로 로비정치 혹은 과격한 ‘길거리 정치’로 대응한다. 반면 합의제 헌정모델은 이익집단-정부 간 협의적 의사결정 방식인 노사정 거버넌스 기제를 내장한다(Lijphart 2012: 170-173; Lijphart and Crepaz 1991: 235;). 즉 연합정치가 이익단체-정부 갈등관계를 조정한다. 특히 노동과 자본을 동등하게 대표하는 정치적 공간, 즉 진보좌파-보수우파 간 초이념블록 연합정치가 작동할 때 노사정협의에 의해 정책협약을 이끌어내는 사회적 대타협 정치를 유인한다. 정책협약의 입법과정은 정당간 연합정치-노사정 거버넌스라는 쌍두마차를 견인하는 핵심고리이다. 

- 요컨대 다수제 헌정모델이 내장하는 기능적으로 연계된 제도적 패키지는 사회의 다양한 계층과 집단, 특히 시장경제의 실패자·낙오자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는 ‘배제의 정치’(politics of exclusion)로 갈등사회를 부추기는 반면, 합의제 헌정모델의 제도적 매트릭스는 글로벌 시장경제의 충격에 위협받는 노동자와 사회취약계층에게도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의 동등한 참여·대표를 허용하는 제도적 인센티브로 작동하는 ‘포용의 정치’(politics of inclusion)로 사회통합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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